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에 부족한 예산…민간 투자 유도하는 정부

2023. 11. 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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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회 부처까지 정책 펀드에 민간 자금 적극 유치
“정부 자금 줄어드는데 민간 자금 유치 난항 불가피”
[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건전재정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정부가 세수수입 감소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민간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특히 사회부처에도 정책사업 추진을 위한 펀드에 공공자금을 마중물로 하고, 민간 참여를 높이고 있다. 지출 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이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9일 각 정부 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K-바이오·백신 1호 펀드’의 주관 운용사인 유안타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정부 300억원, 한국산업은행 135억원, 한국수출입은행 90억원, 한국중소기업은행 75억원 등 600억원과 민간 출자금 900억원을 더해 총 1500억원 규모로 우선 결성을 추진한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K-바이오·백신 2호 펀드’ 주관 운용사로 프리미어 파트너스를 선정하고 조성된 1116억3000만원에 대해서도 우선 결정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복지부는 펀드 운용사와 공동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해, 투자 규모, 대상, 심사 절차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제약·바이오 투자 시장 위축을 고려해 타 펀드에 비해 빠른 속도로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며 “K-바이오·백신 펀드의 출발이 제약·바이오 투자 활성화의 마중물이 돼 다른 민간 펀드의 투자로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한국벤처투자에서 미래환경산업 투자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민간투자사 8개사와 녹색산업 투자현황과 향후 펀드 조성방향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환경부는 2017년부터 녹색산업 분야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민관 합동펀드(미래환경산업 투자펀드)에 총 1878억원 규모를 출자해 총 3240억원 규모의 10개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증권과 인프라프런티어자산운영의 ‘현대차증권-인프라프론티어 미래환경 신기술조합 1호’ 펀드에 정부가 500억원을, 민간이 275억원을 각각 출자해 기업투자에 나선다. 민간에서 275억원을 출자한 것은 2017년 이후 단일 펀드로는 최대 규모다.

환경부는 내년 미래환경산업 투자펀드 출자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기존 미래환경산업 투자펀드를 녹색 새싹기업(청년·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 펀드’와 성장 단계의 녹색기업을 지원하는 ‘사업화 펀드’, 예비 거대신생(유니콘) 기업으로 도약 가능성이 높은 녹색기업을 지원하는 ‘확장(스케일업) 펀드’로 늘려 성장단계별 맞춤형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창흠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국제 녹색시장 확대 추세에 발맞춰 국내 녹색 신산업에 대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녹색산업 분야 펀드 확대를 통해 민간부문 녹색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부처까지 민간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은 최근 나라살림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9월말 총수입은 국세·세외수입이 감소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46조9000억원 이 감소했다. 지출도 같은 기간 68조5000억원이 줄었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기조로 유지하면서 지출 감소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민간 자금을 끌어들여 향후 야기될 수 있는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민간이 투자를 주도하고 스스로 생태계를 키우고 정부는 민간 모펀드에 대한 일정한 출자와 세제 지원, 이런 방식으로 확대해 나가야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사업에 민간이 주도하는 펀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국내와 글로벌 유동성이 말라가는 시점에서 대규모로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데, 민간 출자자에 부여하는 세제 인센티브가 있어도 정책 자금이 빠져나가는 시점에서 대규모 민간 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상당하다”며 “실제 벤처캐피탈(VC) 부문에서는 연기금과 공제회, 대형 금융기관들이 모험자본의 출자를 대폭 줄이고 있어 신규 펀드 조성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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