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대첩’ 의상감독X미술감독 직접 밝힌 한복-세트 제작기

김명미 2023. 11. 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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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혼례대첩’ 제공

[뉴스엔 김명미 기자]

‘혼례대첩’ 조상경 의상 감독과 하지희 미술 감독이 ‘한복과 세트 제작기’를 낱낱이 공개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혼례대첩’(극본 하수진, 연출 황승기, 김수진)은 조선 시대 청상부마와 청상과부가 만나 원녀, 광부(조선시대 노처녀와 노총각을 이르는 말) ‘혼례 대작전’을 펼치는 고군분투 중매 코믹 멜로 드라마다.

4회까지 방송된 ‘혼례대첩’은 ‘눈이 즐거운 드라마’로 극찬을 받고 있는 상황.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혼례대첩’ 속 배우들이 입는 복식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공간들의 아름다움, 사소한 부분에도 고증을 신경 쓴 부분에 대해 뜨거운 호응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혼례대첩’의 의상과 미술을 책임지고 있는 조상경 의상 감독과 하지희 미술 감독이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혼례대첩’ 속 궁금했던 한복과 세트의 준비과정을 직접 밝혔다.

먼저 조상경 의상 감독은 ‘혼례대첩’ 의상을 작업하기에 앞서 “100편 넘는 작업을 했지만 ‘로맨틱 코미디 사극’은 처음이었고, KBS와도 첫 작품이라 설레고 떨렸었다”는 소감으로 포문을 열었다. 또한 “대본에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내용을 분석하고 콘셉트를 짜면서 감독님께 조선왕조 500여 년 동안 한복이 얼마나 다채롭고 계속 변화되어왔는지 설명하고 이 작품에 가장 어울릴 것 같아 16, 17세기의 한복 실루엣을 제안했다. 그래서 아마도 가장 사극에서 많이 보이는 조선 후기의 실루엣과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혀 낯설지 않게, 화면에 의상이 튀지 않도록 안배하면서 작업했다. 로맨스를 다루는 이야기의 성격상 제인오스틴의 소설 속 인물들, 한국 풍속화의 인물들, 한국의 식물 사전에 나온 그림들까지 참고하면서 캐스팅된 배우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의상을 찾아가며 작업했다”라고 전했다. 조상경 감독은 ‘혼례대첩’ 의상 콘셉트를 ‘각각의 사랑스러운 연인들에게 공감’으로 잡았다는 말을 남겼다.

이어 조상경 의상 감독은 ‘최고의 울분남’ 심정우(로운)와 ‘중매의 신’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정순덕(조이현)의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에 대해 “보이는 배경과 인물들의 복식은 이 작품만의 리얼리티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감독님께 고증에 관한 부분을 더 강조하면서 말씀드렸는데 감독님도 캐릭터 표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반색했다”라고 토로했다. 그 예시로 극 중에서 열일하는 심정우의 긴 소매의 두루마기를 두고 “소맷자락이 길어서 배우가 연기하기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올곧게 표현된 심정우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한 부분을 강조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순덕이 여주댁 행세를 하느라 복장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부분에 있어서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며 촬영해야 할지 감독님과 여러 상의를 했고, 예고편 의상을 결정할 때 그 과정에서도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다. 여주댁의 치마가 홑겹으로 되어 있는 건 당시 속곳 종류를 최소 4벌 이상 입었었기 때문에 겉치마를 벗은 속치마인데 이것은 배우의 움직임을 위한 것이지만 조선 사대부가 여인들의 치마가 끌려서 앞 주름을 잡은 ‘거들 치마’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라며 당시 사대부 여인들의 복식을 연구하고, 이를 이중생활 중인 정순덕의 의상에 투영했음을 털어놨다.

시청자들이 가장 열광했던 심정우의 연분홍 단령과 정순덕이 들고 다니는 한복 소재의 크로스백을 두고는 “혼례, 방방례, 궁에서 평소 입는 시복(분홍색 단령), 흑단령 등은 모두 조사 후 품계에 맞는 색상의 관복을 착용하게 했다. 정순덕이 들고 다니는 크로스백의 경우, 여주인공의 중요 소품이라 직접 제작했다. 장옷과 함께 정순덕의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마치 1인 2역처럼 극 중 인물들을 속여야 하는 설정이 있어서 배우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도록 한국의 조각보 방식으로 바느질하고, 생동감 있는 배색으로 한복 색상에 맞춰 봇짐을 디자인했다. 감독님이 ‘굿즈 아이템’이라고 칭찬해주시기도 했다”라며 치열했던 제작과정을 소개했다.

조상경 의상 감독은 SNS에서 화제를 모은 ‘티저 포스터’ 속 실제 갓과 풍잠 등과 관련해 “가능한 장인분들의 작품을 사용하고 싶었고, 그 중 꼭 보여줬으면 하는 것 중 하나가 갓이었다. 박창영 선생님의 갓으로 제작 기간도 오래 걸렸고, 제작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알아봐 주시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여기에 “여인들의 당저고리, 관복에 사용된 흉배, 왕의 융복에 쓴 전립, 조단역 아녀자들의 속바지 등 당대의 복식 양식을 맞추기 위해 소소한 소품을 새롭게 준비했는데, 이전 다른 사극 작품들에 참여했을 때 고증에 신경을 써 제작한 부분을 오히려 보시는 분들이 생경하다 느끼시기도 해서, 사극 의상을 맡을 때마다 이 점을 더욱 신경쓰며 작업하고 있다”라는 말과 동시에 “대본에 맞춰 한복 제작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계속해서 ‘혼례대첩’ 속 의상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반면 ‘혼례대첩’의 특색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낸 하지희 미술 감독은 전체적인 ‘혼례대첩’ 미술 콘셉트에 대해 “‘혼례대첩’의 장르가 로맨스 코미디물이라 무엇보다 밝고 경쾌한 공간 연출에 주력했다”라고 꼬집으며 주목해야 할 공간으로 ‘경운재’와 ‘세책방과 비밀창고’, ‘박씨부인 방’을 강조했다.

하지희 미술 감독은 ‘경운재’ 공간 제작을 두고 “청상부마 심정우가 8년이란 시간을 지내 온 고독한 공간이자 부마란 지위에 걸맞은 위용과 품격을 지녀야 하므로, 한옥 본연의 건축방식을 그대로 재현하여 제작했다.(‘5량 지붕구조의 한옥’으로 세트 목공팀이 아닌 한옥 건축 목공팀이 제작했다) 현존하는 99칸 고택을 보더라도, 실제 대청마루나 방은 매우 작다. 그러나 심정우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선 높은 층고와 위엄 있는 지붕 구조, 풍류를 즐기기 위한 누마루가 필요했고, 이에 한옥 건축방식을 기본 토대로 하되 다양한 극 중 공간의 쓰임새에 맞게 한옥을 재해석하여 경운재를 제작했다”라며 “경운재는 외로움과 고독, 그 와중에 자기 멋에 빠져 사는 유쾌한 정우라는 인물을 그대로 표현한다. 큰 공간 속에서 홀로 앉아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상소를 쓰는 우리의 울분남 심정우는, 화면 속에서 더욱 고결하고 애처롭게 다가갈 것이다”라고 ‘경운재’ 속 담긴 의미를 알렸다.

하지희 감독은 ‘세책방과 비밀창고’를 두고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힘들게 작업한 공간이라고 고백했다. “‘세책방과 비밀창고’는 한 공간이 갖는 특징이 다소 모순되고 상반되며 충족시켜야 할 요건이 너무나 많았다”라며 은폐되어 있는데 자유로우며 밝고, 면적은 작은데 다수가 모이면 좁지 않은 등등 복합적인 요소가 담긴 곳임을 털어놨다. 특히 대본 초반에 비밀창고가 반지하 구조로 묘사가 되었기에 재현이 쉽지 않았다면서 “정우와 순덕의 다양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라 감독님과 상의 후 어두컴컴한 반지하 구조를 과감히 버리기로 했으며 은폐되고 버려진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사랑을 꿈꾸고 그리는 인물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자연의 채광, 녹색식물이 주는 싱그러움을 표현하고자 커다란 버드나무를 심었다. 하늘을 메우고 바람에 흩날리는 버드나무 잎사귀와 오래된 이끼, 자갈 등 실내 세트지만 흡사 외부인 듯 착각이 들도록 공간 조성을 했다”라며 작은 부분에도 신경을 썼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세책방’ 세트에서는 “‘비밀창고’에서 몰래 엿듣는 씬의 특징을 살려 아예 도둑고양이처럼 기어 다니며 듣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세책방 창 쪽이 비밀창고의 다락방과 연결되는 재미난 요소를 심어놨다”라며 흥미로웠던 세책방 장면의 비밀을 밝혔다.

하지희 미술감독은 ‘박씨부인 방’에 대해 “박씨부인의 권력과 야욕을 나타내기 위해, 궁 교태전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삼았다. 마치 중전의 방을 연상시키는 주색 가구와 병풍, 들창과 창호살(낙선재 문양)을 특징적으로 사용했다. 여기에 붉은 자수 병풍의 이미지는 ‘동물의 뿔’을 연상시키는데, 박씨의 잠재된 세력과 잔혹함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성난 뿔을 갖고 있는 그녀의 캐릭터가 시청자분들께 효과적으로 전달되길 기대한다”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더욱이 박씨부인 방에 있는 ‘붉은 자주 병풍’이 가장 까다롭고 힘든 제작물이라고 고백하며 “좌상댁 안채라는 평범한 공간에 교태전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투톤(흰색과 주색)의 콘셉트를 확실히 보여주고자 했다. 화면 속에서 가장 대면적을 차지하는 게 인물 뒤 병풍이므로, 도안 스케치부터 자수 작업까지 일일이 중간 검수를 거쳐 제작했다. 우선 동양화 작가를 섭외하여 ‘뿔’을 형상화하는 매화나무 스케치를 시작으로 약 2달간의 기간을 거쳤다. 하지만 결코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으로 주색 자수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고, 다채로운 실 색상이 변수였다. 수를 놓으며 배경지가 우글거리는 현상까지 수반되자,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기를 수십 차례 걸쳐 촬영 일 바로 직전에 가까스로 완성했다. 정말 ‘애증의 소품’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작업을 도맡아 했던 김아름 인테리어 디자이너 덕분에 박씨부인 방은 콘셉트가 명료하고 안정된 공간 분위기가 나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이외에도 박씨부인의 의외의 취미를 엿볼 수 있는 활, 검 세트도 안채 곳곳에 놓여 있으니 화면으로 확인하시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며 깜짝 시청팁을 덧붙였다.

하지희 미술감독은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된 전주 박계호 선자장이 만든 정우의 부채나 ‘마님의 사생활’과 같은 서책 소품 등의 준비과정까지 속 시원히 공개했다. “심정우의 신장이 여타 배우들보다 매우 크고, 왕족이라는 신분으로 미루어볼 때 인물이 갖고 다니는 부채 또한 평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존 부채보다 더 큼직하고 고급스러우며, 색상 또한 배우의 의상과도 잘 어울려야 하므로 시판 부채를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어 특별히 주문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총 3가지 색으로 의뢰 드렸고, 10일 정도의 제작 기간을 거쳐 받게 됐다. 전주의 대표적인 장인께서 손수 만드신 작품이라 부채의 품질은 더할 나위 없고, 무엇보다 정우의 캐릭터가 효과적으로 돋보여서 장인분께 거듭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심정우와 정순덕이 처음 얽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소품인 ‘마님의 사생활’ 서책을 일일이 미술팀에서 손수 제작했다며 “표지 디자인부터 화록 인장까지 여러 시안을 갖고 감독님과 협의 후, 최종본을 결정했다. 서책 내용은 우선 보조 작가님께 전달받은 뒤 서예 작가분께 별도 의뢰하여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수량이 엄청 많을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서책의 경우, 내용까지 실제 글씨로 채워야 했기에 제작 기간이 상당 시간 요구됐다. 제본 또한 고증에 맞춰 해야 하므로 나름의 노하우가 있어야 했는데 대하사극만 30년 하셨던 소품팀 선배님들의 노고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진 책이 ‘마님의 사생활’이다. 이 밖에도 ‘경운재’ 서재에 있는 수십 권의 서책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제작됐다. 간혹 낡은 느낌을 내기 위해, 커피를 부어가며 에이징 작업을 하는데, 소품 제작 노하우가 굉장히 재미있는 게 많지만 모두 설명드리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라며 화면 속 소소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기는 미술팀의 피, 땀, 눈물의 제작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하지희 미술감독은 시청자들에게 “앞서 설명드린 대로, 인물이 사는 공간은 그 인물을 대변한다. 전체적인 공간의 톤, 색감, 규모와 작게는 주변에 놓인 소품까지, 허투루 한 건 하나도 없다. 은유적인 메시지 전달로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존재해야 하기에 미술팀 수십 명이 머리를 맞대고 준비했다. 재미있는 스토리,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화면 속 공간을 한 번씩만 훑어봐 주신다면, 미술 스태프로서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혼례대첩’ 16부까지 즐겁게 시청해주시길 바란다”라는 진심 어린 부탁을 건넸다.

(사진=KBS 2TV '혼례대첩' 제공)

뉴스엔 김명미 mm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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