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연의 여의도 돋보기] "총선 표심? 쉿!"… 증권가에 떨어진 `공매도` 함구령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 줄어 "소탐대실" 비판 목소리
<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공매도 관련해서 물어보시려는 거면, 해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습니다." 평소 자주 통화하던 취재원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다른 건 괜찮지만 공매도 관련 코멘트는 줄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습니다. 아마 다른 취재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겁니다.
이번 주 증시를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단연 '공매도'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공매도 전면 금지'이지요. 일요일이었던 지난 5일 예정에 없던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공매도 전면 금지안을 기습 발표 후 월요일부터 곧바로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되며 하루 만에 증시는 여러 기록을 세웠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대 폭인 134.03포인트 급등하며 단숨에 250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 시장도 7.3% 치솟으며 2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코스닥지수 폭등에 3년 5개월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죠.
하지만 바로 다음날엔 코스피와 코스닥이 다시 급락하면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습니다. '시장 안정'을 내세우며 공매도 금지를 몰아붙였던 정부가 되려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가 공매도 금지만의 영향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 달여전 국감장에서 "이미 개인 투자자들이 요청하는 대로 다 해드렸다"다며 공매도 제도개선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공매도 허용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며 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자본시장 선진화에 역행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당 압력으로 결국 공매도를 금지하게 되면서 금융위 내부 관계자들도 공매도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꺼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자본시장 싱크탱크'를 표방하고 있는 자본시장연구원을 포함한 각종 연구기관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 연구원은 '위'에서 공매도에 대한 함구령이 내려왔다고 귀뜸했습니다.
눈치를 보는 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적인 수급 차원에서의 지수 오르내림과 별개로 공매도 한시적 금지가 우리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묻는 질문에, 애널리스트들 대부분이 실명으로는 코멘트를 주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익명을 약속하자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졌습니다. 정부 금융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이 급감할 수밖에 없단 겁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얻을 수 있는 '득'이 훨씬 클 텐데, 이번 조치로 당분간 몇 년간은 편입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 질 것이란 볼멘소리도 나왔습니다. 소탐대실 격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개인투자자 비중이 굉장히 높은 편이긴 하지만, 결국 국내증시 수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외국인 투자자입니다.
공매도만 금지한다고 증시가 쭉쭉 상승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매도 금지 후 외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를 인용해 "총선을 앞두고 주식시장 침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응한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은 이를 환영하겠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성장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시장이 반등하려면 무엇보다 거시경제가 개선돼야 한다고도 짚었습니다.
블룸버그도 "포퓰리즘적인 매력을 가진 이번 공매도 금지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국내에선 지난 3일 송언석 국민의힘 간사가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같은 당 장동혁 원내대변인에게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 하려고 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죠.
공매도 금지가 '김포 서울 편입'과 마찬가지로 총선 표심을 의식한 조치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 한 애널리스트는 대화 끝에 "이러다 (본인이) 잡혀 가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정부 눈치 보느라 할 말도 못하는 증권가. 누굴 위한, 그리고 무얼 위한 침묵일까요?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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