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로 S존 좁아진 느낌"…'로봇 심판(ABS)' 처음 경험한 APBC 대표팀의 반응은?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1군 선수들을 대상으로 '로봇 심판'이 첫 선을 보였다. 이제 투수들의 정교한 제구가 더 필요한 시대가 열리게 된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과 상무 피닉스는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평가전을 가졌다. 이날 경기는 대표팀이 APBC를 앞두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 주목적, 그리고 경기 외적으로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로봇 심판'이었다.
KBO는 지난 10월 18일 제4차 이사회를 열고 전세계 '최초'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 ABS)' 시스템을 2024시즌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KBO는 지난 2020년부터 4년간 퓨처스리그에 ABS 시스템을 도입해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해 왔고, 볼-스트라이크 판정의 정교함과 일관성 유지, 그리고 판정 결과가 심판에게 전달되는 시간 단축 등의 성과를 거뒀다.
KBO는 "ABS를 KBO리그에 도입하면 모든 투수와 타자가 동일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적용 받을 수 있어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 진다. KBO는 축적된 ABS 시스템과 가장 효율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선정 작업 등을 정교하게 진행해 2024시즌 시범경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라며 "도입 예정 시기를 2024시즌부터로 계획함에 따라 새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의 안정화 및 고도화,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빠른 적응을 위한 설명회 개최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2군에서 테스트 과정을 진행했던 만큼 1군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은 ABS 시스템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KBO는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APBC 대표팀과 상무 피닉스의 경기의 볼판정을 ABS 시스템에 맡겼다. KBO 관계자는 "8일과 오는 11일 상무와의 연습 경기에서 ABS로 판정하기로 했다. 선수들도 내년부터 적용받는 거고 룰에 가장 가까운 존이기도 하다"며 "시스템은 다 갖춰져 있고, 빨리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24시즌부터 1군 무대에도 도입될 ABS 시스템을 경험해 본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반응은 어땠을까. 먼저 류중일 감독은 "잠깐 물어보니 투수 유형에 따라서 잡아주고, 안 잡아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11일 경기도 한 번 봐야 할 것 같다"며 "콜이 조금 늦는 것 같은 느낌은 있다.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서는 크게 못 느꼈는데, 마지막에 삼진을 잡을 때 한 박자가 느리더라. 1초 정도가 늦었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의 "콜이 조금 늦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KBO 관계자는 "물어보니 주심의 판단과 ABS의 판정에 차이가 있었다고 하더라. ABS를 통해서는 스트라이크라는 판정이 내려졌는데, 주심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판정으로 인해 잠깐 멈칫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기를 치른 선수들의 반응은 다채로웠다. 이날 평가전에서 1안타 4볼넷으로 '5출루' 경기를 펼친 김성윤은 "나는 퓨처스리그에 있을 때 ABS를 경험해 봤다. 그래서 조금 유리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퓨처스리그 때도 높이가 내 키에 맞게 설정이 되다 보니, 높은 코스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었다. 오늘은 체인지업의 경우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이 존을 통과했다고 생각했는데, 볼 판정을 받은 것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주장' 김혜성은 ABS에 대한 질문에 "스트라이크존 모서리까지 판정이 정확한 것 같다"고 했고, 김휘집의 경우 "볼 판정으로 인한 감정 소비를 할 일이 없어질 것 같다. 확실히 정확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다만 최근에 경기를 뛰지 않았던 까닭에 내가 생각했던 존과의 차이는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 체험 소감을 밝혔다.
투수들의 반응은 어떨까. 선발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소화한 최승용은 "사람 심판이 보는 것보다는 스트라이크존이 좁은 느낌이었다. 특히 좌우로 좁아진 느낌"이라며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일관성이 있을 테니 적응이 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곽빈의 경우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 나는 볼도 확실하게 볼을 던졌다. 애매한 볼이 없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포수의 관점은 또 달랐다. 상무 측의 포수로 선발 출전했던 김동헌은 "이제 볼이다 싶으면, 그 라인은 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상하로는 괜찮은데, 좌우로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진 것 같다. 반대 투구도 잡아줄 수 있게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이점이 있는 것 같다"며 "투수의 제구도 중요해졌고, 포수는 프레이밍보다는 정확하게 잡는 것과 송구, 블로킹이 중요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ABS 시스템을 경험해 본 선수들은 단 한 경기에 불과했지만, 스트라이크존이 좌우로 좁아졌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만큼 스트라이크존 판정이 정확해진 셈. 투수들의 경우 적응에 상당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타자들의 경우 자신의 체격에 맞게 스트라이크존 정립이 보다 편해질 수 있다. 일단 1군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첫 시도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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