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한달 만에 가자 북부는 완전 폐허로…이스라엘, 외신에 내부 공개

김성식 기자 2023. 11. 9. 09:4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검게 그을린 창문에 무너진 침실, 움푹 파인 벽.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에 허를 찔린 이스라엘이 곧바로 보복에 들어가자 가자지구 북부는 불과 한달 만에 거대한 폐허로 돌변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아파트와 병원 등 민간시설을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을 사실상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오랫동안 비난해 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축출을 목표로 연일 가자지구에 표적 공습을 벌인 데 이어 지난달 28일부터는 지상 작전을 확대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신, 이스라엘군과 동행 취재…가자시티 외곽 점령지 르포
아파트 외벽 총탄 자국 역력…내부서 폭탄부품 무더기 발견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의 아파트 단지 사이로 이스라엘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3.11.09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검게 그을린 창문에 무너진 침실, 움푹 파인 벽.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에 허를 찔린 이스라엘이 곧바로 보복에 들어가자 가자지구 북부는 불과 한달 만에 거대한 폐허로 돌변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8일(현지시간) 소수의 외신기자들에게 가자지구 북부를 동행 취재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허락된 시간은 1시간 30분 남짓. 이들은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가자시티 외곽 지역의 참상을 기록했다.

이스라엘 남부에서 철책을 넘어 장갑차를 타고 간선도로를 따라 가자시티 북부로 향하던 길에는 부러진 야자수와 일그러진 표지판, 뒤틀린 가로등이 보였다. 화기로 중무장한 장갑차 '타이거' 뒷좌석에는 창문이 없어 주변 풍경을 오직 스크린을 통해 엿볼 수 있다.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이스라엘 접경에서 이스라엘군이 장갑차 '타이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2023.11.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해변 휴양지에는 파괴된 건물들 사이로 이스라엘 국기가 나부꼈다. 사람이 살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2일째 이어진 지상 작전이 하마스의 근거지가 있는 가자시티에 집중된 데다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에게 남쪽 대피를 거듭 통보했기 때문이다.

안내를 맡은 이스라엘 육군 401여단의 부사령관 이도 중령은 "보름 가까이 긴 싸움을 치렀다"며 "작전이 아닌 전쟁이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성을 밝히지 않은 이도 중령은 "하마스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 전쟁은 오랫동안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장갑차는 가자시티 외곽의 한 아파트 단지에 멈춰 섰다. 전쟁의 상흔은 모든 동에 역력했다. 외벽이 뜯겨 나가고 건물에는 총알구멍이 박혀 있었다. 인적은 완전히 끊겼다. 이도 중령은 지상군이 처음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을 때 남아 있던 사람들도 서둘러 짐을 싸서 떠났다고 했다.

이스라엘 육군 401여단의 부사령관 이도 중령이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외곽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어린이 침실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2023.11.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이도 중령은 "여기 있는 모두가 우리의 적이었다"면서 "민간인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하마스만 있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분홍색으로 칠해진 어린이 침대 앞에 서서 발언을 이어갔다. 침실 안 거울은 부서졌고 가방과 장난감, 인형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도 중령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바로 아래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층짜리 작업 공간엔 금속을 자를 때 쓰이는 선반과 각종 공구가 있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이곳에서 무인기(드론)과 폭탄 부품, 스쿠버 다이빙 장비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며 "하마스의 무기공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아파트와 병원 등 민간시설을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을 사실상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오랫동안 비난해 왔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장병은 "우린 적의 실체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며 "들어가는 집마다 조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외곽에 위치한 아파트 내부에서 이스라엘군 관계자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무기를 만드는 데 썼던 작업장을 소개하고 있다. 2023.11.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부서진 건물 밖에는 주차된 군용 차량을 보호하기 위해 흙더미가 쌓였다. 공회전하는 전차는 드론 공격에 대비해 상단에 금속판을 덧썼다. 그사이 멀리 가자시티 방향에선 굉음과 폭발음이 울렸다. 장병들은 보폭을 줄일 것을 당부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선 1400명이 살해되고 239명이 인질로 끌려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축출을 목표로 연일 가자지구에 표적 공습을 벌인 데 이어 지난달 28일부터는 지상 작전을 확대했다. 가자시티 포위를 마친 이스라엘군은 이달 7일 시가전에 본격 돌입했다.

이에 팔레스타인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누적 사망자가 1만569명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민간인이며 숨진 어린이는 4324명이다. 유엔은 현재 150만명의 주민들이 가자지구 북부를 떠나 남쪽으로 피난을 온 것으로 집계했다.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외곽에서 지상 작전을 수행하는 이스라엘군 장병이 총을 겨누고 있다. 2023.11.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seong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