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자 통치, 서안지구 통합돼야”…‘순한맛’ 자치정부 이식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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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끝나면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통합돼야 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하마스를 완전히 축출할 때까지 이스라엘군이 작전을 지속하는 것을 미국이 원칙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가자지구의 향후 통치 주체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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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끝나면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통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인 동시에, 하마스를 제거하고 가자지구에 서안지구 권력을 ‘이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충돌이 끝난 뒤 재점령은 안 된다”며 이스라엘의 재점령 가능성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를 포위·봉쇄하거나, 거주자들을 강제 이주시키거나, 영역을 축소하는 것도 불가하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했다. 또 가자지구의 미래 통치 체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끌어야 한다”며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서안지구와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통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재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충돌 이후’ 가자지구 통치 구조 등에 대한 미국의 기준을 처음으로 뚜렷이 밝힌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6일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전반적 안보 책임을 무기한 져야 할 것”이라고 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이에 반대한다면서 자신들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 파장과는 별개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의도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도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하마스를 완전히 축출할 때까지 이스라엘군이 작전을 지속하는 것을 미국이 원칙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가자지구의 향후 통치 주체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하마스와 경쟁 관계인 파타당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 두 곳 중 하나인 서안지구를 통치하고 있다. 파타당은 이스라엘군이 철군한 이듬해인 2006년 가자지구 선거에서 하마스에 패했고, 이후 하마스와 물리적 충돌까지 겪은 뒤 이 지역에선 완전히 기반을 잃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순응적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방문 직후인 앞선 4일 서안지구를 방문해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가자지구 통치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를 운영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면서 “유일한 질문은 과도기 같은 게 필요할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 안팎에서는 평화유지군(PKO) 파견도 거론된다.
하지만 하마스가 제거되더라도 이런 구상이 순조롭게 구현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부패했다는 지적을 받는데다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 이스라엘 쪽의 폭력적 행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서안지구에서도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권력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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