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장애인 스포츠선수들, 더 좋은 여건에서 운동할 수 있길"
"2011년 제주지역 휠체어 타는 중증장애인들 모여 결성"
"볼링 룰 비장애인 경기와 같아…단지 휠체어 세우고 공을 던지는 방식"
"도내 볼링장 상당수 장애인 이용하기 어려운 곳 위치해 개선 필요"
"30대 척추질병 중도장애 갖게 돼 10년간 방황하다 자유롭게 활동"
"볼링장 공공시설 없어 사비털어 게임비 부담…현재 척수장애인협회에서 지원"
"장애인 우울· 불행하다는 생각은 오해…비장애인처럼 치열·노력 희로애락"
■ 방송일시 : 2023년 11월 3일(금)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하나볼링클럽 문철주 회장
◇박혜진>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 장애공감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애인 분들 또 열정 인생을 살아가는 분들 만나보는 시간인데요. 오늘은 장애인들 사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스포츠죠 볼링에 대한 얘기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제주하나볼링클럽의 문철주 회장 스튜디오에서 만나보겠습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문철주> 안녕하세요.
◇박혜진> 먼저 제주하나볼링클럽 언제 어떻게 창립이 됐습니까?
◆문철주> 2011년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이 모여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볼링장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클럽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박혜진> 활동한 지가 벌써 13년째 되고 계시는데 클럽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어떤 분들로 구성돼 있으세요?
◆문철주> 모두 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들입니다.
◇박혜진> 비장애인이 하는 볼링의 룰과 휠체어 장애인들이 하는 볼링 룰이 다른가요?
◆문철주> 아니요. 룰은 똑같습니다. 단지 비장애인은 움직이면서 볼을 던지는 거고 휠체어 장애인은 휠체어를 정지시켜놓은 상태에서 볼을 던지는 차이점은 있는데 점수 산정 방식은 다 똑같습니다.
◇박혜진> 휠체어를 타는 중증 장애인들이 볼링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떻습니까?
◆문철주> 제주에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주차시설이 잘 돼 있는 볼링장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볼링장이 신축 건물이기 때문에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장애인 주차장도 되어 있는 유일한 볼링장입니다. 볼링장은 여러 군데 있지만 모두 계단이 있어서 특히 휠체어 장애인들은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박혜진> 2011년부터 하나볼링클럽의 활동이 시작했으니 이전에는 운동하기가 정말 어려웠겠군요.
◆문철주> 초창기 상록회관 건물 지하에 볼링장이 있었는데 거기는 엘리베이터가 다 있었어요. 그런데 그 건물이 제주도로 넘어가면서 회의실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신제주 쪽으로 와서 계단이 4~5개 있는 볼링장에 경사로를 자부담으로 만들어서 다녔어요.
◇박혜진> 회장님께서는 볼링을 처음 언제 어떻게 접하게 되셨습니까?
◆문철주> 장애인은 자기 몸에 맞고 자기 체력이 감당할 수 있는 스포츠를 찾아서 해야 됩니다. 저도 30대 지나서 40살이 가까워질 무렵에 장애인이 됐거든요. 한 10년 동안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다가 몸이 아프니까 살아보려고 병원에 갔는데 그때서야 장애인 스포츠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어요. 다른 장애인을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그 분은 휠체어를 타고 배드민턴을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따라가서 배드민턴도 한번 해봤고, 탁구도 해봤고, 휠체어 스포츠 댄스도 해봤는데 너무 움직임이 격렬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저는 장애가 심한 편이어서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사격이나 양궁을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리 경련이 심해서 조준점이 안 맞아 그것도 못했고 우연히 장애인 휠체어 타고 볼링 치시는 분을 알게 됐어요. 그분을 따라서 볼링을 치게 됐는데 볼링은 일단 휠체어를 정지시켜놓고 하니까 그게 좋았고요. 빠른 움직임이나 격렬하게 부딪힘이 없으니까 제 신체에 딱 맞는 것 같아서 이걸 선택하게 됐습니다.
◇박혜진> 볼링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무엇인가요?
◆문철주> 볼링은 상대방과 직접적으로 겨루는 게 아니고 개인의 점수로 겨루는 경기이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과 겨룰 수가 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도 룰이 똑같으니까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고 봅니다. .
◇박혜진> 회장님도 30대에 장애를 갖게 되셨다고 하셨는데 뒤늦게 중도장애를 갖게 계신 거예요?
◆문철주> 37살에 장애인이 됐습니다. 척추 질병으로 가슴 밑으로 마비가 오면서 휠체어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박혜진> 지금은 다양한 활동들을 당당하게 하고 계시지만 때로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으셨죠?
◆문철주> 장애로 인해서 힘든 시간은 이 자리에서 짧은 시간에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지나간 시간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긍정의 마인드로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이렇게 당당하게 설 수 있는 비결이라면 무엇이라고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문철주> 제가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장애인입니다. 주변 장애인들이 나만 바보같이 장애인이 됐다고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하지만 나와서 보니까 다들 활발하고 치열하게 현실 속에서 부딪히면서 살고 있더라고요. 나만 바보같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적극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해봐야지 하다보니 오늘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박혜진>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도 많으시겠어요.
◆문철주> 볼링은 공공시설이 없습니다. 사유시설이기 때문에 모든 경비를 자비로 내야 되거든요. 공공시설이 있으면 제주도 소유의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무료로 할 수 있지만 볼링장은 공공시설이 없고 사유시설이기 때문에 게임비라든지 장비 구입이라든지 그런 게 돈이 많이 들거든요. 제주척수장애인협회를 통해서 하나볼링클럽을 후원해 주는 후원자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 덕분에 많은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
◇박혜진> 장애인을 대할 때 비장애인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문철주>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은 어둡고 우울하고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멀리서 보면 어둡고 우울하게 보일지 몰라도 가까이서 보면 장애인들도 다 자기들에게 주어진 현실이 좀 힘들고 버거워도 치열하게 부딪히고 노력하면서 비장애인들처럼 희로애락을 다 같이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박혜진> 장애에 대한 인식은 좀 나아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문철주> 장애인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하면서 어린 학생들이나 젊은 세대들은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습니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 세대들 중 일부가 아직도 장애인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험한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기는 하는데 그래도 MZ세대들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아주 밝아지고 있으니까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앞으로 갖고 계신 계획도 있으시죠?
◆문철주> 장애인 볼링뿐만 아니라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습니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이 조금 더 좋은 여건에서 건강하고 오랫동안 운동했으면 좋겠습니다.
◇박혜진> 마지막으로 방송 듣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시죠.
◆문철주> 장애인은 팔다리가 불편하거나 눈과 귀가 불편할 뿐이지 마음이 불편하거나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조금 움직임이 느린 이웃일 뿐입니다. 그냥 아주 조금 배려가 필요할 뿐입니다. 조금의 배려만 해주시면 됩니다.
◇박혜진> 네. 그 말씀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문철주> 감사합니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zzzini@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폐가에서 심야시간마다 '슥' 등장…그 놈, 뭐하나 봤더니 '차량털이'
- "윤핵관 불출마? 장제원, 권성동은 1도 생각 없다"
- 함께 술 마시던 10대 흉기로 찌른 유흥주점 종업원들 구속
- "아픈 친구 대신 5m 운전했는데"…임기제 공무원 징계 적법
- 인요한이 비운 자리, '용산출신'이 꿰차나…대통령실 인사 대거 텃밭행
- '사기 공범' 혐의 남현희, 13시간 경찰조사…전청조 대질도
- 바이든 재선 '빨간 불'…'핵심 지지층' 이탈 조짐 확연
- "신림역에 칼들고 서있다" 살인예고 20대 집행유예 2년
- 위기의 카카오, 3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영업익은 감소
- 코로나 엔데믹에 여유로워졌지만…안정된 소득과 미래 불안은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