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지도자들 "세상을 깨우기 위해 이스라엘 공격했다" [이-팔 전쟁]
"팔레스타인 문제 부각에 대성공"
20년 투옥 신와르 몇 년 걸쳐 준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대대적으로 파괴했다.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하마스 지도자들이 후회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으나 오히려 정반대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마스 지도자들이 가자 지구의 피해는 더 큰 목표 달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치러야할 대가라고 말한다. 정체된 대 이스라엘 투쟁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마스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칼릴 알-하먀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단지 충돌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체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시 부각하는데 성공함에 따라 현재 팔레스타인 누구도 안정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1400명 가량의 이스라엘 민간인을 학살하고 240명을 인질로 잡은 공격이 대성공이라고 칭송하고 있으며 일부 지도자들은 공격을 계기로 이스라엘, 가자 및 주변 국가들의 공존하는 상황을 끝장내는 전쟁이 이어질 것을 바란다.
하마스 매체 자문 타헤르 엘-누누는 “이스라엘과 전쟁이 모든 지역에서 지속되길 바란다. 그래야 아랍 세계가 우리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지도자들, 아랍 지도자들, 이스라엘과 서방 지도자들 모두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소수의 가자 군사 지휘관들이 벌인 일이라고 지적해왔다.
이스라엘 공격은 공격을 감행한 당사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큰 성공이었으며 치명적이었다.
공격을 계기로 하마스의 내분이 사라지고 하마스의 가자 지구 통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일소했으며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군사조직이 될 수 있음을 과시했다.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20년 이상 지낸 하마스 지도자 야햐 신와르와 이스라엘이 오래도록 암살하려고 시도한 모함메드 데이프가 하마스에 대한 불신을 모두 털어버리고 이스라엘과 군사적 대치를 강화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전 몇 달 동안 가자는 비교적 조용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다른 민병대 조직 사이에 벌어지는 전투에 개입하지 않았고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들은 수천 km 떨어진 카타르에 머물면서 지원을 끌어내는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향한 분노가 커지고 있었다. 가자의 하마스 지도자들이 서안 지구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공격하고, 이슬람교도들에게 할애된 성지에서 공개적으로 예배하고, 이스라엘 경찰이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 아크사 모스크에 진입하는 장면의 영상을 대대적으로 유포했다. 팔레스타인을 금전적으로 지원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가 임박했다.
결국 하마스는 조용한 토요일 아침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가자를 폭격해 민간인들을 살해할 것이 분명했는데도 말이다.
알-하야는 “정체된 현상을 타파한 것은 큰 업적이다. 대대적 보복이 있을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대의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사람들에게 알려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일부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뒤늦게 신와르의 의도를 크게 오판하고 하마스 전투원들이 장벽을 넘어 공격하는 것을 몇 시간 동안 방치한 안보 실패를 후회한다. 한 당국자는 “죽을 때까지 부담을 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 지구의 새 지도자
신야르는 하마스 군사조직 카삼 여단 창설을 지원했다. 카삼 여단은 이스라엘 도시에 다수의 자살폭탄 공격을 벌이고 이스라엘 마을을 향해 로켓을 발사했다. 신야르는 하마스에 침투한 이스라엘 스파이를 색출해 가혹하게 처형하면서 “칸 유니스의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칸 유니스는 그가 태어난 곳이다.
1988년 체포된 뒤 이스라엘 협력 팔레스타인 주민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20년 이상을 보냈다. 그는 당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2011년 신야르는 “감옥이 우리의 결의와 육체를 갈아 없앨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굳은 신념을 가진 우리들은 감옥에서 신앙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감옥에서 적에 대해 많은 것을 연구했다.
헤브류어를 배우고 이스라엘 사회에 대한 이해를 심화했으며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천 명을 석방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2011년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인질로 잡은 사병 1명을 구하기 위해 10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것을 보고 신야르는 인질을 구하기 위해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신야르 본인도 당시 풀려났다. 신야르 한 사람이 풀려나는 것만으로도 하마스로선 큰 성공이었으나 신야르가 더 많은 수감자 교환을 고집했다.
그는 2018년 인터뷰에서 “나로선 도덕적 의무였다. 아직도 수감돼 있는 사람들을 석방하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야르가 2011년 가자지구에 돌아왔을 당시 팔레스타인은 크게 분열된 상태였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 협정을 맺었으나 서안지구에서조차 지배력이 제한돼 있었음에도 공식적으로 이스라엘과 협상의 대표였다.
하마스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무효화하는 것을 목표로 탄생한 조직이다.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70만 여명이 쫓겨난 일, 1967년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점령한 일 모두를 무력으로 되돌리는 것이 목표였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배신행위로 비난했다.
2007년 가자 지구 선거에서 하마스가 승리하면서 가자 지구를 장악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함께 가자를 봉쇄해 하마스를 약화시키려 했고 고립된 가자 지구 주민들이 큰 생활고를 겪게 됐다.
신야르가 가자 지구로 복귀했을 때 하마스는 이미 뿌리를 내리고 이스라엘과 “폭력적 평형”을 이룬 상태였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과 이스라엘의 폭격이 반복됐다. 그러나 가자 지구의 모든 상품과 전기가 이스라엘에서 공급됐고 하마스는 종종 휴전 협상에 나서 봉쇄를 완화시켜야 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경찰이 이스라엘 공격을 차단하는 것을 비난했다. 하마스의 일부 지도자들이 하마스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을 우려했다.
신야르는 2012년 하마스에서 군사부문 대표가 되면서 데이프 카삼 여단장과 긴밀한 관계가 됐다. 두 사람이 지난달 7일의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했다.
신야르는 2017년 하마스 전체의 지도자가 된 뒤 몇 차례 이스라엘의 생필품 공급을 추진했다. 2018년 이례적으로 이스라엘 매체 소속 이탈리아 언론인과 가진 인터뷰에서 가자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휴전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싸움을 멈추겠다는 것이 아니다. 전쟁을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봉쇄를 끝내길 원한다. 해가 쨍쨍한 해변에 나온 청소년들이 바다 건너 세상은 어떤 곳일까를 얘기한다. 그들이 자유로워지길 바란다”고 했다.
하마스는 2017년 이스라엘의 생존 권리를 부인하면서도 2국가 건설을 통한 해결 가능성을 인정하는 정치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이 일부 양보해 2018년 카타르가 매달 3000만 달러를 가자에 지원하는 것을 허용했고 가자 주민들의 이스라엘 취업을 늘림으로써 가자 경제에 현금이 유입되도록 했다.
2021년 이스라엘 정부가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쫓아내고 예루살렘 구도심의 아크사 모스크에 경찰이 진입하자 하마스가 전쟁을 선포했다.
레바논에 체류하는 하마스 지도자 오사마 함단은 이 일이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팔레스타인 전체의 투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하마스의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영원히 불가능하도록 만들려 한다고 믿게 됐다.
군사력 강화
하마스도 전쟁보다 통치에 더 주력하는 모습을 과시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가 벌인 이스라엘 공격에 두 차례 개입하지 않았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들이 카타르의 중개를 통해 가자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고 이스라엘 취업자를 늘리려 애썼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방어벽과 대공방어망이 하마스를 막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군사력을 키우고 있었다.
지난달 7일 현재 하마스는 2만~4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1만5000기의 로켓을 생산한 상태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박격포와 대전차 미사일, 대공 미사일도 갖추고 있었다.
신야르는 시리아 내전을 이유로 2012년 시리아에 있던 대표부를 폐쇄하면서 끊어졌던 이란과 관계도 복원했다. 최근 몇 년 새 많은 하마스 전투원들이 이란과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와 이란으로부터 군사 훈련을 받았다.
2021년 5월 하마스가 신형 드론 영상을 발표했다. 마스크를 전투원이 자살공격 드론을 날리는 영상과 이스라엘군 통신망과 전차들에 대한 정찰 비행을 하는 장면들이다.
지난달 7일 공격한 이유
공격 작전의 핵심 목표는 이스라엘군 병사를 최대한 많이 납치해 포로 교환에 활용하는 것이었다고 아랍 당국자들이 전했다.
한 현지 당국자는 하마스가 일단 이스라엘 공격을 시작하면 다른 지역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봉기하고 아랍국 국민들도 자국 정부를 압박할 것이며 헤즈볼라 등도 전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가자 이외 지역에 체류하는 하마스 지도자들도 이스라엘 공격을 몰랐다.
하마스 당국자들은 뒤늦게 자신들이 벌인 잔혹극을 정치적으로 정당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들은 이스라엘 경찰과 교전하는 과정에서 민간인이 일부 희생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가자 봉쇄 장벽이 뚫리기만 하면 가자 지구 주민들과 다른 민병대들이 이스라엘에 진입해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하고 납치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마스 휘장을 단 전투원들이 잔혹극을 벌인 증거가 수없이 많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동시에 이스라엘 공격을 칭찬한다. 대 이스라엘 투쟁을 고양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알-하야는 “하마스는 가자 지구를 통치하고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하마스, 카삼, 저항 세력이 세상을 깊은 잠에서 깨웠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중요함을 인식시켰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쟁은 연료 공급이나 취업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다. 가자의 형편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번 전쟁은 상황을 완전히 뒤집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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