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재건축 최대어 7단지, 신탁방식 놓고 주민간 이견

신유진 기자 2023. 11. 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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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록]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7단지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10월30일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7단지 정문 모습. /사진=신유진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7단지(목동7단지)가 재건축 사업방식을 놓고 혼란에 빠졌다. 한 단지에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가 정비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재건축준비위원회(준비위)로 나뉘면서 각기 다른 의견을 내고 있어서다. 1987년 완공, 올해로 입주 37년차를 맞은 목동7단지는 34개동 255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가구 수가 많아 재건축 대장주로 꼽힌다.

지난 10월30일 찾은 양천구 목동7단지. 정문으로 들어가니 추진위와 준비위가 각각 걸어놓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추진위가 걸어놓은 현수막엔 '적법절차에 의한 선호도 조사, 경쟁입찰로 신탁사 체결이 무슨 문제인가? 준비위는 추진위의 발목잡기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라고 쓰여 있었다. 옆엔 준비위가 걸어놓은 현수막이 있었고 '추진위와 코람코신탁사의 밀실계약, 소유주를 기만 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단지 내부로 들어가면 2500여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답게 어린이집, 상가 등이 모여있고 횡단보도도 많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도 곳곳에 있어 흡사 한 마을을 연상케 했다.

준비위가 걸어놓은 현수막이 보인다. 현수막엔 '추진위와 코람코신탁사의 밀실계약, 소유주를 기만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목동7단지에서 잡음이 시작된 것은 코람코자산신탁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부터 비롯됐다. 코람코는 지난 10월24일 추진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목동7단지 신탁방식 정비사업 예비신탁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준비위 측은 추진위가 코람코를 신탁방식 예비신탁사로 선정한 것은 불법이라며 소유주들과 사업방식 결정에 관한 투표를 진행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준비위 관계자는 "(추진위는)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 겸임 위반 등으로 해임된 전 위원장과 동대표 선거관리 위원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단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진위 측이 동대표 지위를 이용해 소유주 개인정보를 관리사무소로부터 취득하는 등 불법적인 홍보로 재건축 방식(신탁 또는 조합) 소유주 투표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제44조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동별대표자(배우자·직계존비속 포함) 등은 정비사업 조합 준비위원회 임원을 겸할 수 없다. 준비위는 2018년 2월부터 공식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해온 단체는 '준비위'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준비위는 현재 1000여명의 소유주가 모인 카카오톡 메시지 그룹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다.

목동7단지 정문으로 들어가니 추진위와 준비위가 각각 걸어놓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추진위가 걸어놓은 현수막엔 '적법절차에 의한 선호도 조사, 경쟁입찰로 신탁사 체결이 무슨 문제인가? 준비위는 추진위의 발목잡기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라고 쓰여 있었다. /사진=신유진 기자



추진위 "겸직할 당시 아무 말 없었다"


추진위 측은 추진위원장이 해임 이전부터 신탁방식의 재건축사업을 주장했고 일부 소유주가 반대하면서 마찰을 빚었다고 밝혔다. 이후 반대하는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해임투표가 진행돼 결국 준비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동대표와 위원장을 겸직할 당시엔 아무 말이 없다가 사업방식을 놓고 해임시킨 뒤 (해임 이유에 대해) 겸직 금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코람코와 MOU를 체결한 것과 관련해선 '입찰과정은 투명했다'며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소유주를 대상으로 지난 9월 정비사업 방식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신탁방식 선호도가 절반이 넘었기에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10월6일부터 10일까지 조달청 누리장터에 신탁사 입찰 공고를 게재했다"고 했다. 다만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코람코가 입찰에 참여해 예비 신탁사로 선정됐다. 추진위 관계자는 "목동7단지엔 공식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아직 설립되지 않았다"며 "정식 단체는 도시정비사업법 구역 지정 고시 이후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준비위 "추진위, 코람코와 MOU 황당하다"… 양천구 "법적 문제없다"


단지 내부로 들어가면 2500여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답게 어린이집, 상가 등이 모여있고 횡단보도도 많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도 곳곳에 있어 흡사 한 마을을 연상케 했다. /사진=신유진 기자

준비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소유주들 대부분에게 투표 의사도 묻지 않고 임의로 MOU를 체결했다고 꼬집었다. 준비위 관계자는 "신탁사 선정에 관한 법적 기준이 없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토부에서 신탁 방식을 장려하고 있지만 엄격한 기준과 지침을 만들어 놔야 한다"고 했다.

준비위에 따르면 내년 재건축 방식의 결정을 앞두고 입주민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정비구역 지정 시기가 좋다는 의견이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준비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소유주 대상으로 투표해 조합 또는 신탁사업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탁사 선정 시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준비위 관계자는 "정비구역 지정 후 소유주 50% 이상의 투표에 의해 신탁사를 선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일 낮임에도 주차장엔 차들로 꽉찼다. /사진=신유진 기자
준비위의 반대로 코람코 역시 모호한 입장이 됐다. 코람코 관계자는 "입찰 공고를 보고 사업성을 판단해 추진위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며 "추진위와 준비위의 의견이 통일돼야 신탁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지 등 소유자들의 협의 과정에서 신탁사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경우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관할 자치단체 양천구청은 추진위와 코람코의 예비신탁사 MOU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동대표와 위원장 겸임 금지도 규정 위반이나 구청은 시정명령만을 내릴 수 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관리규약상 동대표와 위원장이 겸직 금지여서 행정지도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내린다"며 "관리규약을 어긴다고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관리규약일 뿐 공식 절차를 밟은 위원회(단체)가 설립되지 않는 이상 정비사업은 내부 분열이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 있다. 이에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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