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위기의 일본 자민당…어이없는 제1야당

박상진 기자 2023. 11. 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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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정권의 지지율 하락이 위기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지난주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서 정권 지지율이 28%까지 떨어졌다. 우리 주민등록증 같은 마이넘버카드 사태에서 비롯된 지지율 추락이 좀처럼 회복이 안 되는 형국이다.

대대적 개각 후 연이은 낙마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사진=AP, 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지난 9월 중순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했다. 물갈이를 통해 국정 쇄신을 꾀하려는 방책으로 가미카와 전 법무상을 21년 만에 여성 외무상으로 임명하는 등 여성 각료를 등용했고, 자민당 선거대책본부장에도 오부치 전 총리의 딸을 임명했다. 기시다 총리의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재선을 위한 인사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여성 인재 등용 등에 대해서는 개각 직후 일정 부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대대적인 인사가 있고 1달 남짓 지나서부터 문제는 터져 나왔다.

지난달 하순 '주간문춘'에 야마다 문부과학성 정무관(차관급)의 성매매 기사가 실렸다. 해당 기사에는 야마다 정무관이 퇴근 후 20대 여성을 만나 호텔에 들어갔다 나오는 사진까지 실렸다. 기사가 나간 뒤 야마다 정무관은 "성매매는 아니고 불륜"이라고 주장했지만 어떤 이유가 됐든 사의는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나 이번에는 역시 차관급인 법무 부대신이 문제가 됐다. 가키자와 부대신은 지난 4월 도쿄 구청장 선거에 나온 구청장 후보에게 인터넷 유료 광고를 하라고 제안한 사실이 드러난 것. 일본 선거법상 인터넷 유료 광고는 자금 동원력이 강한 쪽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유로 2013년부터 금지돼 있다. 법무성의 부대신이 법에 금지돼 있는 것을 후보자에게 제안을 한 것이다. 도쿄지검 특수부에서 압수수색 등 수사에 돌입하자 가키자와 부대신도 사표를 제출했다.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부처의 정무관이 성매매를 했다는 것과 법무 행정을 담당하는 차관이 선거법 위반을 종용했다는 것에 여론은 싸늘했다. 연이은 차관급 인사가 낙마로 기시다 총리가 국회 답변을 통해 "임명자로서 책임을 느끼고 신뢰 회복을 위해 앞서 노력하겠다"라고 반성할 정도였다.

감세정책도 여론은 '싸늘'


기시다 총리가 지지율 회복을 위해 밀고 있는 다른 카드인 경제 대책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평소 성격과 달리 국회 연설에서 큰 소리로 경제를 3번씩이나 외쳐가며 1인당 4만 엔씩의 소득세 감세안을 들고 나왔지만,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60%를 넘는다. 1회에 한해 세금을 줄여 주는지는 모르지만 일본 국민 입장에서는 앞으로 논의될 저출산, 국방비 증액 모두 증세 이슈다. 정부는 증세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조 엔에 달하는 예산 증액을 국채로만 충당한다면 국가 재정에 문제가 올 것이 뻔한 상황에서 결국 증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걸 국민은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4만 엔 세금 줄여준다는 정책을 누가 환영하겠는가. 지난해 10월 정권 출범 이후 최저 지지율이 나오는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민주당 "5년 뒤 정권 교체"

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 대표 이즈미 겐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런 가운데 제1야당 민주당에서는 얼마 전 이즈미 대표가 "5년 안에 정권 교체를 하겠다"고 말해 문제가 됐다. 대통령제도 아닌 일본의 제1야당 대표가 5년 안에 정권을 잡겠다고 말한 것은 현재로선 정권을 맡을 능력이 없다는 말 아니냐는 말로 해석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런 스탠스를 보인 것은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12월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 당시에도 민주당 고위 관계자가 정권 교체 질문을 받고 "차차기 정도에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수권 정당을 표방한다는 제1야당이 차차기 정권을 운운한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결국 민주당은 아직 국정을 운영할 준비가 안 됐다고 스스로 고백한 것인데 현 대표까지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다.

물론 이즈미 대표 발언에 렌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나는 언젠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올렸고, 한 중진 의원은 "(이즈미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이 현 정권을 향후 5년도 허용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제1야당의 존재 의의에 관련된다"고 일침을 놓았다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이즈미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정권 교체는)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라고 진화에 나섰다.

아오키 전 관방장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정치에 '아오키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아오키 전 관방장관이 말한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정권 지지율과 자민당 지지율을 합쳐 50%를 넘지 못하면 결국 정권이 와해된다는 것이다.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했고 자민당 지지율도 30%대를 넘지 못하고 있지만 둘을 합쳐 가까스로 50%대를 넘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당내 파벌인 아베파는 수장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고, 마땅한 후임도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이런 지지율을 가진 여당에 대해 "5년 내에 정권 교체하겠다"고 나오는 제1야당이 있다는 것은 기시다 총리가 운이 좋다고밖에 볼 수 없다.

박상진 기자 nj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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