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 법정신이 과하다고요? 이유가 있어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이다원 기자 2023. 11. 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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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쟁점 셋
1. 법정신, 연극적인 연출이 필요했을까?
2. 17년 오가는 시간 교차 편집, 이유는?
3. ‘韓의 켄 로치’? 전혀 다르다는 그만의 이유
‘소년들’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 사진제공|CJ ENM



실화 소재 영화들로 사랑을 받은 정지영 감독이 이번엔 ‘전북 삼례 나라슈퍼사건’에 뷰파인더를 들이댄다. 이 사건을 각색한 영화 ‘소년들’로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노크한다. 정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질문이 담겨있지만, 다소 촌스러운 연출과 화면 구성으로 재미가 반감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근 ‘스포츠경향’은 정지영 감독을 만나 이에 관련한 편파적인 쟁점 세가지를 물었다.

‘소년들’ 속 한 장면, 사진제공|CJ ENM



■쟁점1. “우리는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법정신, 조금 과하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재심 법정신의 경우 갈등의 손쉬운 해결, 주인공인 소년들이 ‘우리는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대사로 외치는 장면 때문에 아쉽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사실 제일 찍기 어려운 장면이었죠. 콘티를 만드는 것조차 어렵더라고요. 실제 피해자들의 가슴을 제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어요? 머리론 이해해도 그 감정의 깊이는 정말 모르잖아요. 그래서 현장에 가서 배우들에게 ‘이 장면 어떻게 연기할래?’라고 물어봤어요. ‘우리는 살인자가 아니다’라는 대사는 원래 시나리오에 있었지만, 그 이후부턴 어떻게 연기할지 배우들에게 맡기려고 했어요. 그런데 실제 큐가 들어가니 그 뒤의 감정들이 나오더라고요. 끝까지 지켜봤더니 법정에서 세 사람 다 그 대사를 외쳤고요. 난 ‘좀 오버인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배우들이 디테일하게 설정한 것이니 맞을 거라고 믿었어요. ‘소년들’은 나이가 30대지만 감옥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익숙하지 않아서 여전히 순수할 거니까요. 다른 사람들보다 못 배웠는데, 이성으로 자신의 감정을 콘트롤하기보다는 솔직하게 나올 게 맞지 않을까. 몇십 년을 참아왔을 건데, 그 순간 한 번은 ‘난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 장면을 썼습니다.”

‘소년들’ 속 한 장면, 사진제공|CJ ENM



■쟁점2. 시간 교차 편집한 이유는?

이 작품은 17년의 세월을 거슬러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 편집’을 사용한다. 그러나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도 있었다. 정 감독은 이런 구성을 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고 얘기했다.

“처음엔 연대기로 풀었어요. 그런데 완성된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영화가 전편과 후편으로 흐름이 나뉘더라고요. 그렇다고 완성도가 나쁜 건 아니지만, 호흡이 바뀌었어요. 스피디하게 가다가 주인공이 처지니 후반가서 속도감이 확 느려지더라고요. 관객들에겐 영화의 리듬이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시간을 한번 섞어보자 싶었죠. 과거와 미래를 오가면서. 그렇게 시나리오를 고치니 리듬이 찾아지더라고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쟁점3. 실화 소재가 그의 관심을 끌어당긴다?

그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무수히 연출해왔다. 실화 소재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정 감독이라, ‘한국의 켄 로치’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결이 다르다고 조심스레 선을 그었다.

“저는 사실 대중영화 감독이죠. 켄 로치 감독이 아티스트라면요. 전 실화 속 팩트를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극적 장치를 넣어요. 켄 로치 감독과는 좀 다르죠. 그는 픽션을 가미하지 않거든요. 제가 실화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내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지? 우리는 지금 어디쯤에 있지?’를 점검하는 게 좋거든요. 그걸 생각하면서 사는 게 적극적인 삶이라고 생각하고요. 피동적으로 따라가는 건 좋은 삶이 아니니까요. 그런 이유로 실화를 모티프로 하거나 실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소년들’은 전국 극장가서 만나볼 수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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