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만 찔끔 올린 한전...전기 ‘팔수록 적자’

2023. 11. 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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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산업용(대용량) 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평균 10.6% 인상하는 한편, 인력 효율화와 자산 매각을 골자로 한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만큼 내년 총선 이후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전은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올해 말까지 4000억원의 재무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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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적자 47조 돌파...역마진 해소 역부족
인력감축·자산매각 추가 자구책 ‘미흡’ 평가
내년 총선 이후 가정용 전기료 인상할 듯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소재한 한국전력공사(한전) 인재개발원 모습 [연합]

한국전력이 산업용(대용량) 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평균 10.6% 인상하는 한편, 인력 효율화와 자산 매각을 골자로 한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만큼 내년 총선 이후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숨 돌렸다지만...팔면 팔수록 손해= 부채만 200조원에 달하는 한전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주택용·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대신 산업용 요금만 ㎾h당 평균 10.6원 인상하기로 했다.

한전 재무 위기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방안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꼽혀왔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서민경제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규모가 큰 기업으로 한정하는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한전은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올해 말까지 4000억원의 재무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산업용 요금 인상에 따른 한전의 예상 매출 증가 액수는 올해 약 4000억원, 내년 연간 약 2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체 전력 사용량의 48.9%를 차지하는 산업용 요금 인상을 통해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력을 비싼 값에 사들여 싼값에 파는 역마진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 이후 전기요금 인상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한창 오를 때 이를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는 누적 적자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1년 이후 한전의 누적 적자는 47조원이 넘는다.

산업용뿐 아니라 전체 요금 구조를 에너지 원가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총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전반적인 요금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했던 만큼 한전의 적자가 눈에 띄게 개선될 조짐이 없으면 언제든 전기요금 인상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내년에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한전채 발행 한도 및 3분기 중 상승했던 유가를 감안하면 한국전력이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던 2022년에서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긴 시간 또는 적극적인 요금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흉내만 낸 ‘희망퇴직’...추가 자구책 ‘미흡’= 한전은 이와 함께 “제2의 창사라는 절박한 심정”(김동철 한전 사장)이라며 한전의 상징적인 자산인 서울 노원구 공릉동 인재개발원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인재개발원 부지의 현재 시가는 2500억원가량으로, 한전은 자연녹지가 대부분인 해당 부지를 상업용 등으로 용도 변경해 가치를 높여 매각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가치가 78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인재개발원 부지 매각 결정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추가 자구책이 미흡하다는 게 대채적인 평가다.

인력 효율화 계획이 대표적이다. 당장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기 위한 임직원들의 자기희생이 요구되는 만큼 추가 자구책에 ‘희망퇴직’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지만, 사실상 희망퇴직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쳤다.

‘알짜’ 자회사로 꼽히는 한전KDN의 지분 20% 매각 역시 현실성, 시의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전이 ‘한전KDN의 매각가치 제고를 위해 국내 증시 상장을 통한 보유 지분 20% 매각 추진’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상장 후 매각까지 1년가량이 걸린다는 점에서 벼랑 끝에 선 한전의 즉각적인 자구책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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