‘윗집 소음인 줄 알고 싸웠는데 윗집의 윗집이 주범’…오해 풀고 과일 전하니 오순도순[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김광현 기자 2023. 11.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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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쿵!쿵! 소리 주범이 윗집인줄 알고 반년 넘게 싸웠는데 알고 보니 윗집의 윗집이었더라”

이런 사례가 층간소음 상담기관이나 인터넷 관련 후기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엉뚱한 집에 화풀이를 하니 당하는 집은 억울해서 더 강하게 반발하고, 반발이 괘씸해서 망치로 스피커로 보복소음까지 내고, 그러다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입니다.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무지가 오해를 부르고 오해가 더 큰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일은 층간소음에서도 자주 목격됩니다.

해결의 순서는 원인을 먼저 정확히 찾고, 이웃끼리 배려와 양보의 마음으로 서로 이해를 하는 것입니다. 이때 과일이나 손편지 같은 아주 자그마한 성의라도 보이면 분위기가 훨씬 좋아지더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천입니다.

#사례: ‘발망치’ 소리에 1년 넘게 싸운 윗집과 화해한 비결은…의외로 간단한 진단

서울 강동구의 오래된 아파트 8층에 살고 있는 30대 가정 주부입니다. 그동안 층간소음에 1년 넘게 시달렸습니다. 삶의 질이 너무 떨어졌습니다. 두통, 신경 예민, 우울증 등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자그마한 실마리를 찾아 이제는 평화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의 생활을 황폐하게 만든 건 저희 윗집이었습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물건 끄는 소리, 아이 뛰는 소리, 드르륵 미닫이 문 닫히는 소리, 쾅 하고 여닫이 문 닫히는 소리, 발망치 소리, 소리지는 소리 등 너무 시끄럽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심한 소리는 발망치 소리입니다.

오래된 아파트라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다가 반복적으로 들리는 쿵쿵 소리에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아 참고 참다가 한 달에 한번 관리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관리소장님이 위층에 이야기 잘 해주겠다고 하셨는데 그 뒤로도 소리가 줄어들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관리실에서 전화를 한 날이면, 오히려 쿵 하고 물건 떨어트리는 소리, 발걸음 소리는 말할 것도 없이 심하게 들렸습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귀트임’이 시작됐는지 쿵쿵대고, 쾅 하고 물건 떨어트리는 소리까지 하루가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그 뒤로도 민원을 넣기도 수십 번이고 결국 위층 이웃이 우리 집을 찾아왔고 큰 소리로 싸우기도 엄청 싸웠습니다. 매번 본인들은 아니라는데 왜 이렇게 민원을 넣어서 사람 피 말리게 하냐고 큰소리치는데 안하무인이었습니다.

소음이 너무 심한 하루는 쿵쿵 소음이 하도 느껴져서 관리소에 “위층 제발 조용히 좀 걸어 달라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관리소에서는 “위층에 지금 아무도 없다”고 하는 거였습니다. 윗집에 사람이 없는데 나만 소리를 들었다는 건가? 1층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우연히 윗집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게 가능한가요? 제가 정신병자인가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다음 날 관리소장님을 찾아 뵙고 전반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 관리소장님께 위층 소음만이 아닐 수 있다면서 인터넷으로 신문에 실린 기사를 소개했습니다. 다음 날 소리 들릴 때 집안의 모든 소음(전자기기)을 차단하고 천장 가까이 벽면에 손을 대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진동이나 울림은 없었고 쿵쿵 소리만 느껴지는 것이 아 윗집의 윗집 소음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지금도 믿기지는 않습니다. 그 동안 영문도 모르고 괴롭힘을 당한 윗집에 너무 미안했습니다.

관리소장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윗집과의 대화를 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관리소에서 윗집을 만난 진심으로 사과를 했고, 오해를 풀고 싶다고 차분히 이야기했습니다. 본인들도 사실 층간소음이 느껴지긴 했지만, 최근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서 신경 쓰지 못했고, “소음이 아래층까지 전해지는지 놀랐다”며 “이제라도 이렇게 방법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서로 오해를 잘 풀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위층의 위층이었습니다. 다음 날 고구마와 과일을 사 들고 위층의 위층에 갔습니다. ”쿵쿵 뛰는 소음이 한 세대 건너서도 들린다”고 말하고 “밤에는 쿵쿵 소리를 조심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쪽지를 함께 건넸습니다 위층에도 과일과 함께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쪽지를 드리고 왔습니다.

그 날 저녁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위층의 위층 아주머니가 직접 내려와 “공동주택에서 살면서 늘 조심한다고 하던 게 조금 방심했던 것 같다. 미안하다”며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제가 더 어쩔 줄 몰라서 서로 조심하자 하며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위층도 더불어 본인들도 더욱 조심하겠다며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이렇게 평화를 되찾고 감정이 상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층간소음 기사 덕분에 층간소음의 원인이라도 찾고 이웃끼리 더욱 감정 상하는 일을 면하고 무엇보다 층간소음이 줄어 너무 좋습니다. 당연히 위층이지 않을까 싶었던 점에 반성하고 있으며 진솔하게 사과했더니 이해해주는 위층과 또 조심하겠다고 바로 시정하는 위층, 위위층 이웃분들에게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정말 이 일을 계기로 층간소음 정도도 낮아지고, 저 역시 귀트임이 사라졌나 싶을 정도로 평화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층간소음의 문제 해결의 기본은 소음원의 위치를 정확하게 구분하여 접근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막연히 바로 윗집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층간소음원을 구분하는 방법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의외로 간단히 알아낼 수 있습니다. 주변의소음을 차단한 뒤 가만히 벽에 손을 대 보십시요. 이 때 소음과 진동이 동시에 느껴지면 바로 윗집이 소음발생원입니다. 그리고 벽을 손을 댔을 때 진동은 없고 소음만 느껴진다면 윗집의 윗집일 확률이 높습니다. 과학적 원리는 당연히 있겠지만 많은 상담에서도 실제 겪었던 경험입니다.

그런 뒤에 어떤 소음인지, 언제 주로 들리는 지를 기록한 메모를 전달하면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위 사례처럼 귤 몇 개라도 과일이나 혹은 손편지라도 써 정성스럽게 시정을 요구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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