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후 ‘퇴행성 뇌질환’ 발병 가능성 확인

한국뇌연구원

왼쪽부터 최인수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김도근 한국뇌연구원 선임연구원, 김동휘 박사과정생, 김다윤 연구원, 김규성 학생연구원. 뇌연구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걸린 개의 뇌혈관 장벽에서 이상 증상이 발견됐다. 이러한 증상은 퇴행성 뇌질환 발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한국뇌연구원은 김도근 치매 연구그룹 선임연구원 연구팀과 최인수 건국대 수의과대학 연구팀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개의 뇌혈관 장벽에서 신경병리 현상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이머징 감염병’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9일 밝혔다.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의 MRI 촬영 결과에서 뇌의 가장 바깥쪽 표면 부위인 피질 두께가 감소한 점이 확인됐다. 이들 환자는 브레인포그, 두통, 기억력 감퇴 등 인지기능 장애가 발생했다. 

연구팀이 중형동물인 개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신경기계 병리현상, 뇌혈관 장벽 장애 및 면역세포의 활성 등을 연구한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개가 다른 개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감염된 개들의 뇌에서 병리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직접 감염시킨 개 그룹과 감염된 개와 같은 공간에서 사육해 간접 감염된 개 그룹을 분류해 감염 시기별 임상 증상, 바이러스 검출, 면역 반응 및 폐 병변 등을 관찰한 결과다. 

두 그룹 모두 4일 이후부터 코와 입에서 바이러스가 배출됐다. 항체가 검사에서 간접감염 그룹이 직접감염 그룹보다 약 3일 정도 늦게 혈청반응이 일어났고, 중화항체가도 직접 감염그룹이 훨씬 먼저 형성됐다. 

추가적으로 수행된 신경의 조직학적 분석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의 뇌혈관 장벽에 변화가 확인됐다. 감염이 오래 지속될수록 장벽 이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뇌혈관 장벽이 무너지면 혈액응고 인자인 섬유소원과 면역세포가 뇌실질 조직에 침윤되고, 뇌실질 조직에서 면역세포 역할을 하는 성상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돼 뇌의 백색질에서 병리적 현상이 유도됐다. 이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신경기계 장애나 퇴행성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의 백색질에서 신경세포 탈수초화 현상과 더불어 신경세포 축삭돌기의 병리적 현상도 나타났으며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도 축적됐다. 장기간 감염이 지속되면 신경세포 수가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퇴행성 뇌질환이 발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 사람에게서 관찰될 수 있는 잠재적인 신경병리학적 변화를 연구하기 위한 중개연구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