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조선왕조실록 110년 만의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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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군 오대산사고에서 보관했었던 국보 조선왕조실록(실록)과 보물 조선왕조의궤(의궤)가 오대산으로 돌아왔다.
'성종실록' 9책과 '중종실록' 50책, '선조실록' 15책, '효종실록' 1책 등 75책의 실록과 82책의 의궤를 외사고 중 하나인 오대산사고에 보관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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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일제가 무단 반출해
환수뒤 국립고궁박물관 보관
불교계 등 요청에 ‘환지본처’
왕실행사 기록 의궤도 돌아와
평창=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강원 평창군 오대산사고에서 보관했었던 국보 조선왕조실록(실록)과 보물 조선왕조의궤(의궤)가 오대산으로 돌아왔다. 1913년 일제에 의해 무단으로 반출된 지 110년 만의 귀향이다.
문화재청은 9일 오전 강원 평창군 진부면에 새로 개관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실록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곳에 전시되는 실록과 의궤를 공개했다. 실록박물관은 기존 월정사 성보박물관이 운영해 온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새 단장한 것으로, 정식 개관하는 12일부터 오대산사고본 실록 75책과 의궤 82책을 상시 관람할 수 있다.
임진왜란을 거친 뒤 조선왕조는 국가와 왕실의 주요 서적을 안전하게 분산·보관하기 위해 한양의 춘추관 외에 전국의 깊은 산속 네 곳에 외사고(外史庫)를 짓고 보관해 왔다. ‘성종실록’ 9책과 ‘중종실록’ 50책, ‘선조실록’ 15책, ‘효종실록’ 1책 등 75책의 실록과 82책의 의궤를 외사고 중 하나인 오대산사고에 보관했던 것이다. 오대산사고엔 국가와 왕실의 주요 서적과 함께 일반 서적들도 함께 보관됐는데 1909년 ‘오대산사고장서목록’을 보면 총 4416책이 소장돼 있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13년 실록 전량과 의궤 일부가 일본으로 반출됐다. 이후 민간과 불교계, 정부의 환수 운동 등을 통해 2006년,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국내로 돌아왔다. 불교계와 지역 사회 민간단체 등은 실록과 의궤의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 자리로 돌아감)’를 주장하며 오대산으로의 귀환을 추진했으나 보존, 관리 시설 부족 등의 이유로 그간 국립고궁박물관이 보관해 왔다.
오대산사고본 실록에는 민족의 역경을 보여주는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다. 동경제국대학에 보관돼 있던 터라, 당시 사용하던 레이블이 부착돼 있고 경성제국대학도서장 날인도 확인할 수 있다. 또 실록의 흥미로운 점은 ‘성종실록’과 ‘중종실록’이 교정을 본 흔적이 있는 교정쇄본이라는 것이다. 임진왜란 후 선조 대에 재간행할 당시 교정쇄본 1부도 버리기 아깝다는 의견에 따라 남긴 것으로, 전후 당시의 사정을 보여준다.
의궤는 왕실의 행사나 국가의 중요한 사업과 관련된 내용을 종합해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일종의 백서다. 오대산사고에는 외사고 중 가장 많은 종류의 의궤가 다양하게 보관됐는데 역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 반출됐고 이후 환수됐다.
박수희 학예연구관은 “오대산사고는 왜란을 겪으면서도 국가와 왕실의 중요한 기록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 1606년 깊은 산속에 세워졌다. 전쟁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실록의 복인과 외사고의 건립을 서두른 것은 조선왕조가 왕실의 기록을 보존하고 지켜나가는 것을 절박한 소명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는 100년이 넘은 시점에서야 돌아온 주요 문화유산이다. 역사의 굴곡 속에서 문화유산이 겪은 수난을 형형히 보여주는 무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박물관 설립을 계기로 유무형의 가치가 더욱 널리 알려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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