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월, 어른이 되다…나의 방어기제가 우리의 방어막으로
연말 단독공연 '밖은 너무 추워 나는', 12월 2~3일 백암아트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노래는 칼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품에 안을 수는 있다. 그 칼에 베어 마음이 곪아가도 위로로 아물게 하는 능력. 무력이 위력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게 노래의 일이다.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의 노래는 유독 그런 정경을 품고 있다. 그녀가 최근 발매한 더블 싱글 '칼'이 증명한다. 내년 초에 발매할 정규 4집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곡들이다. 싱글과 동명인 '칼', 속삭이는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이 실렸다. 김사월이 정규 음반을 발매하는 건 2020년 9월 정규 3집 '헤븐' 이후 처음이다.
쓸쓸한 외로움과 든든한 응원을 함께 표현하는 게 김사월의 전매특허인데 이번 싱글들은 좀 더 포근하다. 애틋한 부정에서 애달픈 긍정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재기 힘들지만, 그걸 가능하게 하면서 좀 더 긍정 쪽에 추가 기울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연대의 기운을 머금게 하는 김사월의 음성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잡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서로에게 우린 입을 맞추네 / 서로가 없는데도 / 내 눈물이 모두 흘러내리면 / 울던 휴지로 꽃을 접어줄게"('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은 그 증표다.
"올 가을·겨울은 김사월 노래로 버텨야지"라는 말이 곳곳에서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 마침 김사월은 올해도 역시 연말 브랜드 단독 공연 '밖은 너무 추워 나는'을 연다. 오는 12월 2~3일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팬들과 다시 만난다. 다음은 최근 화상으로 만난 김사월과 나눈 일문일답.
-이번에 공개한 더블 싱글이 내년 상반기에 발매할 정규 4집의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한다고요.
"'이런 느낌의 앨범'이라고 소개하는 곡들이라기보다 '이런 노래를 먼저 냈지만 실제 앨범은 다를 것이다'라는 걸 뜻해요. 실제 앨범에 대해 많이 스포일러하지 않은 선에서 가을·겨울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느낌의 곡을 내고 싶었어요. 다른 세계로 가는 입구를 가리키는 이정표 같은 역을 바랐죠. 4집 사운드 콘셉트는 이미 잡혀 있는데 그걸 들키지 않고 싶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하."
-사운드 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공간감이 느껴졌습니다.
"'칼'은 함축적인 언어가 있는 곡인데 러닝타임이 꽤 길어요(5분46초). 저에겐 새로운 시도였어요. 보통 가사를 야금야금 많이 써서 풍경을 말로서 많이 전해왔는데 '칼' 같은 경우는 (노랫말이) 텅 비어 있고 함축적인 대사로 이뤄졌죠. 대신 악기들이 대사들을 표현하는 듯한 구성이라 작업하면서 재밌었어요. 공연에서 몇 번 들려드린 적이 있는데 관객 분들이 '얘가 무슨 말을 하나'라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들으신 것 같다는 인상을 저는 받았었습니다.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은 보컬과 기타도 한번에 간 원테이크 같은 곡이에요. 백보컬의 레이어를 예쁘게 쌓고 질감을 부드럽게 만들었어요."
-노래도 사월 씨도 좀 더 편안해진 느낌이에요.
"이전엔 가사를 치열하게 썼어요. 공격적인 언어도 많이 쓰고 도전적인 메시지를 드리려고도 했죠. 그런 방법이 제 안에 쌓여 있던 뭔가를 해소했어요. 4집에도 그런 부분들이 꽤나 있지만 조금은 어른스러워지는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격적인 언어에 그치지 않고 용서하거나 바라보거나 조금은 지혜로워지는 것. 공격적이거나 개성이 세서 '날 좀 봐' 하는 게 아닌, 청자를 위로하고 보듬어 지기를 바라며 저도 4집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사월 씨의 이전 노래는 방어기제로 느껴졌는데 이제 방어막이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첨언을 하자면 예전엔 아파하는 사람들과 같이 아파하고자 했어요. 그런데 세상에서 과격한 언어를 쓰는 게 보편적인 분위기가 되면서 '어른 시민'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내년이면 프로듀서 겸 작곡가 김해원과 함께 발매한 '비밀'(2014)로 데뷔한 지 10주년입니다. 10년 간 홍대 앞에서 노래한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후배 가수들이 사월 씨를 롤모델로 삼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고요. 근데 인디 신 풍경도 벌써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제 주변엔 우연과 기회들이 많았어요. 감사함이 크죠. 크지도 작지도 않게 스스로에게 축하를 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세월이 빠르게 흘렀고 너무 많은 게 바뀌는 거 같아요. 김사월X김해원을 할 때랑 신의 분위기, 세상의 분위기,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어요. 오래 해온 부분이 물론 노하우가 될 수 있겠지만 모든 걸 새로 하는 느낌이에요.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가 개인에게든 창작자에게든 생산자에게든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됐잖아요. 그런 건 요즘 활동하는 분들이 훨씬 잘하죠. 저도 비슷하게 따라가려고 하는 중인데, '내가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계속 배우려고 해요."
-그런데 최근 소셜 미디어에 '빨리 노파가 되기를 자주 꿈꾸곤 해'라고 쓰셨습니다.
"10년을 해오는 동안 되게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까 막막하기도 해요. 지난 10월27일이 솔로 1집 '수잔'(2015) 발매 8주년이라 '셀프 축하'를 했는데 '지금 음악가들이 어느 과정에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신인도 아니고 중견도 아닌 그 중간 지대에 있는 것 같은데 '불안 불안하다'고 느꼈거든요. 빨리 나이가 들면 이런 불안이 없어질 거 같았어요."
-사월 씨를 보면 꾸준히 인디 인과 사회에 연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만 봐도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았던 이종욱(1945∼2006) 전(前)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이태석(1962∼2010) 신부를 기리는 음반에 참여하셨고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씨가 기획한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에 함께 하셨으며 이설아 씨 노래 '친구야'에도 피처링을 하셨죠.
"이태석 신부님 프로젝트도 그렇고 최고은 씨 프로젝트도 그렇고 설아 씨 노래 피처링도 그렇고 좋은 분들이 좋은 기회를 주셔서 한 거예요. 저는 참여를 할 뿐이고 연대를 제시하는 건 그 분들이죠."
-그런데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RM(김남준) 씨와 '건망증'을, 프로듀서 겸 래퍼 던(DAWN) 씨와 '기억'을 협업하는 등 K팝 메인 스트림으로부터 러브콜도 받습니다. 근데 그런 작업이 동등한 위치에서 진행돼 더 좋았어요.
"역시 너무 좋은 제안이었고, 말씀 주신 것처럼 동등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제가 K팝을 잘 모르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겨진 협업이에요."
-4집은 정확히 언제 나올까요? 어떤 마음으로 작업을 마무리하고 계십니까?
"내년 봄에 나와요. 70~80% 정도 진행됐어요. 비주얼 작업 등을 해야 하는데 녹음 몇 개 말고는 대부분 이뤄져서 지금 뭔가를 바꿀 수 있는 건 없어요. 지도는 이미 그려진 상태니까 되돌릴 수는 없죠. 지금의 저로서는 최선이니까 잘 마무리해야죠. 별로인 앨범이 아닐까 계속 의심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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