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확장재정은 위험한 주객전도[포럼]

2023. 11. 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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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내년도 예산안을 36조1345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예산안 33조8104억 원보다 2조3241억 원 늘어난 것으로, 6.9%나 증가한 규모다.

또한, 중앙정부와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가 긴축재정의 방향성을 내세우고, 특히 서울시가 13년 만에 전년도에 비해 줄어든 긴축예산안을 편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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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경기도가 내년도 예산안을 36조1345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예산안 33조8104억 원보다 2조3241억 원 늘어난 것으로, 6.9%나 증가한 규모다. 그리고 2024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4%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상당한 확장재정이다. 또한, 중앙정부와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가 긴축재정의 방향성을 내세우고, 특히 서울시가 13년 만에 전년도에 비해 줄어든 긴축예산안을 편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동연 경기지사는 “경제와 민생이 어려울수록 재정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며 경기침체의 위기를 돌파하려면 확장재정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의 존립을 좌우할 수 있는 재정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야 하는 기획재정부 전임 수장의 발언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첫째, 경기침체 시 확장재정을 통해 거시경제의 불황을 완화해야 한다는 케인스학파의 주장은 원래의 재정 수준에서 재정적자를 통해 총수요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케인스주의의 제안은, 경기침체 시 세수가 줄어드는데 이를 이유로 재정지출을 줄이지 말고 재정적자를 용인해 총수요를 유지하면 경기안정화가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과거보다 재정지출의 수준 자체를 높인다는 경기도의 주장은 케인스주의의 주장과 무관하며 이론적 근거가 없다.

둘째, 현재 경기 불황으로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합리적 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7% 수준으로 확장하는 것은 재정적자의 지나친 증가와 채무 수준의 증가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에 내재된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재정위험의 증가는 국가 전체의 신용도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또, 정말 중요한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대처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을 대폭 줄이며, 경제위기의 발화점이 될 수도 있다. 재정 여력을 유지해 놓지 않고 경기가 조금 어렵다고 이를 무분별하게 써 버리면 진짜 경제위기가 닥치면 속수무책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지자체의 재정 구조를 고려할 때 구조적으로 수입의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지원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자체는 사업 수행에 따른 부담은 자신들이 지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의 지원을 통해 수행하는 구조다. 그래서 지자체는 근본적으로 낭비성의 지출을 늘리려는 유인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대규모 공공투자나 메가프로젝트(mega-project)는 지자체가 공공투자로부터 이익을 보지만, 부담은 현저히 적게 지는 편익/부담의 불일치라는 문제로 전국에 산재한 체육·문화 시설과 불필요한 지방공항들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의 무분별한 확대는 위험한 발상일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재정정책에서 일탈하기 전에 재정개혁과 지출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이 주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넷째, 거시적인 재정정책의 경우 중앙정부가 큰 그림에서 금융정책과 보조를 맞추고 거시경제의 순환과 움직임을 고려해 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개별 지자체는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규모이거니와 정책 수단도 한정되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없다. 경기도의 설명은 주객이 전도된 억지 주장일 수밖에 없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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