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의 이간질이었나… 유대인 색출인 줄 알았던 ‘다윗의 별’ 낙서, 배후는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 곳곳에 그려졌던 ‘다윗의 별’ 낙서 사건 배후에 대해, 현지 수사당국은 러시아를 의심하고 있다. 몰도바 출신의 불법 체류자들이 범인으로 지목됐는데, 이들 모두 친러시아 사업가로 추정되는 제3의 인물의 사주를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프랑스에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사건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8일(현지 시각)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파리 검찰은 ‘다윗의 별’ 낙서 사건 용의자로 두 쌍의 커플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한 커플은 체포됐고, 다른 커플은 이미 프랑스를 떠나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모두 몰도바 국적으로 프랑스에 불법 체류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사 중 두 커플 모두 동일한 제삼자와 접촉했다는 점을 파악했다. 검찰은 전날 “파리 지역에 ‘다윗의 별’이 그려진 사건은 해외에 거주하는 이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체포된 커플이 조사 과정에서 ‘제삼자의 지시에 따라 대가를 받고 벌인 일’이라고 진술했다”고 했다.
수사당국은 러시아가 프랑스 내부에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사건을 의도적으로 기획했을 것으로 의심하고있다. 낙서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에서, 커플들이 러시아어로 제삼자 추정 인물과 통화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르몽드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낙서를 사주한 이가 몰도바 국적의 친러시아 사업가 아나톨리 프리젠코라고 보도했다.
르몽드는 자체 분석 결과, 파리 10구에 그려진 ‘다윗의 별’ 사진이 친러시아 선전 네트워크와 연관된 소셜미디어 계정들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됐다고도 했다. 매체는 “프랑스 정보국의 눈으로 볼 때, 이번 사건은 해외에서 프랑스를 ‘불안정화’ 시키려는 조직적인 시도의 가능성으로 보인다”며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반유대주의 정서를 이용해 서방 국가 결속을 약화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기획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의 러시아 전문 연구원인 디미트리 미닉은 “러시아는 반유대주의를 조작하는 등 방식으로 서방 국가들을 약화하는 일에 풍부한 경험이 있다”며 “프랑스에는 유대인과 무슬림 모두가 많고, 반유대주의가 존재하기 때문에 민감한 주제를 끌어오기 용이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은밀한 행동을 통한 심리전과 정보전이 여전히 러시아 군사 전략의 핵심”이라며 “러시아는 이번 낙서 사건을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고, 서구 사회에 균열을 조성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달 30일 밤과 31일 새벽 사이 파리 14구의 아파트와 은행 등 건물 곳곳에 파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진 ‘다윗의 별’이 60개 이상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다윗의 별’은 창문과 현관문 양쪽 곳곳에 칠해졌는데, 이에 일각에서는 유대인 색출을 위해 누군가 유대인이 거주하는 장소에 ‘표식’을 남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육각성(六角星) 모양의 ‘다윗의 별’은 유대인과 유대교의 상징으로, 과거 나치가 유대인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격리하기 위해 이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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