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으로 규정한 몸에 마음 빼앗기지 않길, ‘에브리씽 나우’[플랫]

플랫팀 기자 2023. 11. 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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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에브리씽 나우>는 섭식장애로 치료 센터에서 생활하던 미아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미아가 치료소에 있었던 기간은 7개월.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10대들에게는 7년만큼 긴 시간이었습니다. 미아가 치료소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는 동안 미아의 친구들은 많이 변했습니다. 같이 싫어했던 애랑은 어느새 친구가 되어있고, 대마초도 해봤다고 하고, 자기가 모르는 파티 약속이 있고, ‘순결을 지키자’고 함께 맹세했던 친구는 페스티벌에서 만난 어떤 남자랑 자버렸다고 하죠. 미아는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에브리씽 나우>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촉발제가 되는 사람과 장소, 물건을 피하라.” 학교에는 미아를 자극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미아는 원래 자신이 속해있어야 할 세계에 다시 들어가기 위한 ‘버킷 리스트’, 아니 ‘따라잡기 리스트’를 적습니다. 파티하기, 술 취하기, 키스하기 같은 것들이죠.

리스트의 목록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미아의 감정은 요동칩니다.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행복했다가, 금방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우울해지죠. 문제는 두 상태 모두 먹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즐거울 때는 그 즐거운 행위에 몰입하느라, 우울할 때는 루틴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식사를 하지 않습니다. 음식이 담긴 밀폐용기를 방 이곳저곳에 숨기고, 쓰레기통에 몰래 버리죠.

보통 섭식장애는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에 관한 것이라고들 생각합니다. 치료 센터의 상담사는 바닥에 큰 종이를 펴고, 미아에게 검은색 펜으로 스스로의 외형, ‘아웃라인’을 그려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아에게 그 자리에 누워보라고 한 뒤, 빨간색 펜으로 미아의 실제 외형을 따라 그립니다. 결과는 어떨까요? 미아가 생각한 것보다, 실제 몸을 따라 그린 그림이 훨씬 날씬합니다. 미아는 믿지 못합니다. “저건 사실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죠. 섭식장애는 단순히 예뻐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실제와 정신의 불일치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거식증이 아름다워지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날씬해지고 싶어한다고 말이다. 그 두개가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얼마나 마르든 상관없다. 여전히 이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잘못됐다고. 나에게 뭔가 빠진 것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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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나우> 미아의 친구들. 넷플릭스 제공

시리즈는 섭식장애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합니다. 총 8화 중 한 편은 미아의 남동생, 알렉스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누나가 섭식장애에 걸리면서 온 가족의 관심이 누나에게만 쏠리고, 부모가 싸우고, 그 과정에서 자신은 항상 ‘집안의 든든한 모범생’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 것에 대한 압박을 느끼죠. 알렉스는 가족 상담 때 이렇게 외치는 상상을 합니다. “누나랑 누나의 병이 모든 것을 삼켜버려…천천히 죽는 게 소원이라면 모두 마음 편해지게 그렇게 해 버려.”

시리즈에 폭식이나 음식을 먹고 토하는 것과 같은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섭식장애는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다든가, 무언가 목격한 동생의 충격을 받은 표정을 비추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표현되죠. 이런 장면이 포함돼 있는 에피소드에는 ‘이번 회차에는 섭식장애에 관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는 안내가 나옵니다.

센터 상담사가 미아에게 하는 말은 섭식장애를 앓는 청소년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신체 이형증은 불안 증상이야. 신체 이형증 환자는 집착하게 돼. 주관적으로 규정한 몸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는 거죠. 신체가 몸무게를 줄였다고 해도 정신이 그걸 받아들이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네게 보이는 신체 모습과 감각을 조화하는게 어려울 거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모습이거든. 강력하고 설득력 있으며 감각을 쇠약하게 하는 거짓말이야.”

▼김한솔 기자 hansol@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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