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정범식 감독의 특급 용병술 비결은?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11. 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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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가히 '스타 제조기'답다. 정범식 감독이 영화 '뉴 노멀'로 또 한 번 보석 같은 신인을 발굴했다.  무대 위에서 반짝이던 '트로트 왕자' 정동원을 스크린으로 소환,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위하준, '재벌집 막내아들' 박지현, '더 글로리' 박성훈·박지아 등 안방극장을 휩쓴 쟁쟁한 배우들. 이들의 대박 흥행 이전을 거슬러 올라가면 '정범식 감독 픽'으로 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하준·박지현·박성훈은 '곤지암'(2018), 박지아는 '기담'(2007)에서 먼저 얼굴을 알린 바, 모두 정범식 감독의 전작들을 발판 삼아 어엿한 대세로 거듭난 것이다.

이처럼 남다른 선구안을 자랑하는 정범식 감독은 지난 8일 개봉한 신작 '뉴 노멀'에서도 어김없이 그 특기를 발휘했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 전 이유미를 섭외했을 뿐만 아니라, '트로트 신동' 정동원에게 연기자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이다. 당시 중고 신인이던 이유미를 일찌감치 점찍고 캐스팅한 것도 놀랍지만, 정동원은 당사자도 "날 왜 선택하셨을까" 되물을 정도로 뜻밖의 출연 제안이었다. 정동원의 '뉴 노멀' 촬영은 2022년 첫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보다도 훨씬 이전인 2021년으로 생애 첫 연기 도전이었다.

게다가 '뉴 노멀'은 공포가 일상이 되어버린 새로운 시대에 도착한 옴니버스 '말세 스릴러'. 정동원이 맡은 승진은 영웅이 되고 싶은 중학생 캐릭터다. 여기에 정동원을 떠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정범식 감독은 "캐스팅 단계에서 연출부가 꽤 많은 유명 아역 리스트를 뽑아줬다. 근데 유명 아역들은 어떻게 보면 다듬어지고 만들어진 연기를 한다고 해야 할까, 승진과는 맞지 않았다. 제가 원하는 역할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있고 어떤 식이든 결정을 내릴 때 우유부단한 머쓱함, 불안감을 지닌 진짜 현실에 있는 아이가 필요했다. 제가 다 아닌 거 같다 계속 그러다가 불현듯 '(정)동원이 어떨까?' 제안한 거였는데 스태프들도 '무슨 동원이요?' 하며 놀라더라"라고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냈다.

이어 그는 "제가 TV에서 본 정동원의 눈빛은 시청자와 교류를 갖게 해서 충분히 자질이 있다고 느낀 거다. 그리고 동원이에 대해 스쳐 지나가며 접한 정보들이 있었다. 동원이가 워낙 귀엽고 주변 어르신들도 다 좋아하는 국민적인 호감을 사는 친구 아니냐. 저 역시 호감도를 갖고 무대를 지켜봐왔다. 동원이와 돌아가신 할아버지와의 관계가 담긴 다큐멘터리도 봤고. 딱 제가 원하는 승진의 모습이었다. 어머니도 캐스팅을 잘했다고 무척 좋아하셨다"라는 이유를 답했다.

갑작스러운 연기 제안에 정동원의 반응은 어땠을까. 정범식 감독은 "동원이의 첫 마디도 '제가 왜요? 제가 연기요?'라는 연출부와 같은 얼떨떨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이런 이런 작품이야' 설명을 해주니까 관심을 보였다. 첫 미팅하면서는 재밌던 게 동원이가 진짜 뭐든 열심히 하더라. '연기 학원을 다니겠다'고 해서, 제가 절대 안 된다고 '나랑만 하자' 말렸던 기억이 난다. 대신 저도 연기를 공부(동국대 연극영화과)한 연출자라 칠판에 '연기란?'이라고 적고 동원이에게 속성 강의를 해줬다"라고 회상했다.

정동원의 첫 촬영 관련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정범식 감독은 "마음을 비우고 현장에서 만나자 그랬는데, 동원이가 엄청 긴장한 채로 왔다. 첫 촬영은 버스정류장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며 웃는 장면이었다. 동원이가 조금 웃을 수 있고, 많이, 중간 버전도 있다며 얼마큼 웃었으면 좋겠냐고 묻더라. '웃긴 만큼 웃어라' 했더니 자기가 잘못 웃거나 틀리면 어떡하냐고 걱정이 많았다. '다시 하면 되지'라는 제 말에 그제야 안심했다. 아무래도 라이브 무대 특성상 노래할 때는 실수가 용납이 안 되니까,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동원이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한 뒤부터는 정말 날아다녔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정동원 본인은 그래요. 테크니컬하게 연기를 못한 거 같다고. 하지만 제가 볼 땐 동원이는 그 나이 또래에 가질 법한 불안감과 호기심을 리얼하게 잘 표현해 줬다. 제 영화엔 '원테이크 오케이'가 별로 없다. 근데 그걸 동원이가 해내기도 했다. 승진의 에피소드 후반부에 추격신이 있는데 기세가 오른 동원이가 '원테이크 오케이를 받겠다'라며 호언장담을 한 적이 있다. 진짜로 됐고, 스태프들이 더 환호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정동원의 재능을 높이 샀다.

수십 년 연기 내공의 배우 이주실(규연 역)과 인상적인 호흡을 선보이며 결국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른 정동원. 정범식 감독은 "동원이가 자주 문자하고 전화하고 그런다. 시사회 직후엔 정말 감사하다고, 다 감독님 덕분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유미, 정동원과 더불어 '뉴 노멀'은 '원조 한류 스타' 최지우의 연기 변신을 비롯해 샤이니 최민호, 블락비 표지훈(피오), 하다인, 황승언, 여자친구 예린 등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 향연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정범식 감독은 "제가 연기를 전공했다 보니 배우들과 호흡하고 그들이 돋보이는 방식을 조금은 안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어떻게 이런 조합을 생각했냐고 많이들 물으시는데 이게 바로 저의 제1 원칙이다. '이 배우가 이 역할을? 이런 배우들이 이렇게 모인다고?', 제일 이 캐릭터를 안 할 거 같은 사람을 캐스팅하는 것. 뻔하지 않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대중적 호감, 연기력도 안정적이어야 하고. 지금의 캐스팅이 모든 조건에 부합되는 분들이었고 제 상상보다 훨씬 더 잘해 주셨다"라고 공을 돌렸다.

뿐만 아니라 라이즈 앤톤이 정식 데뷔 이전에 부친 윤상과 '뉴 노멀'의 OST를 작업, 화제를 더했다. 정범식 감독은 "'뉴 노멀'은 윤상 프로듀서님의 공식적인 첫 영화 음악 작업이다. 앤톤이 참여한 건 저도 한참 후에 알았다. 그땐 앤톤이 데뷔도 전이었고. 작업을 다 마치고 프로듀서님이 수줍게 '우리 아들도 같이 했어'라고 고백하셔서 알게 되었는데 그 아들이 아이돌로 데뷔를 했더라"라고 후일담을 공개했다.

끝으로 정범식 감독은 전작들과 다른 결의 공포 '뉴 노멀'에 대해 "대낮에 묻지 마 폭행과 살인사건 등 일상이 죽음의 공포로 순식간에 뒤바뀌는 세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현시대 자체가 서스펜스가 가득한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우리가 전통적인 공포영화다 하면 귀신이 등장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떠올리는데 이젠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도처에 죽음의 가능성이 드리워졌다. 전기 충격기를 들고 다니는 게 노멀한 세상이 됐으니까. 그래서 '뉴 노멀'에 귀신이 나오지 않아도 공포로 받아들여질 거라 봤다"라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차기작 계획에 대해선 "영화, 크리처물 등 들어온 것들이 있어서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고심 중이다. 일단 '뉴 노멀'을 잘 개봉시키는 게 먼저다"라며 "참 요즘 극장 상황을 보면 영화라는 걸 만들기엔 어려운 시절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편승하지 않고 대중이 어떤 새로운 걸 원하실지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관객이 없으면 영화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뉴 노멀'도 고전 서스펜스의 좋은 방식과 접목하여 새롭게 가져가는 쪽으로 노력을 해보았다. 부족한 게 많지만 시네마적 고집을 놓지 않으며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다"라는 열의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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