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스타? 당구 효녀 떴다!' PBA 최초 동호인 출신 챔피언 탄생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3. 11. 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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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미가 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여자부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


프로당구(PBA) 여자부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동호인 출신으로 길지 않은 구력에도 빠르게 기량을 끌어올린 재능에 빼어난 미모까지 갖춘 최혜미(29·웰컴저축은행)다.

최혜미는 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소속팀 동료 김예은(24)과 우정의 대결에서 이겼다. 세트 스코어 4 대 2(4:11, 11:4, 11:5, 11:5, 6:11, 11:8)로 승리를 거뒀다.

생애 첫 우승이다. 특히 PBA 최초 동호인 출신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최혜미는 성인이 된 이후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입문한 뒤 2019년 동호인 대상의 'LPBA 오픈 챌린지'에서 7.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프로 선수가 됐다.

최혜미는 PBA 출범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2021-2022시즌 2차 투어에서 4강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시즌에는 휴온스 소속으로 팀 리그까지 진출했지만 32강 진출 1회의 초라한 성적으로 방출됐다.

이후 최혜미는 웰컴저축은행의 부름을 받고 극적으로 팀 리그에 잔류했다. 올 시즌도 32강의 벽을 넘지 못했고, 웰컴저축은행도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의 이탈로 팀 리그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6차 투어에서 최혜미가 일을 냈다. 이날 앞서 열린 4강전에서 김민영(블루원리조트)을 꺾은 최혜미는 결승에서 통산 3회 우승을 노리던 김예은을 누르며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최혜미가 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예은을 상대로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


결승 초반은 팽팽했다. 2020-21시즌 개막전에서 21세 7개월,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김예은이 1세트 7, 8이닝 뱅크 샷을 앞세워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자 최혜미가 2세트 7이닝에서 연속 4점을 몰아치며 11 대 4로 멍군을 불렀다.

기세가 오른 최혜미는 3세트 5이닝 2점, 6이닝 3점으로 단숨에 6 대 2로 역전한 뒤 11이닝 만에 11점을 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4세트에도 최혜미는 김예은이 9이닝 공타에 머문 사이 11 대 5로 승리했다. 김예은도 5세트 첫 두 이닝에서 9점을 몰아친 기세로 한 세트를 만회했다.

하지만 최혜미가 더 이상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6세트 7 대 8 상황에서 최혜미는 과감한 원 뱅크 샷을 포함해 연속 4점을 퍼부으며 경기를 매조졌다. 여자부 14번째이자 한국 선수로는 12번째 여왕 등극하며 우승 상금 3000만 원을 거머쥐었다.

최혜미는 "지금 이 시간, 우승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낯선 기분이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얼떨떨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래도 우승했으니 내일쯤 기쁨이 오지 않을까"라고 웃음을 지었다.

최초의 동호인 출신 우승자다. 기존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하다 PBA에 진출한 우승자들이었다. 최혜미는 "일자리를 구하다가 친구가 "당구장 아르바이트가 좋다"며 추천을 해줬다"면서 "손님들의 경기를 구경하다 정말 재미있어 보였고, 공을 갖고 노는 것도 좋아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당시 당구 채널에 김세연 프로(휴온스)의 경기를 보고 '여자도 당구를 치는구나' 싶어 그때부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어깨 너머 배운 솜씨였지만 유도 선수 출신으로 운동 신경이 있던 터였다. 최혜미는 "삼촌들이 치는 것을 보며 터득한 게 16점(중대식 200점)이었고, 그때부터 일을 하면서 당구를 배워 조금씩 점수를 올려갔다"면서 "여러 선배들께 자세나 포인트 등을 조금씩 배웠고, 가장 길게는 4년 정도 김기혁(PBA 드림(2부) 투어 선수 겸 해설자) 프로와 같은 구장에서 일을 하면서 모르는 것들을 물어봤다"고 밝혔다. 주경야당(?)의 노력 끝에 최혜미는 결국 정상에 올랐다.

최혜미가 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여자부 정상에 오른 뒤 인터뷰에서 눈물의 소감을 밝히고 있다. PBA

특히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일궈낸 우승이라 더 값졌다. 최혜미는 "4강전과 결승에서 부모님, 특히 아버지가 많이 우셨다"는 말에 "아빠를 보면 항상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혜미는 "1세트 때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는데 아빠의 응원 소리를 들으니까 거기에 온 신경이 갔다"며 "도저히 경기에 집중하지 못해서 1세트 끝나고 조용히 하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소리 지르지 말고, 개인전이기 때문에 큰 목소리의 응원보다 박수로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최혜미는 "2세트때부터 (아버지가 응원을) 자제하시더라"면서 "그래서 집중력을 다시 찾았는데 어찌 됐든 우승은 아빠 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최혜미는 우승 상금의 용처에 대해 "우선 아빠 가방부터 하나 사드려야겠다"면서 "오늘 무슨 배드민턴 가방 같은 것을 들고 오셨더라"고 효심을 드러냈다.

첫 우승을 거뒀지만 아직 부족하다. 최혜미는 "조건휘(SK렌터카) 프로가 3개월 정도 같은 구장에 상주하면서 도와줬는데 그때 빠르게 습득했다"면서 "당시 아침 9시부터 똑같은 공을 놓고 2시간 동안 치는 훈련을 3개월 동안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기본공에서부터 시작해 더 탄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런데 자신이 있던 기본 옆돌리기 실수가 너무 많아 '내가 이렇게 부족했구나' 싶어 보완을 더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금은 임윤수 해설위원님께 레슨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혜미는 향후 "인터뷰에서 '빵빵치기'라고 표현했는데 그만큼 시원시원하게 치는 당구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늘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동호인 출신 우승자라는 새 역사를 시작으로 최혜미가 동호인 신화를 써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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