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세계 지도자들도 헷갈려…휴전과 교전중단 차이는

김문성 2023. 11. 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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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은 몇달·몇년간 지속 가능…"가자지구 인도적 위기 해소책"
"하마스에 재무장 시간 줄 수 없다…전투 몇시간·며칠만 멈춰야"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한 달을 넘긴 가운데 시가전까지 벌어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인명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하고 있고, 미국은 휴전 대신 일시적 교전 중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일시적 교전 중단과 휴전, 언뜻 보면 비슷한 뜻의 용어 같지만 사용 목적은 다르다.

여기에는 하마스 격퇴와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위기 해소 중 어디에 더 큰 무게를 둘지와 함께 정치적 셈법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서 이·팔 휴전 촉구 시위 벌이는 美 시민단체 (뉴욕 AFP=연합뉴스) 미국 내 유대인 단체인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 회원들이 6일(현지시간)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밑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023.11.7 kjw@yna.co.kr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세계 지도자들조차 이번 전쟁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일시적 교전 중단과 휴전의 차이를 놓고 헷갈리는 상황이라며 그 함의를 소개했다.

휴전은 일반적으로 몇 달 또는 몇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전투의 중단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을 요구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테러리즘에 항복하라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많은 서방 정부도 휴전에 반대한다. 이스라엘의 공세가 장기간 중단되면 하마스가 재무장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일시적 교전 중단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휴전보다 기간이 훨씬 짧은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이런 교전 중단은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의 석방 노력과 봉쇄된 가자지구에 구호품 전달 등 특정 인도주의적 임무를 위해 몇시간 또는 며칠간 전투를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초토화된 가자지구 난민촌 바라보는 팔' 남성 (라파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남성이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난민촌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이집트와 이스라엘, 미국은 민간인 대피를 위해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통행로'를 일시 휴전과 함께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 2023.10.16 clynnkim@yna.co.kr

전문가들은 일시적 교전 중단과 휴전 모두 국제법상 정의돼 있지 않는 용어라고 설명한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에마누엘라-키에라 길라드 연구원은 "주요 차이점은 중단의 목적과 관련 있다"며 "특정 인도주의적 활동이 전투로 인한 피해 위험 없이 수행되도록 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일반화된 적대행위 중단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전자는 일시적 교전 중단, 후자는 휴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정 인도주의적 목적을 위한 적대행위 중단은 기간과 장소가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주의적 목적과 무관한 휴전은 적대행위의 전략적 군사 목표 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일관성이 없거나 모호한 용어 사용이 혼란을 일으켰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헷갈리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한 행사에서 인질 석방을 위해 일시 교전 중단을 선호한다는 발언과 네타냐후 총리에 휴전을 요구했다는 발언을 시차를 두고 하기도 했다.

미국 백악관의 공식 입장은 인도주의 목적의 일시적 교전 중단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인질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와의 교전을 3일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는 미국 매체 악시오스의 보도도 있었다.

즉각 휴전 호소한 유엔 사무총장 (뉴욕 신화=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가자지구가 "어린이의 무덤이 되고 있다"며 즉각 휴전을 호소했다. 2023.11.07 besthope@yna.co.kr

어느 쪽을 선호할지는 미국 정치권에서 민감한 사안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에 분노하는 자유주의 활동가들의 반발 압력에 직면한 많은 민주당원은 일시적 교전 중단 쪽에 기울어져 있다고 NYT는 전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동정심을 보이면서 매파적인 친이스라엘 유권자들의 화를 돋우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휴전이 아닌 일시적 교전 중단을 지지했다가 진보 성향의 오랜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로부터 비난받았다.

그는 지난 5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혼란과 혼돈을 일으키고 이스라엘 파괴에 전념하는 하마스 같은 조직과 어떻게 휴전, 영구적인 휴전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휴전에 반대하는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6일 미국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술적으로 교전을 잠깐 중단하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국제기구는 휴전과 인도주의적 일시 중단을 결합한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한다. 구호와 환자·부상자 대피, 인질 석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구조위원회(IRC)는 "몇시간의 교전 중단으로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없다"며 교전을 최소 5일간 멈추라고 촉구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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