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웃을까 앙금만 확인할까… 두 남자 이야기, 본편보다 후끈[Global Focus]
11일부터 미국서 APEC정상회의… 바이든·시진핑 만남 주목
엉킨 실타래 풀겠다 밝힌 양국
러-우크라 전쟁, 중동 분쟁 등
글로벌 현안 집중적 논의 전망
회원국간 합의도출 여부도 관심
연례행사 같은 반 APEC 시위
팔레스타인 지지자 충돌 촉각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오는 11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다. ‘모두를 위한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미래 창조’를 테마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충돌 속에 열리는 회의로 그 어느 때보다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 기간 내에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신냉전’ 구도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정치 이벤트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주목할 만한 극적인 합의가 나오긴 어렵겠지만, 긴장 완화와 향후 국제정세의 방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본편보다 주목받는 미·중 정상회담 = APEC 정상회의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의 관심은 정상회의와 별개로 진행되는 미·중 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향후 국제 경제 및 정치적 갈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양국의 군사·무역과 관련된 갈등 여부이기 때문이다. 중국 측이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진 않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 점치고 있다. 최근 두 정상은 양국 사이에 엉킨 실타래를 푸는 데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11월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던 양국 정상은 이후 관계 개선을 해나가는 듯했으나 올해 초 터진 ‘정찰 풍선’ 사건 이후 냉랭한 사이로 변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찾은 왕이(王毅) 공산당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에게 “미국과 중국은 경쟁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 또한 중국을 방문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일행을 만나 “미·중 관계가 인류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제 정세에 대한 양국 간 논의는 실제 해당 국가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중이 무조건 양보와 협력만을 강조하진 않을 전망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모든 대외관계에 있어 우리 정부는 우리와 동맹국들의 국익보호를 전략적으로 우선하며 이는 타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요 의제 합의 난항 가능성 = APEC 정상회의 내에서도 여러 국제 현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대한 각국 정상들의 공통된 합의가 도출될지 여부다. 지난해 방콕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소수의 국가가 동의하지 않지만 대다수 국가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한다”는 포괄적 선언문이 채택된 바 있다. 2011년 APEC 정상회의의 백악관 코디네이터였던 무역 전문가 매트 굿맨은 “러시아와 중국이 모두 회원국인 APEC의 구성을 고려할 때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며 “같은 생각을 가진 소규모 국가 그룹이 독자적인 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위기도 다르지 않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는 “호주, 캐나다 등 중동 분쟁이 우선순위가 아닌 국가는 중동 분쟁이 APEC 논의에 방해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겠지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정책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국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확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CFR은 “한·중·일이 부분적으로 주도하고 아세안의 지원을 받아 이미 진행 중인 강력한 지역 무역 통합과 비교할 때, IPEF는 아시아 회원국에 많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단골 시위 현장, 샌프란시스코 철통 방어 = 정상회의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갈등 가능성이 있어 현지 치안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년 APEC 정상회의 때 연례행사처럼 행사장 주변에서 반APEC 시위가 벌어지며 충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올해 주목되는 단체는 ‘팔레스타인 청년 행동’이다. 지난 10월부터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여왔던 수잔 알리 베이 지부장은 오는 11일과 12일 APEC 반대 시위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그 외에 IPEF와 관련해 기후 변화 등을 우려하는 환경 단체 등이 이미 시위를 예정하고 나섰다. 시 당국은 캘리포니아주로부터 1000여 명의 경찰 증원을 받고 도시 곳곳을 통제할 예정이다. 시 당국은 5만5000개 이상의 호텔 객실이 예약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APEC 정상회의 폐막 후 정상들의 복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APEC 정상들은 정상회의 마지막 날 단체 사진촬영 때 현지 전통의상을 입는다. 지난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시애틀에서 봄버 재킷을 입으면서 시작된 이 전통은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 정상회의 이후 하와이안 셔츠를 주문하지 않으면서 깨졌다. 미국의 3번째 APEC 개최도시인 샌프란시스코의 방침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다시 전통이 부활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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