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자통치 팔레스타인이 중심돼야”… ‘두 국가 해법’ 재확인

■미 ‘포스트 하마스’원칙 제시
‘팔 주민 강제이주 금지’ 등 열거
이스라엘 ‘재점령 반대’ 못박아
“안보 위해 전후 일시 주둔 타당”
미 압박에… 이 “시나리오 탐색 중”
인도적‘교전 일시중단’도 시사

남쪽으로 남쪽으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시티에 대한 지상공격을 강화하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8일 살라 알딘 도로를 통해 가자지구 남부지역으로 대피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주민 5만 명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이후 가자지구 통치 체제는 “팔레스타인인이 중심이 돼 구성돼야 한다”며 ‘포스트 하마스’의 구체적인 원칙을 제시했다. 장기 점령 의사를 내비치는 이스라엘에 ‘두 국가 해법’만이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안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8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전후) 가자지구는 하마스에 의해 운영돼선 안 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후 가자지구 거버넌스(통치 체제)의 중심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와 열망이 포함돼야 한다”며 “여기에는 팔레스타인이 주도하는 정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산하 서안지구와 통일된 가자지구가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포스트 하마스 구상 관련 핵심 원칙도 제시했다. 블링컨 장관은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강제 이주 금지 △가자지구의 테러리즘 근거지화 차단 △전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반대 △가자지구 봉쇄·포위 시도 금지 △가자지구 영토 축소 금지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테러 행위 금지 등을 열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전쟁 직후 안보 상황 관리를 위한 이스라엘군의 일시 주둔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이스라엘의 장기재점령이 거버넌스 해법이 돼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미국의 잇단 압박에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그다음 날’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탐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또 이날 미국이 요구해온 인도적 차원의 교전 일시 중단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와 관련, AFP통신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카타르와 미국의 중재로 3일간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 조건으로 미국인 6명을 포함한 인질 12명을 석방하는 협상을 막바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말 인질 석방과 함께 교전이 일시 중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날 지상작전 돌입 후 처음으로 예비군으로 구성된 252사단이 공격에 참여해 가자지구에서 수백 명의 하마스 대원을 제거하고 하마스 시설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하마스는 북부에서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