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가랑비처럼 옷 적시는 경조사비의 '은밀한 습격'
비정기지출 관리 안 하는 부부 많아
대표적인 건 경조사비와 여행비
무턱대고 쓰면 과소비로 이어져
1년치 예산 짜고 그 틀에서 해결해야
직장인 입장에서 경조사비를 통제하는 건 쉽지 않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얽혀 있어 마음대로 액수를 줄일 수 없어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소득 수준보다 많은 경조사비를 낼 때도 있다. 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지출을 확실하게 통제해야 목돈을 모을 수 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경조사비를 비롯한 비정기지출 관리법을 소개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경조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잦다. 직장인 824명 중 60.4%는 '최근 1년간 경조 행사에 간 적이 있다'고 답했다(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2021년 기준). 횟수도 적지 않다. 참석 경험이 있는 498명의 지난 1년간 참석 횟수는 평균 3.5회였다. '결혼식(72.7%·이하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장례식(56.6 %)' '돌잔치(10.6%)' 등의 순이었다.
경조사 비용엔 정답이 없다. 상대방과의 관계나 친한 정도에 따라 소신껏 액수를 정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경조사 비용은 직장인들의 관심사로 꼽힌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조금만 살펴보면 '친한 친구의 결혼식 축의금은 얼마부터가 적당한가요' '직장 동료 조의금은 얼마면 될까요' 등 경조사 비용을 묻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번 상담을 신청한 이재호(가명·34)씨와 박은영(가명·36)씨도 경조사 때문에 뜻하지 않은 '과소비'를 했다. 결혼한 지 이제 3개월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부부는 가계부를 쓰지 않았다. 경조사비나 여행비 등 1년에 걸쳐 발생하는 '비정기지출'에도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했다. 예산을 짜지 않고 그때그때 부부의 용돈으로 해결했다. 한달 부부의 용돈이 총 160만원에 달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부부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혼수 준비로 결제했던 신용카드 할부금(240만원)을 갚아야 하고, 자녀 출산비·양육비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아내가 하루빨리 아이를 갖고 싶어해서다. 그러려면 부부의 가계부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
부부가 가계부를 쓴 경험이 없기에 1차 상담에서 필자는 가계부를 써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둘 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700만원으로, 남편이 380만원을 벌고 아내가 32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은 434만원이다. 비정기지출은 부부가 용돈에서 가져다 쓰므로 0원으로 계산했다. 마지막으로 금융성 상품 270만원을 합하면 총 지출은 704만원으로 불어난다. 계산해보면 월 4만원씩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2차 상담에서 부부는 필자의 조언을 적용해 식비·생활비 20만원, 통신비 8만원, 보험료 15만원 등 43만원을 줄였다. 이에 따라 적자 4만원은 흑자 39만원으로 전환했다.
이번 시간엔 비정기지출 예산을 세워 계획적으로 지출하는 방향으로 160만원에 달하는 부부의 용돈을 확 줄여나갈 것이다. 또 몇가지 지출 항목도 소소하게 줄일 생각이다.
필자의 경험상 비정기지출 항목은 크게 여행비·휴가비, 경조사비, 의류비·미용비, 보험·소모품 등 자동차 관련 비용, 추석이나 설날 때 지출하는 명절비로 구성된다. 식비나 공과금처럼 매월 발생하지 않는 지출은 대부분 비정기지출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상담자의 상황에 맞춰 '부모님 용돈' 같은 항목을 추가하거나 기존 항목을 빼는 식이다.
그런 다음엔 각 항목의 예산을 1년치로 계산해 책정한다. 그렇게 총예산을 세우고 이를 다시 12개월로 나눈다. 그러면 한달에 평균적으로 얼마씩 비정기지출이 빠져나가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는 비정기지출을 정기지출처럼 만드는 과정으로, 이렇게 하면 불규칙적인 비정기지출을 통제하기가 수월해진다. 또 정해진 예산 안에서만 지출이 이뤄지므로 과소비도 막을 수 있다.
필자로부터 이런 설명을 들은 부부는 비정기지출 예산을 다음과 같이 짰다. 1년 기준으로 경조사비 200만원, 휴가비 250만원, 명절비 100만원, 의류비·미용비 20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 100만원 등 총 850만원을 비정기지출 예산으로 책정했다. 월평균으로 따지면 70만원씩 비정기지출로 쓰는 거다.
예산을 세웠으니 이제 부부의 용돈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최근 부부는 지인 경조사에 자주 참석한 탓에 용돈 지출이 급격히 늘었다. 경조사비 외에도 경조사 참석 후 지인들과 번번이 따로 술자리를 가진 탓이다. 성공적인 재무설계를 위해 부부는 지인과의 술자리 모임은 가능하면 삼가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부부는 160만원 용돈을 60만원으로 10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새로 책정한 비정기지출 70만원을 빼면 30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기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교통비·유류비도 줄이기로 했다. 부부는 주말마다 차를 몰고 도심 외곽으로 나가 데이트를 한다. 신혼을 즐기는 걸 방해할 마음은 없지만 부부의 미래를 위해 데이트 횟수를 1회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통비·유류비는 45만원에서 40만원으로 5만원 줄었다.
이렇게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이번 시간에 부부는 용돈 100만원(160만→60만원), 교통비·유류비 5만원 등 105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비정기지출 예산 70만원을 빼면 부부에겐 총 35만원의 여유자금이 더 생겼다. 따라서 부부의 여유자금은 39만원에서 74만원으로 불어났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부부는 남편 이씨의 주도로 매월 200만원씩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주식 투자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부부의 미래를 맡기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원금을 손실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주식 비중을 확 낮추고 높은 안전성을 갖춘 재테크 비중을 높여 위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이를 통해 자녀 출산 비용 마련, 내 집 마련 등 부부의 재무 목표를 대비할 것이다. 그 과정은 마지막 편에서 상세히 다루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