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급식실 환기설비 방치”…노조 “급식노동자 발암물질에 노출”

백경열 기자 2023. 11. 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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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 관계자 등이 9일 대구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암물질 노출에 의한 노동자 보호대책을 촉구했다.백경열 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는 9일 학교 급식실의 환기설비가 고장난 채 방치돼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됐다며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대구 동구 A중학교의 급식실 후드 공사가 잘못돼 2년 동안 배기팬이 역회전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대구교육청은 이미 지난 6월 이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는 2021년 3~8월 급식실 현대화공사를 벌이면서 환기장치도 교체했다. 이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급식노동자들은 환기가 안 된다며 학교와 교육청에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는 없었다고 노조는 밝혔다.

현대화공사 이후 지금까지 A학교에서 일한 급식종사자는 정년 퇴직자 2명을 포함한 조리실무원 9명과 조리사 1명, 영양교사 4명 등이다.

지난해 퇴직한 노동자 박모씨는 “(환기가 안되니) 여름과 겨울철에도 문을 열고 조리해야 했다”면서 “음식을 하던 중에 눈과 코가 아프고 목이 따가워 쓰러질 뻔한 적도 있지만 (이유를 몰라) 고통을 참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대구교육청이 2년간 발암물질인 ‘조리흄’에 과도하게 노출된 급식종사자들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후드 재공사로 인한 휴업 기간 중 급식종사자들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리흄은 학교 급식노동자의 폐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주로 기름을 사용해 튀김·볶음·구이 등을 조리할 때 발생한다. 환기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급식실의 경우 각종 유해물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해 노동자들이 이를 흡입할 수밖에 없다.

노조는 감리업체를 선정해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공사 후 노조와 함께 성능검사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교육청은 지난 6월부터 두달간 감사를 벌여 A학교 급식실 환기장치의 전기배선 연결 오류로 배기팬이 역회전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보수를 마쳤다. 동부교육지원청은 부실시공 등으로 공사업체에 대해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공사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담당 공무원과 급식실 환기시설에 대한 적극적인 점검 및 보수 노력을 하지 않은 학교와 교육청 관련 부서 등을 징계 처분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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