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감성" 유행 따라 설치한 광안리 '돌길' 결국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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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가 과거 유행에 따라 유럽 마찻길을 흉내 내 조성한 돌길을 10여 년 만에 철거했다.
광안리해수욕장과 연계한 관광 인프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오랫동안 민원과 불편만 양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영구는 지난 2010년 수영로와 광안리해수욕장을 잇는 남천바다로를 돌길로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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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풍'으로 조성…통행 불편, 소음 등 지속적인 민원에 철거키로
부산 수영구가 과거 유행에 따라 유럽 마찻길을 흉내 내 조성한 돌길을 10여 년 만에 철거했다. 광안리해수욕장과 연계한 관광 인프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오랫동안 민원과 불편만 양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 수영구는 지난 6월부터 진행한 '남천바다로 세흥시장 일대 보행로 정비 공사'를 지난달 마무리했다고 9일 밝혔다. 구는 이번 공사를 통해 남천바다로를 덮고 있던 사고석을 모두 철거하고 일반 아스팔트로 도로를 포장했다.
수영구는 지난 2010년 수영로와 광안리해수욕장을 잇는 남천바다로를 돌길로 조성했다. 당시 기존의 도로에서 탈피해 유럽의 마찻길을 재현하는 방식이 유행처럼 퍼지자 수영구도 예산 10억 원을 들여 240m 길이의 일반 아스팔트 도로를 화강암 재질의 사고석 포장으로 교체했다. 또 인도에는 수로와 조형물을 설치하고 인근 세흥시장을 포함한 도로 주변을 '명품 거리'로 조성하겠다며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돌길 포장과 동시에 소음과 통행 불편, 악취로 인한 문제 등 각종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두툴두툴한 돌길을 달리던 운전자들은 차량이 심하게 흔들린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겨울에는 수로가 얼어 주변 도로에 물이 범람하면서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는 등 안전사고까지 발생했다. 주변 상인과 주민들도 도로포장을 교체해 달라는 등의 민원을 지속해서 제기했다.
수영구 온라인 민원 창구에도 최근까지 "차들이 지나다니기 불편하다", "타이어 등 차량이 파손된다". "심야시간 횡단보도 노면 표시가 안 보인다"는 등의 통행 불편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인근에서 30여 년간 건어물 가게를 운영해 온 상인 A(60대·여)씨는 "돌길을 깔고 나니 차가 지나다닐 때마다 탱크가 지나가는 것처럼 소음이 심했다"며 "수로도 초창기에는 관리가 잘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끼가 끼고 낙엽이 구멍을 막는 등 청소가 제대로 안 돼 악취가 심했다"고 말했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상인 B(50대·여)씨도 "도로가 울퉁불퉁해 시장을 오가는 주변 어르신들이 건너가기에도 불편하고 차량 소리도 심했다. 차들이 빨리 달릴 만한 도로가 아닌데 왜 설치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주변 수로도 비 오면 쓰레기로 막혀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특화 거리 조성을 통한 관광 활성화 대신 불만과 민원, 사고 위험만 반복되자 결국 13년 만에 고집을 꺾고 도로를 원상태로 복구한 셈이다.
수영구 관계자는 "남천바다로 일대 도로와 보도에 설치된 수로 구간에서 통행 불편 등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지난해 시로부터 사업비를 받아 올해 일반 아스팔트 도로로 교체하는 등 보행로 정비 사업 등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에서 수영구 일대 하수관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도로를 들어내야 하다 보니 민원 해소를 목적으로 해당 도로를 교체하기로 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사고석의 틈이 벌어지고 마모되는 등 보수도 필요해졌고, 수로와 조형물 등의 사후관리도 어려워 모두 철거한 후 보행로를 좀 더 넓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지역 특색과 동떨어진 도로와 시설을 '유행'이라며 설치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단순히 보기 좋거나 유행에 따라갈 게 아니라 수리·관리 비용과 통행량 등 지역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민해 결정했어야 한다"며 "사후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10여 년 넘게 미관과 보행 환경을 모두 악화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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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민 기자 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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