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내가 벌고, 따로 살래"…자녀보단 나라에 기댄다

권애리 기자 2023. 11. 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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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목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은퇴가 없는 사회, 오늘(9일) 권 기자가 가지고 온 조사 결과를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60대 이상 노년층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여전히 일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요.

<기자>

올해 흥미로운 통계가 하나 있었죠. 올 상반기의 새 차 등록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연령대가 60대 이상의 고령층이었습니다.

부유한 노인들이 그렇게 많은 건가? 하고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세단이나 SUV를 가장 많이 산 젊은 층과 달리 60대와 70대는 짐 싣는 차, 일하는 차, 그러니까 중소형 트럭과 승합차가 상위에 있었습니다.

귀농이나 생계형 창업을 하려는 노년층이 그렇게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지금 60세 이상 고령자 중에 4명 중 3명 이상인 76%가 본인 또는 배우자가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자녀나 친척이 부양한다는 경우는 조만간 정부나 사회단체의 지원에도 추월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녀의 부양을 받는 노인 보시는 것처럼 계속 줄어들어서 이제 12%입니다.

열 명 중 1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요.

정부나 사회단체의 지원으로 산다는 노인과 사실상 똑같은 정도입니다.

통계청이 2년에 한 번씩 우리 국민들의 소득과 소비, 여가, 복지 같은 주요 5가지 부문에 대해서 사회조사를 실시하고 있거든요.

올해도 표본 가구 1만 9천 세대 13세 이상의 3만 6천 명을 대상으로 지난 2분기에 최근 2년 동안의 변화에 대해서 물어본 결과의 일부입니다.

<앵커>

나이가 들어서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서 생계를 잇는 분들이 많다는 거죠?

<기자>

우리 사회에서 노후 준비를 하고 있거나 되어 있다는 사람들, 보시는 것처럼 젊은이들이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게요.

이젠 우리도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겠죠.

하지만 사회가 급변하면서 가치관이 빠르게 변해온 결과기 때문에 이미 노인이 된 사람들 중에는 아래위로 본인은 부양을 하고 자기 노후는 미처 충분히 준비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까 보셨던 것처럼 빠르게 젊은이들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노동을 계속하는 겁니다.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는 고령층 10명 중 4명은 일을 계속함으로써 생활하고 있습니다.

재산이 그래도 좀 있어서 산다는 사람은 100명 중 8명 정도밖에 되지 않고요.

30% 가까이는 연금과 퇴직금입니다.

특히 노인들 중에서도 아직 젊은 축, 60대는 거의 전부 자기 생계는 자기가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위로 갈수록 그 비율이 급격히 떨어져서 80대엔 40% 정도에 그치는데요.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80대 중에 30%가 여전히 노동으로 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굉장히 건강한 노인일 수도 있지만 사실 빈곤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OECD에서도 압도적으로 가장 높고, 진짜로 일을 그만두는 시기가 72.3세로 OECD에서 가장 늦기로 유명한데요.

그런 기존의 집계들과 궤를 같이 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

국민연금이 59%, 그리고 예적금과 사적연금 같은 방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고령층의 마음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녀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걸로도 나타난 거죠?

<기자>

부모 입장에서도 '따로 살고 싶다, 우리끼리 살게 해 다오.' 그런 인식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자녀와 같이 사는 경우가 좀 더 늘긴 했습니다. 약간 더 늘었죠.

자녀와 따로 사는 고령층, 코로나 직전이었던 2019년에 70.7%로 정점을 찍었다가 조금씩 줄어서 60% 후반 대입니다.

하지만 희망은 다릅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1년에는 아무래도 비상 상황이라는 인식이 강했겠죠.

그전까지 증가일로였던 '자녀와 따로 살고 싶다'는 인식이 약간 꺾이는 모습이 그때 반짝 보였다가 엔데믹 상황이 된 올해는 다시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보면 실제로는 10명 중 3명 정도의 노인이 자녀와 함께 살지만, 그분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자녀로부터 독립하길 바라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와 따로 살고 있는 이유 '자녀가 부담될까 봐'도 여전히 적지 않았지만, '내가 그게 더 편하다' 그리고 '내가 독립해 살 수 있으니까 독립해 산다'는 쪽이 보시는 것처럼 훨씬 더 많습니다.

반대로 같이 사는 분들은 '같이 살고 싶어서'가 35.9%로 제일 많긴 했지만요.

거의 그와 비슷한 비중으로 '자녀가 독립할 상황이 못돼서'라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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