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5차전 확정' 류중일호 엔트리 변경 불가피…'천재타자'와 '2R 루키'의 무력시위, 태극마크 기쁨 누릴까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좋게 봤어요"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상무 피닉스와 첫 번째 평가전에서 10-3으로 승리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대표팀이 소집된 이후 첫 번째 평가전이었던 만큼 이번에는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경기를 치렀는데, 그중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두 선수가 있었다. 바로 상무에서 전역한지 이제 일주일이 갓 지난 '예비역 천재타자' 나승엽(롯데 자이언츠)와 문현빈(한화 이글스)이었다.
현재 대표팀은 '완전체'가 아니다.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한 LG 트윈스와 KT 위즈 선수단이 합류하지 않은 까닭. 엔트리는 14일까지 교체가 가능한데, 한국시리즈 일정에 따라 LG와 KT에 소속된 선수들의 합류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일단 한국시리즈가 최소 5차전에 끝나게 된 가운데 LG와 KT 선수들의 합류는 불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KBO는 이번 APBC를 기점으로 향후 국제대회에서 최종 엔트리 결정 방법에 변화를 줄 방침이다. 훈련 과정에서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예비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도 대표팀 훈련에 소집해 함께 감각을 끌어올린 뒤 엔트리를 최종 결정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이미 류중일 감독과 허구연 총재는 국제대회 선수 엔트리와 관련해 협의를 마친 상황이다.
이렇게 엔트리를 구성하게 될 경우 효과는 확실하다. '예비 명단'이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에게는 향후 태극마크를 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언제든 엔트리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 간의 경쟁을 통해 기량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갑작스러운 부상자 발생과 선수들의 각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이 효과는 평가전이지만, 나승엽과 문현빈을 통해 첫 경기부터 드러났다. 상무 소속으로 출전한 나승엽은 이날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을 마크했고, 대표팀의 지명타자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문현빈은 5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 승선을 향한 무력시위였다.
나승엽은 경기 시작부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나승엽은 대표팀 '에이스' 문동주를 상대로 이날 가장 빠른 공이었던 150km 직구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고,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홈런을 폭발시켰다.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다. 상무 측으로 출전한 나승엽은 대표팀 투수들만을 상대했는데, 두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세 번째 타석에서는 김태경을 상대로 볼넷, 마지막 타석에서는 최지민에게 내야 안타를 뽑아냈다.
나승엽은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빠른 공을 노리고 있었는데, 변화구 한 개가 볼이 되면서 승부를 볼 타이밍이었다. (문)동주가 직구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빠른 공을 생각했다"고 홈런을 친 순간을 돌아보면서, 대표팀 승선 목표에 대해 "아직은 부족하다. 한 경기가 남았으니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보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문현빈도 '한 방'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현빈은 2~3회 곽빈을 상대로 삼진과 중견수 뜬공을 기록하며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타석에서도 최준용에게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하지만 7회 무사 1, 2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상무의 박주성(키움)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포를 폭발시켰다.
현재 류중일 감독은 대표팀에서 3번과 지명타자, 1루수를 맡을 자원을 놓고 깊은 고심에 빠져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는 강백호가 지명타자, 노시환이 3루수, 문보경이 1루수를 맡으면서 교통이 정리됐지만, 이번 APBC의 경우 문보경의 승선이 불투명하고, 강백호가 내복사근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기 때문이다.
사령탑은 김도영에게 3루수와 함께 3번 타자, 노시환에게 1루수를 맡길 것으로 보이지만, 대회를 치르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백업 자원도 필요하다. 이를 고려하면 3루와 1루가 모두 가능한 나승엽의 경우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에 승선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 그리고 류중일 감독은 6번 타순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했는데, 문현빈이 대표팀의 6번 타자로 한 방을 터뜨려준 것은 분명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엔트리는 조금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강백호의 자리와 한국시리즈를 하는 팀들의 결과를 보고 판단이 필요하다"면서도 "오늘(8일) (나)승엽이도 홈런을 치고, (문)현빈이도 (홈런을) 쳤는데, 좋게 봤다"고 짧고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LG와 KT에서 대표팀에 엔트리에 승선했던 선수는 투수 2명과 타자 2명. 나승엽과 문현빈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가운데 야수 2명의 자리에 합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드높은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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