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뉴스타' 최혜미 눈물의 우승, '유도선수→당구장 알바' 스토리도 특별... "아빠보면 늘 눈물, 가방 사드려야죠"

안호근 기자 2023. 11. 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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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최혜미가 8일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우승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는 최혜미. /사진=PBA 투어
이변이 넘치는 프로당구지만 해를 거듭하며 점점 우승을 하는 선수들만 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았지만 매번 우승 문턱에서 고개를 떨궜다. 최혜미(29·웰컴저축은행)가 LPBA에 간절했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최혜미는 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같은 팀 동료 김예은을 세트스코어 4-2(4-11, 11-4, 11-5, 11-5, 6-11, 11-8)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3번째 시즌 개인 최고 성적인 4강 진출 이후 지난 시즌과 올 시즌엔 16강에도 오르지 못하며 부진하던 터라 더욱 의미가 깊은 우승이다.

LPBA 14번째 우승자인 그는 상금 3000만 원과 함께 랭킹 포인트 2만 점을 획득했다. 상금 랭킹 단숨에 시즌 랭킹 40위에서 5위로 수직 상승했다.

다섯 번째 결승전에 오른 김예은과의 대결에도 최혜미는 기죽지 않았다. 첫 세트를 내주고 시작했으나 곧바로 7이닝 만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샷을 준비하는 최혜미(왼쪽). /사진=PBA 투어
수구를 바라보며 샷을 준비하는 최혜미(왼쪽). /사진=PBA 투어
한 번 기세를 끌어올리자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3세트 4이닝까지 1점에 그쳤던 그는 5이닝에 2득점, 6이닝에 3득점했고 11이닝 만에 11-5로 승리, 역전에 성공했다. 4세트에서도 기세를 몰아 점수를 차곡차곡 쌓으며 13이닝 만에 세트스코어를 3-1로 만들었다.

5세트 김예은의 반격에 잠시 흔들렸다. 2이닝부터 6이닝까지 공타에 그치는 동안 김예은은 무섭게 치고 가며 세트를 챙겼다.

6세트가 승부처였다. 최혜미가 첫 이닝부터 3점을 냈지만 김예은도 곧바로 3득점하며 역전했다. 7이닝까지 7-8로 끌려가던 최혜미는 원뱅크샷 포함, 빠르게 4점을 더하며 큐를 들고 수줍은 챔피언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번 대회는 LPBA 전체에도 의미가 남달랐다. 스롱 피아비(캄보디아·블루원리조트)가 조기 탈락한 데 이어 지난 대회 우승자 김가영(하나카드) 또한 16강에서 고개를 떨궜다.

최혜미를 비롯해 용현지(하이원리조트)와 김상아, 김민영(블루원리조트), 김진아(하나카드) 등 젊고 유망하면서도 아직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이 나란히 8강 무대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낸 건 최혜미였다. 프로 출범 원년부터 동호인 자격으로 나선 LPBA 원년 오픈챌린지에서 7.3:1의 경쟁률을 뚫고 6위 안에 들어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

3번째 시즌 4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보였던 최혜미. /사진=PBA 투어
이 자체도 놀라운 성과였다. 최혜미는 당구 입문 자체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늦었다. 결승 상대인 김예은이 어릴 적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방송에 출연한 것과 대비된다. 유도 선수로서 꿈을 키웠던 최혜미는 험난한 엘리트 체육의 문화에 지쳐 그만둔 뒤 성인이 됐다. 이후 친구의 권유로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게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일을 하며 당구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 그는 자연스레 선수의 길에 입문했고 남들보다 늦은 시작에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프로에 입문하게 됐다.

첫 두 시즌 16강이 최고 성적이었고 3번째 시즌 4강에 진출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팀리그에도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후 이번 우승 전까지는 또 부진에 허덕였다.

이번 대회에선 최근 10개 투어 상위 32명에게 주어지는 64강 시드도 없이 투어 첫 경기인 PPQ(1차예선) 라운드부터 참가해야 했다. 64강에서 이우경(에스와이), 32강에선 히다 오리에(일본·SK렌터카) 등 강자들을 물리쳤고 8강에선 용현지(하이원리조트), 준결승에선 김민영(블루원리조트)마저 잡아내고 결승에 올라 우승자 출신 김예은을 잡아내고 정상에 우뚝섰다.

PBA에 따르면 최혜미는 우승자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시간, 내가 우승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낯선 기분이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우승했으니 내일쯤 기쁨이 오지 않을까"라고 미소를 지었다.
최혜미(오른쪽)가 경기 전 팀 동료 김예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PBA 투어
경기 후 최혜미(오른쪽)가 준우승자 김예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마음을 비우고 나선 결승이었다. 최혜미는 "(김)예은 선수가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구력이나 실력에서 월등히 앞선다. 그래서 우승을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로지 배운다는 생각으로 결승에 임했다"며 "가장 먼저 '자신있게 치자'는 생각을 많이 되뇌었다. 어떤 경기든 내가 자신 있게 치지 못했을 때 후회하는 순간들이 꼭 오더라. 첫 결승이었기 때문에 즐기자는 생각이 더 컸다. 그래서 (김)예은 선수보다는 부담이 좀 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동호인 출신으로는 첫 우승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최혜미는 "일자리를 구하다가 친구가 '당구장 아르바이트가 좋다'며 소위 '꿀알바'라고 추천을 해줬다. 그래서 당구장 알바를 시작했는데, 정말 편하더라. 가만히 카운터에 앉아서 손님들이 당구치는 것을 구경하는데 정말 재밌어 보였다"며 "내가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성인 이후 운동을 체계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었어서 일을 하며 흥미를 갖고 시작하게 됐다. 당시 당구 채널에 김세연 프로가 나와 경기하는 걸 '여자도 당구를 치는구나' 싶어 그때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경기를 어깨너머로 보며 스스로 기술을 익혀 시작한 게 16점. 그럼에도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여 프로에까지 진출하게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 소속팀 휴온스에서 방출이라는 아픔도 겪었으나 다시 웰컴저축은행이라는 둥지를 찾았다. "그 경험(방출과 재입단)의 영향은 분명 있었다. 사실 이번 시즌에는 팀리그에서 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시즌 팀리그에 입단한 이후부터 성적을 한 번도 낸 적이 없어 이번 시즌에는 어디서도 저를 뽑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당연히 포기하고 있었다"며 "자연스럽게 사회활동(당구장)으로 생계를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시즌 드래프트 날 웰컴저축은행에서 나를 뽑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고, 믿겨지지 않았다. '나를 왜 뽑아주셨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반드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우승이 그에 대한 보답을 해드린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우승자 최혜미. /사진=PBA 투어
${IC21}4강전과 결승전에서 부모님이 경기장을 찾았고 특히 그의 아버지는 우승이 확정되자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도 했다. 특별한 사연이 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의 재혼으로 10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부녀사이다. 최혜미의 프로 진출 후 우연히 연락할 기회가 닿았고 이후 둘도 없는 부녀 사이로 다시 이어지게 됐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짧지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인 최혜미는 "아빠를 보면 항상 눈물이 난다. (중간에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렸을텐데) 솔직히 말하면, 1세트 때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 이유가 아빠의 응원 소리를 들으니까 거기에 온 신경이 갔다. 도저히 경기에 집중하지 못해서 1세트 끝나고 조용히 하라고 했다(웃음). 소리 지르지 말고, 개인전 시합이기때문에 큰 목소리의 응원보다 박수로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며 "2세트때부터 자제하시더라. 그래서 집중력을 다시 찾았다. 어찌됐든 우승은 아빠 덕"이라고 말했다.

당구 선수를 시작하고 갖게 된 가장 큰 규모의 상금. 당장은 아버지만 떠올랐다. 최혜미는 "(어디에 쓸지) 딱히 생각해보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런데 우선 아빠 가방부터 하나 사 드려야겠다. 오늘 무슨 배드민턴 가방 같은 것을 들고 오셨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최혜미는 호쾌한 스트로크로 많은 당구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또한 그런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시원시원'하게 치는 당구 선수가 되고 싶다. 예전부터 시원하게 치는 것을 좋아했고 인터뷰에서도 '빵빵치기'라고 표현을 했는데 그만큼 시원시원하게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그리고 늘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IC22}${IC23}한편 2020~2021시즌 개막전 'SK렌터카 챔피언십'에서 21세 7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 타이틀을 쥔 '천재소녀' 김예은은 통산 세 번째 우승 앞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대회 한 경기에서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상금200만 원)은 대회 64강서 박선경을 상대로 13이닝만에 25:6으로 승리, 애버리지 1.923을 기록한 용현지가 수상했다.

남자부 경기는 9일 오전 11시부터는 남자부 PBA 128강전에 돌입한다.
${IC24}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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