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2차전 드라마 주역들 "너무 맞아서 눈물날 뻔", "나도 때릴 걸"

잠실=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2023. 11. 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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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하는 고우석(오른쪽)과 박동원.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LG 트윈스 포수 박동원(33)이 대역전극의 하이라이트를 썼고, 클로저 고우석(25)이 마침표를 찍었다.

LG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 시즌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홈 2차전에서 5 대 4 역전승을 거뒀다. 1승 1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무려 21년이 걸린 LG의 한국시리즈 승리였다. 박동원과 고우석이 이끌었다. 박동원은 8회 말 1사 2루, 팀이 3 대 4로 뒤진 상황에서 상대 필승조 박영현의 초구 체인지업을 통타, 좌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고우석은 9회초 팀의 8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상대 타자 3명을 완벽하게 요리했다. 탈삼진 2개를 곁들이며 1차전 실투를 완벽하게 만회한 완벽한 투구였다. 한국시리즈에선 개인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8회 말 1사 2루 LG 박동원이 2점 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후 박동원은 먼저 이날 경기를 조목조목 되짚었다. 우선 홈런 당시를 떠올렸다.

박동원은 "솔직하게 말하면 타석에 들어서면서 3루수 쪽을 먼저 쳐다봤다"면서 "어떻게든 살아 나가고 싶어서 번트를 댈까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상대 투수의 구위가 워낙 좋아서 타이밍만 잘 맞추자는 생각으로 타격했는데, 잘 맞은 것 같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당시 기분에 대해선 "무척이나 짜릿했다. 좋아서 눈물이 날 뻔했다"고 전했다. 박동원은 "팀 동료들이 너무 많이 때렸다. 많이 맞아서 눈물이 살짝 고였다"고 농담 섞인 말도 했다.

박동원은 본업인 포수로서도 제 몫을 다 해냈다. LG는 선발 투수 최원태가 1회에만 4점을 내주며 ⅓이닝 만에 교체돼 초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빠른 교체를 통해 투수를 8명이나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박동원은 이들과 함께 kt 타선에 단 1점도 허용치 않았다.

포수 입장에선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가 계속 바뀌어 부담이 됐을 법도 하다. 그러나 박동원은 "생각보다 불펜 투수들이 잘 던졌다. 페넌트 레이스 땐 제구가 좋지 않았던 투수도 있는데 그런 점이 전혀 없었다"며 "집중력이 좋아서 실점하지 않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대한민국 최고 마무리 투수"라는 극찬과 함께 동석한 고우석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동원은 "1차전에서도 잘 던졌는데, 커브 하나가 실투가 나왔다. 아쉬웠다"면서도 "2차전을 앞두고는 고우석에게 또 실수하지 말자고 얘기했다. 충분히 공이 좋은 투수"라고 추켜세웠다.

깔끔한 마무리 역투로 승리 굳힌 고우석. 연합뉴스


칭찬을 들은 고우석 역시 박동원에 화답했다. 고우석은 "어제는 어제일 뿐, 오늘 경기에 최대한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다"며 "그나마 달라진 점은, 힘을 빼고 동원이 형의 글러브만 보고 던지자는 마음이었다"고 믿음을 보였다.

고우석은 지난 1차전에서도 2 대 2 상황에서 9회 등판했지만 kt 문상철에 커브를 공략당했다. 좌측 담장 상단을 때리는 안타를 허용했고, 그 사이 1루에 있던 주자가 홈 베이스를 밟아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결과는 2 대 3, LG의 패배였다.

베테랑 선배들은 고우석에 어떤 조언을 건넸을까. 고우석은 "라커룸 분위기는 비슷했다"고 했다. 이어 "1차전에서 승리를 놓쳤지만 (김)현수 형, (오)지환이 형, (박)해민이 형 등이 몸 상태에 대해서 물어봤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며 "가을 야구 중에서도 한국시리즈는 확실히 무게감이 다르다. 형들의 얘기들이 리프레시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또 "감독님께서는 우선 제구가 잘 안 될 때, 카운트를 잡아가는 상황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며 염 감독과 뒷얘기도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하고 싶은 대로, 그리고 포수가 사인을 주는 대로 던지라고 말해주셨다"고 첨언했다.

인터뷰 중인 고우석(왼쪽)과 박동원. 이우섭 기자


고우석이 본 박동원의 역전 홈런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당시 고우석은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우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연패에 빠질 뻔한 팀을 수렁에서 건져냈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제가 상대 타자들을 막아낸 순간보다 동원이 형의 홈런 순간이 훨씬 짜릿했다"며 "동료들이 동원이 형을 때릴 때 같이 때렸어야 하는데 몸을 푸느라 못 때려서 아쉽다"고 장난스레 말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두 선수는 팬들에 대한 무한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날 잠실구장엔 2만3750명 만원 관중이 들어섰다. 1차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이다.

박동원은 "관중석을 보면, 유광 점퍼를 입고 노란 수건을 들고 응원하는 팬들이 많았다"며 "그 광경을 보고 '우린 2만 명과 함께 싸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어 "LG 팬 분들은 정말 큰 힘이 된다"고 자부심을 가졌다.

'엘린이' 출신 고우석도 마찬가지다. 고우석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때마다, 야구를 하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된다"며 "1차전 결과는 좋지 않았어도, 2차전 승리로 즐겁고 기쁜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홈에서 먼저 1패를 내주며 한국시리즈 불안한 시작을 보인 LG는 찌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1승 1패 균형을 맞췄다. 이제 LG는 수원으로 무대를 옮겨 적지에서 승리를 노린다. 대역전극을 써낸 박동원과 고우석이 남은 시리즈에서도 팀이 염원하는 목표를 이뤄내는 데 도움이 될지 두고볼 점이다.

잠실=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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