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와 함께하는 추억여행 '마이 샤이니 월드'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2023. 11. 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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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사진=SM엔터테인먼트

"샤이니 이즈 백(SHINee's back)"

익숙한 소리가 관객을 반긴다. 이는 데뷔 15년 차 아이돌 샤이니(SHINee)의 무대가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이자 샤이니월드(샤이니 팬덤 명, 이하 '샤월')의 심장을 거세게 두드리는 주문과 다름없다. 공연장에서 들린다면 설렘으로 발걸음이 가벼워지겠지만, 커다란 스크린만이 빛을 발하는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들리니 사뭇 어색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샤이니의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특별 기획된 영화 'MY SHINee WORLD'(마이 샤이니 월드, 감독 이후빈)가 지난 3일 개봉했기 때문이다. 영화관의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즈음이면, 샤이니 무대처럼 반짝이는 주문과 함께 영화의 막이 오른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여성이 어떤 공간에 발을 들인다. 분명 처음 보는 공간임에도 친근함이 느껴지는 건, 자신의 공간과 혹은 주변인의 공간과 닮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퇴근한 길인지 양어깨 가득 피곤을 업은 채 돌아온 그는 모든 게 샤이니로 가득한 공간에서 귀에 들려오는 샤이니의 음악을 들으며 샤이니 앨범을 본다. 이내 피로가 싹 가신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모습은 그가 샤월임을 짐작게 한다. 피곤했던 하루의 끝을 샤이니로 기분 좋게 마무리한 샤월을 따라 샤이니가 데뷔했던 2008년으로 영화는 시간을 거슬러 간다. 과거로 돌아왔기에 직장인 샤월은 대학 입시가 인생에 가장 중요한 과업인 학생 샤월이 돼 있다. 그의 공부 능률을 올리는 건 샤이니로 도배된 학용품이고, 그의 학업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건 샤이니의 음악이며, 샤이니 포스터로 가득한 자신의 공간이다. 학생 샤월이 CD플레이어로 음악을 틀면 영화는 샤이니의 단독 콘서트 실황으로 관객을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짧은 인트로 영상만으로도 관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임머신에 올라탄 것처럼 영화 속 샤월에 이입해 샤이니의 음악으로 빠져든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도착한 공연장에는 푹푹함과 싱그러운 청량함으로 '누난 너무 예뻐'를 외치는 샤이니가 관객을 반긴다. 생생한 음향, 관객석을 가득 채운 샤월들의 뜨거운 열기는 마치 콘서트장을 고스란히 옮긴 듯한 착각을 선사할 정도다. 무엇보다 공연장 영상 실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회차별로 교차 편집해 다수의 콘서트 영화와 차별점을 보여준다. 데뷔곡을 시작으로 '산소 같은 너' '사.계.한' '줄리엣' '링딩동' '루시퍼' '셜록' 'View'(뷰) 등 샤이니의 익숙한 노래가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영화에 깊게 몰입한 나머지 '재연'을 열창하는 샤월들과 함께 좌석에 앉아 자신도 모르게 함께 노래를 부르게 될지도, '투명 우산' 무대 말미엔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종현의 뒷모습에 손을 내밀지도 모른다. 그렇게 샤이니의 무대를 즐기다 보면, 올해 발매된 '하드' '주스' '더 필링' 무대와 함께 영화는 마지막을 향해간다.

영화 제목을 직역하면 '나의 샤이니 세상'이지만, 러닝타임을 채우는 건 샤이니로 쓴 '누군가'의 세상이다. 무대에 서는 샤이니의 이야기이자, 데뷔부터 16년 차 현역 아이돌로 여전히 활동 중인 샤이니의 성장을 지켜본 샤월 한 명 한 명이 함께 써 내려간 이야기이다. 그리고 샤이니의 팬은 아니라 할지라도 영화에 등장하는 샤이니 대표곡을 듣고 떠오르는 추억이 있는, 그때 그 시절을 공유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라도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기서 상업 영화로서 '마이 샤이니 월드'의 포인트가 드러난다. 샤이니의 데뷔 1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한 영화인 만큼, 샤이니와 샤월은 물론 일반 관객 또한 영화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감독은 지난 6월 개최된 'SHINee WORLD VI PERFECT ILLUMINATION'(샤이니 월드 VI 퍼펙트 일루미네이션)까지 샤이니의 단독 콘서트 실황을 중심으로 공연장의 생생함을 영화로 옮기되, 대중에게 익숙한 히트곡을 중심으로 총 23곡을 선별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여기에 샤월들에게 직접 받은 손때 묻은 애장품으로 꾸민 샤월의 방 세트를 통해 관객이 영화에 빠져들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관객이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가 된 영화 속 샤월은 인생의 가장 찬란하게 빛났지만 커다란 스트레스도 동시에 받아야 했던 10대 20대 시절, 그리고 현실의 모습까지 보여주며 샤이니와 함께 성장하고 샤이니의 노래를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었던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샤이니 멤버 키와 민호, 태민도 샤월의 방을 찾는다. 이곳에서 지난 앨범과 포스터, 응원봉과 MD등을 살펴보며 추억에 젖은 멤버들은 지난 15년을 회고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돌 세계에 '마의 7년'이라 불리는 시간이 자신들에겐 없었다고 돌아본 세 사람은 삶의 원동력을 콘서트 무대에서 찾는가 하면, 샤이니로 활동하며 이룬 것에 성취감을 느끼고, 타인들이 감탄하는 앨범을 낼 때마다 뿌듯하다고 털어놓는다. 이 같은 고백은 샤이니의 역사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방점을 찍는다.

데뷔 초 샤이니는 음악과 춤, 패션 등 모든 부문에서 시대에 맞는 트렌드를 제시하며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당차게 다짐했다. 이는 당시 활동 중인 아이돌들과는 다른 분위기였기에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이후 샤이니는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약속을 지켰고, 새로운 음악으로 청중의 만족도까지 높였다. 데뷔 16년 차, 여전히 이들은 '샤이니다움'으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음악은 공감각적 추억을 소환한다. 어떤 음악을 들음으로써 함께 들었던 누군가가 생각나고, 음악을 자주 듣던 공간과 시간, 당시 느껴지던 온도와 습도와 향기까지 연쇄적으로 기억을 끌어온다. 때로는 잊고 있던 상황이 생생하게 재생되는 느낌까지 선사한다. 이처럼 추억을 가득 품은 음악은 선물과 같다. 샤이니는 현재진행형인 아이돌 그룹임에도 '추억'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곡을 영화 러닝타임 내내 채운다. 현재진행형인 아이돌 그룹, 그럼에도 '추억'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그룹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어려운 걸 해내는 건, 샤이니이기에 가능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종현의 손글씨처럼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길". 보태서 오래도록 반짝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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