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옥철 되나…지하철 파업에 발길 무거운 시민들
"늘 이 시간쯤 출근하는데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어서 순간 파업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어요."
9일 오전 9시 서울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만난 직장인 조모씨는 "지하철 파업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깜짝 놀라며 이같이 답했다. 조씨는 전날 뉴스 기사를 통해 지하철 파업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퇴근길에는 열차 운행률이 떨어진다고 해서 버스를 이용해 퇴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이날 오전 9시를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오는 10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당초 예고했던 총파업이 아닌 약 하루 반나절의 경고 파업만 하기로 했다.
출근길과 등굣길에 나선 시민들은 대부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합정역 신도림 방향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던 50대 김모씨는 "방금 기사를 통해 지하철 파업 소식을 알게 됐다"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노조 등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 (지하철 운행에) 큰 지장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금천구청역으로 출근하던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어제 기사로 지하철 파업 소식을 접했는데 출근길 운행률은 100%라고 해서 출근길이 걱정되진 않았다"며 "퇴근길 운행률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평소 4시쯤에 퇴근해 퇴근길에 지장을 받진 않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고 파업이 시작된 9시 이후에도 열차는 2분 간격으로 계속 들어왔다.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칸마다 6~7명이 줄을 서 있었지만 도착한 열차 내부가 붐비지 않아 대기하던 승객들이 모두 탑승할 수 있었다.
다만 오전 9시40분쯤이 되자 열차 도착이 더뎌져 열차 위치를 보여주는 전광판에 한 때 열차가 한 대도 표시되지 않기도 했다. 역사에는 "지하철 파업으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며 "장시간 열차가 운행되지 않을 경우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주시길 바란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지하철이 100% 운행률로 운영되며 '출근길 지하철 대란'은 없었지만 퇴근길 지하철 운행률이 평소보다 감소해 혼잡이 우려된다. 오후 6시~8시에는 평시와 비교해 87% 수준으로 열차가 운행될 예정이다.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오후 7시쯤 퇴근하는데 퇴근할 때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열차가 꽉 찬다"며 "퇴근할 때 운행률이 줄어든다면 걱정"이라고 말했다.
2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는 30대 직장인 김연우씨는 "예전에 지하철 시위를 했었을 때 역 안에서 1시간가량 기다리다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열차를 탄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사람이 너무 몰리면 그렇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반대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사람이 상대적으로 덜 몰린다. 2호선이 순환 열차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서울시와 공사의 인력 감축안에 대해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개시됐다.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와 연합교섭단은 지난 8일 오후 3시부터 6시간에 걸쳐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진행했으나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이번 임단협 교섭의 핵심 쟁점인 인력 감축안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다.
이번 경고 파업에는 교섭권이 없는 제3노조인 '올바른 노동조합과'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 통합 노조는 참여하지 않는다. 통합 노조는 경고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하고 9일 열기로 했던 총파업 출정식을 취소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날 서울시청 인근 대한문 앞에서 조합원 6000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파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민 불편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노조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협상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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