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피커 연결해 환자 구하고, 산골마을엔 주4회 ‘행복버스’ 운행
경남, 스피커와 관제 플랫폼 연결
파킨슨병 환자 응급상황 인식해
119 출동요청뒤 구조·치료까지
전남 행복버스, 오지산간 다니며
혈압·치매검사 등 의료 서비스
3년간 348곳 주민 9701명 지원
#1. 경남 창원시에 사는 A(59) 씨는 지난해 12월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 파킨슨병을 3년째 앓다 보니 떨림 증상이 심해져 움직이기 힘들어진 탓에 머리가 전동침대 바닥에 끼였다. 다급해진 A 씨가 “살려줘”라고 여러 차례 외치자 순식간에 구조 요청이 이뤄졌다. A 씨의 비명을 들은 인공지능(AI) 스피커 ‘아리아’가 응급상황을 인식해 경남사회서비스원이 관리하는 통합 관제 플랫폼으로 전달하자 바로 119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119구조대가 출동한 후에는 지역케어매니저가 A 씨를 사후관리했다. 여러 차례 병원에 동행해 검사와 치료를 받게 했고, 지역복지관을 통해 낙상 위험이 있는 집을 옮겼다.
#2. 인구 3409명이 사는 전남 진도군 고군면. 면내 병·의원은 단 1곳 있는데 그나마 증상이 심각하면 진도군이나 목포시로 나가야 한다. 미용실 등 편의시설도 많지 않다. 이곳에 전남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전남행복버스’가 주 4회씩 온다. 이 버스에는 의사와 간호사, 전문 봉사자들이 함께 타고 있다. 버스에서는 혈압·혈당체크, 체성분 측정, 치매검사 등 건강검진이 이뤄진다. 버스 밖에서는 이·미용, 손톱 손질, 안마 등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매번 버스가 올 때마다 어르신 30여 명이 이용한다. 전남행복버스는 2021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산간 오지에 있는 시골마을 348곳을 방문했다. 주민들은 영화 상영, 법률상담 등을 비롯해 틀니세척이나 안경 수리, 칼갈이 등 일상에 필요한 소소한 서비스도 받을 수 있었다. 이 기간 혜택받은 주민은 9701명이다.
최근 16개 시·도 사회서비스원은 각 지역 특성에 맞춰 요양·돌봄 대상자를 찾아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회서비스’는 국민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뜻하는데, 장기요양, 보육, 장애인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공익법인인 시·도 사회서비스원은 2019년부터 서울, 대구, 경남을 필두로 세워졌다.
지역의 인구학적·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민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을 주로 추진하고 있다.
공통사업으로는 △종합재가(在家)센터 △긴급돌봄사업 △어린이집, 요양시설 등 국공립 시설 운영 △민간지원 등이 있다. 긴급돌봄의 모범적인 예로는 강원도사회서비스원의 ‘돌(돌보기)·보(보듬기)·고(고치기)’가 꼽힌다.
강원 지역은 매년 건조주의보가 발효되는 계절이 되면 대형 산불 위험이 도사린 곳이다. 지난 2022년 강원 지역 산불 탓에 주택 99동이 피해를 입고, 이재민 49명과 대피자 1756명이 발생했다. 이에 강원도사회서비스원은 ‘돌·보·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강릉시와 동해시, 삼척시 등 산불 피해 지역에는 돌봄 인력을 파견하고 화재 피해를 입은 가구 20곳을 수리해줬다. 전기 불꽃을 감지하는 ‘아크차단기’도 100가구에 설치했다. 재난 이후 일상회복 지원 체계도 마련해 ‘강원형 재난·긴급돌봄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 특성에 맞춘 돌봄으로는 세종과 제주, 서울 사례가 있다. 제주사회서비스원 산하 ‘우리마을돌봄센터’는 제주형 마을 중심 돌봄 모델을 구축했다. 요양과 돌봄의 사각지대인 제주 중산간 지역에서 공간과 인력 등 마을 자원을 활용해 노인장기요양서비스(주간보호)를 제공하고 있다.
세종시사회서비스원은 은둔형·우울형 노인을 집중적으로 돕고 있다. 세종시는 행정도시개발로 이주한 고령층이 많은 편인데 이들은 사회적 고립과 공동체 소외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인맞춤돌봄사업’을 특화했다. 특화대상은 고독사와 자살 위험이 높은 은둔형·우울형 노인이다. 담당 직원들은 1년에 24회, 한 달에 두 번꼴로 개별 방문해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다.
서울사회서비스원은 민간이 지원하기 어려운 이용자를 대상으로 ‘적극개입사례’를 활성화하고 있다. 서울은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이 충분한 곳이지만 민간기관이 보살피기 어려운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절실해서다. 복합 장애를 가졌거나 신체적 장애와 정신질환을 함께 앓는 이들이 주된 대상이다. 적극개입사례는 2021년 176명에서 2022년 402명으로 전년 대비 228%로 증가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급변하면서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인구집단을 위한 사회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 1인 가구, 치매노인 등은 새로운 복지 수요자로 떠오르는 추세다. 인천, 대전, 울산에서는 중장년, 치매노인, 퇴원환자 등을 대상으로 복지와 보건의료서비스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광주, 경기, 경남에서는 자립준비청년 등 돌봄이 필요한 청년층을 위해 일상생활과 정신건강관리,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다. 울산사회서비스원은 은퇴한 중장년층의 일자리와 아동돌봄기관 보호인력 구인을 연계하고 있다.
산업도시인 울산에서는 퇴직한 중장년층의 재취업 욕구가 높지만 지역 내 부족한 네트워크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많았다. 최근 ‘어린이통학버스 동승 보호자 의무화’에 따라 지역아동센터 등 소규모 기관에서 차량 동승 보호인력이 필요하자 민관이 손잡고 ‘신중년사회공헌일자리’를 활용했다.
유휴 인적자원을 소규모 아동사회서비스시설에 연계하는 데 이어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역량강화 교육과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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