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 2023] 美 암 극복 프로젝트 기획자 “종양 분자 단위로 보는 정밀의료, 기폭제 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2023. 11. 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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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열려
헨리 로드리게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암임상단백질체연구실장 기조강연
“단백유전체 분석, 유전체 한계 극복하는 잃어버린 생물학”
“정밀의학 암 치료 새 길 열어”
2018년 9월 헨리 로드리게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암임상단백질체연구실장(가운데)이 '바이든 캔서 커뮤니티 서밋' 행사 직후, 본인의 X에 올린 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함께 찍었다./X, Henry Rodriguez

미국 바이든 정부의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문샷’을 이끌고 있는 헨리 로드리게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암임상단백질체연구실장은 9일 “단백유전체학 같은 정밀의료의 발전이 암 정복에 중요한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과의 국제적인 협력이 암 연구와 치료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드리게스 실장은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의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HIF는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이다.

헨리 로드리게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암임상단백질체연구실장이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조선비즈

로드리게스 실장은 미국의 암 정복 프로젝트를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전략보건및암과학담당 부국장을 역임했고, 캔서문샷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캔서문샷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향후 25년간 암 사망률을 절반으로 줄이고 암 환자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로 진행하는 암 정복 프로젝트다.

로드리게스 실장은 특히 프로테오믹스(단백유전체학)의 대가다. 단백유전체학은 유전체 데이터 연구에 단백체 데이터를 추가해서 암의 유형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하고 치료법을 찾는 학문이다. 인간 유전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인류의 건강과 질병의 원인을 찾고,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기조강연을 통해 단백유전체학이 암과의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미국이 암과의 전쟁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든 건 1991년이다. 암 사망률 통계를 집계한 1930년 이후 매년 오르기만 하던 암 사망률이 1991년을 기점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로드리게스 실장은 “1991년 이후 평균 1.5%씩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고, 이는 300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는 의미”라며 “더 중요한 건 2016년부터는 암 사망률 하락폭이 2.3%로 더 커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암 사망자 4명 중 1명은 폐암으로 죽는다. 하지만 2013년에 표적 치료제가 출시된 이후 비소세포폐암을 중심으로 폐암 사망률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로드리게스 실장은 “금연만큼이나 표적 치료제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이런 표적 치료제가 가능했던 건 암 연구와 치료에 단백유전체학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 실장은 DNA와 RNA, 단백질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게 암 연구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임상단백체분석컨소시엄(CPTAC)을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DNA와 RNA만 분석하는 것보다 단백질까지 함께 분석하는 게 더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다. 로드리게스 실장은 “6년 동안 단백유전체 연구를 진행해 11개의 서로 다른 종양 유형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며 “종양의 분자적 특징이 어떻게 다른지 분석하는 ‘범 암(Pan-Cancer)’ 연구로 이어졌고 올해 8월 첫 번째 논문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단백유전체학을 통한 암 연구의 새로운 접근법은 이미 소아 뇌암, 유방암, 난소암, 급성골수성백혈병 같은 종양에서도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로드리게스 실장은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협업을 통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케이스도 소개했다.

로드리게스 실장은 “암 극복을 위한 단백유전체학은 연구 현장에서 그간 간과했던 생물학을 다시 보게하는 데서 시작했다“며 “연구실에서 시작해 곧바로 제약산업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모델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실장은 이런 암 정복 프로젝트에서 한국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드리게스 실장은 지난 9월 한국의 국립암센터와 암 공동 연구를 위한 킥오프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올해 4월 양국 정상이 암 연구와 치료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속조치다. 로드리게스 실장은 “전 세계의 암의 다양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데이터를 공유하고 여러 국가와 기관이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의 연구진은 이미 위암과 췌장암, 담관암에 대한 단백유전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의 연구 분야 협력을 넓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드리게스 실장은 25년 안에 미국 암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추는 ‘캔서문샷’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공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 평균 암 사망률 하락폭을 지금의 2.3%에서 2.7%로 확대해야 가능하다는 게 로드리게스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정밀의료의 혜택을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더 많은 연구를 위해 R&D에 투자하고, 특히 희귀암이나 소아암 같은 분야에는 더욱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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