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경력 도합 228년…신구·박근형·박정자 뭉쳤다 ‘고도를 기다리며’ [MK현장]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shinye@mk.co.kr) 2023. 11. 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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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박근형-박정자. 사진ㅣ유용석 기자
연기경력 도합 228년의 대배우 신구,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이 ‘고도를 기다리며’로 뭉쳤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연출 오경택, 배우 신구,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 김리안이 참석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으로 에스트라공(고고)와 블라디미르(디디)라는 두 방랑자가 실체가 없는 인물 ‘고도(Godot)’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내용의 희비극이다.

1953년 파리 첫 공연된 후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해석으로 공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연출을 통해 1969년 초연되어 50년 동안 약 1,500회 공연, 22만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베스트셀러 연극이다. 이번 2023년엔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경택 연출은 “이 작품을 대학 시절에 과제로 처음 봤다. 어릴 때라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지만 이상한 매력을 느꼈다. 이후 90년대에 프랑스 프로덕션으로 봤다. 관객들이 너무 박장대소를 하면서 즐겁게 보더라. 내가 이해를 못하는건지 문화와 언어의 차이인건지 되돌아봐서 생각을 해보니 당시 배우들이 경력이 많았다. 이 작품은 시간의 힘이 있어야 하구나 생각했다. 언젠간 나이 먹고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이번에 선생님들 모시고 할 수 있게 돼서 올타쿠나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각오를 갖고 하고 있다. 부담스럽긴 하지만 선생님들이 계시니까 스스로 선택한 행복한 고통을 즐기고 있다”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전 프로덕션과 비교가 안 될 수는 없다. 의도적으로 뭔가를 새롭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잘해야 본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계시니까 믿고 가고 있다. 배우들의 힘이 뭉치면 다른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신구-박정자-박근형. 사진ㅣ유용석 기자
신구,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 등 도합 228년의 연기 내공을 가진 대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오경택이 연출을 맡고 신구가 ‘에스트라공(고고)’ 박근형이 ‘블라디미르(디디)’, 박정자가 ‘럭키’, 김학철이 ‘포조’, ‘소년’역에는 김리안이 출연한다.

신구는 인간의 육체적, 탐욕적인 면을 상징하며 단순하고 감정적인 인물인 ‘에스트라공(고고)’역을 맡는다. 신구는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연극이다. 기회가 없어서 그간 못했다. 이런 기회가 오니까 이걸 해야하냐 놓쳐야 하나 고심을 했다. 출연 결정을 한 이유는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르는데 이걸 놓치면 영영 못하는거다. 과욕을 부렸다. 열심히 해보겠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박근형은 인간의 지성을 상징하며 지적이고 말이 많으며 철학적인 인물인 ‘블라디미르(디디)’역을 맡는다. 출연 제의 전화를 받고 바로 출연을 오케이했다는 박근형은 “연극학도 시절부터 한번 해봤으면 했던 작품이 바로 ‘고도를 기다리며’였다.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었다. 젊을 때 했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쳤다. 거의 잊고 살던 와중에 운좋게도 얻어 걸렸다. 사실주의 연기를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신구와 박근형은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시리즈(연출 나영석)에 이순재, 백일섭, 김용건과 함께 출연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박근형은 “이전에 신구와 드라마나 연극을 같이 한 일이 없다”면서 “‘꽃보다 할배’라는 예능을 통해 ‘구야형’ 신구와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너무 진솔하게 사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극에서 같이 합을 맞췄을 때도 연출이 제시하는 것에 대해 어느 누구하나 반대 얘기를 꺼낸적이 없다. 걱정이 없다”면서 “신구가 건강을 걱정하는데, 하는 걸 보면 건강이 전혀 걱정이 없다. 뛰어다니고 다 한다. 너무 건강하다. 걱정할 것 없다”고 덧붙였다.

박정자는 포조의 짐꾼이자 노예인 ‘럭키’역을 맡는다. 박정자는 “저도 궁금하고 늘 긴장하고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두 분 선생님하고 같이 하게 됐을 때 사실 연습장에서 훨씬 많이 긴장하게 된다. 두 분이 너무 열심히 한다. 내가 도전을 받는다. 이런 시간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럭키라는 배역에 프로듀서도 연출자도 캐스팅하지 않았다. 내가 손을 들었다. 60년 넘게 연극을 했지만 매 순간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김학철은 럭키의 주인이자 권위적이고 멋부리기 좋아하는 인물인 ‘포조’역을 맡는다. 김학철은 “64년만에 드디어 막내가 됐다. 정말 황홀하다. 지금 제 심정은 포조가 나의 운명이었다 생각으 한다. 그간 ‘고도를 기다리며’ 출연을 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했다. 이번에 드디어 운명이라고 느꼈다. 이후 캐스팅 소식을 들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신구, 박근형, 박정자 사이에 내가 낄 수 있나, 자격이 있나, 망신당하면 어떻게 하나, 이렇게 긴장되는 연극은 처음이다. 몇번이고 도망가고 싶었다”면서 “박정자의 럭키가 나도 궁금하다. 처음에 목에 밧줄을 걸었을 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내 노예같다. 거침없이 하겠다. 어떤 연기보다도 깜짝 놀랄 연기를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오는 12월 1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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