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운항 버금가는 정비… ‘아시아나 결합’ 땐 글로벌 경쟁력 극대화[초격차 기술, 현장을 가다]
1만3000개 부품 검사·재조립
중정비 마치면 성능 완벽해져
새로운 엔진으로 다시 태어나
10월부터 P&W社 차세대 엔진
‘기어드 터보 팬’ MRO도 시작
매년 100대이상 정비수주 전망
통합 땐 해외 의존도 낮아지고
외화유출 방지·고용 안정 효과
대한항공이 세계 여러 항공사와 초격차를 나타내는 분야 중 하나가 항공기 건강 관리, 즉 유지·보수를 의미하는 RO(Maintenance·Repair·Overhaul)다. 항공기 사양이 고도화하면서 항공기 점검과 보수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수만 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항공기의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끊임없는 점검과 보수를 통해 ‘건강한’ 상태를 반드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보유 MRO를 항공기 확보와 운항에 버금가는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이 이뤄지면 가장 큰 시너지가 기대되는 사업 분야도 바로 MRO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해외 정비 수주 등 글로벌 시장에서 앞선 경쟁력을 보유할 것으로 대한항공은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최대 규모의 항공기 정비 시설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부터는 글로벌 항공기 엔진 제작 업체인 프랫앤드휘트니(P&W)사의 차세대 엔진 ‘기어드 터보 팬(GTF)’ 정비도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주도할 P&W사 핵심 엔진, 매년 100대 이상 정비 = P&W사의 차세대 엔진 ‘GTF’ 정비를 담당하게 된 것은 대한항공 MRO 경쟁력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2일 경기 부천시 대한항공 엔진정비공장에서 GTF 엔진 초도 물량 입고 기념행사를 열었다. P&W사는 엠티유, 루프트한자 테크닉, 델타 테크옵스 등 글로벌 유수 엔진 정비 업체를 묶어 GTF 엔진 정비 협력체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협력체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GTF 엔진 정비 협력체 가입은 그동안 축적해온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진 정비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2021년 P&W사와 차세대 GTF 엔진 정비 협력체 가입 계약을 맺은 이후 PW1100G-JM 엔진 완전 분해 조립 정비, 시험 능력을 확보했다. 지난 3년여간 차세대 GTF 엔진의 완전 분해조립 정비와 시험 능력을 확보하고자 시설 장비 도입, 첨단 정비 기술 교육, 국내외 항공당국의 인가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다. 차세대 GTF 엔진인 PW1100G-JM 엔진은 향후 민항기 시장을 주도할 핵심 엔진으로 전 세계에서 약 1100대가 운용되고 있다. 80여 개 항공사로부터 1만 대 이상 주문 및 약속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현재 운영 중이며 추가 도입할 에어버스 321neo 기종의 PW1100G-JM도 GTF 엔진에 포함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초도 물량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매년 100대 이상의 차세대 GTF 엔진을 수주받아 정비하게 된다. 차세대 GTF 엔진 정비 사업을 시작으로 P&W사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엔진 전문 MRO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유종석 대한항공 부사장 겸 최고안전운영책임자(CSO)는 “대한항공은 이번 GTF 엔진의 첫 정비 도입을 통해 최첨단 엔진 MRO 기술과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MRO가 항공의 미래 = 대한항공은 전 세계 MRO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해외 위탁정비에 의존하던 국내 항공사 엔진 MRO 수요를 국내로 전환함으로써 외화유출을 방지하고 MRO 사업 확장에 따른 국내 일자리 창출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 이미 2016년 인천 영종도에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상용 항공기 엔진 테스트 시설이 있다. 2025년까지 엔진 정비 공장을 확장해 최첨단 항공 엔진 정비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쯤으로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은 대한항공의 MRO 사업 분야에 더없는 성장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2021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에 들어가는 P&W사의 PW4090 엔진 22대에 대한 정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액은 2억6000만 달러(약 3411억2000만 원) 규모로, 아시아나항공이 20년간 P&W사에 맡겨온 정비 계약이 국내 업체로 넘어왔다는 의미가 있다. 두 항공사가 통합하면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전량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20여 대에 달하는 항공기 물량이 국내에서 처리될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MRO 시장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양사가 통합되면 MRO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며 “외화 유출 방지와 고용 안정, 두 마리 토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 “MRO 트렌드는 예방정비” = 대한항공은 국내 유일의 민간 항공기 엔진정비 전문시설을 갖췄다. 1976년 보잉 707 항공기 엔진 중(重)정비 작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4600여 대의 자사 항공기 엔진 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190여 대에 달하는 타 항공사 엔진 정비 사업도 수주해 성공적으로 납품했다.
MRO 부분은 항공기·엔진 정비와 부품 수리뿐만 아니라 항공기 페인팅, 부품 공급·임대 및 기술 컨설팅 등 다양한 MRO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엄격한 품질관리 체계를 통해 국토교통부,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 항공안전청(EASA) 등 국내외 감항(堪航)기관으로부터 각종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최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항공기 예방정비가 주목받고 있다. 예방 정비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항공기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각종 경로를 통해 수집한 항공기 상태 자료들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이를 분석해 문제를 예측, 대처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비행 중인 항공기 시스템의 주요 기능의 작동 상태를 인공위성으로 지상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어 항공기에 작은 기능 이상도 도착 즉시 수정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엔진은 항공기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다. 따라서 엔진에 대한 정비는 별도로 이루어진다. 특히 엔진 중정비는 1만3000여 개에 달하는 부품을 완전히 분해해 비파괴 검사 및 부품 교환 등을 거쳐 재조립하고, 성능 테스트까지 거치는 전 과정을 말한다. 항공기를 안전한 상태로 운항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항공기 외부, 타이어나 랜딩 기어, 전기 장비, 엔진 등 항공기 전반에 걸친 모든 부분을 7일, 14일, 30일 주기로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중정비를 마친 엔진은 완벽한 성능을 갖춘 새로운 엔진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영종도에 ‘정비 클러스터’… 1000명 이상 고용 창출 기대
오는 2025년쯤 인천 영종도에 대한항공의 항공기 엔진정비 클러스터가 구축된다. 5000억 원이 투입되는 항공정비(MRO) 클러스터 구축 사업은 1000명 이상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인천 영종도에 정비엔진 능력 9종, 연간 300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항공기 엔진정비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인천시와 대한항공은 이를 계기로 MRO 산업 과제 발굴·제안, MRO 산업 전문인력 양성, 청년 일자리 창출, MRO 산업의 혁신에 필요한 연구·개발(R&D), MRO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 등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 2016년 영종도에 엔진 테스트 셀(Engine Test Cell)을 준공한 바 있다. 그동안의 엔진정비 기술력 및 노하우를 토대로 현존하는 대부분의 민항기 엔진에 대한 정비가 가능하도록 엔진정비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항공기 정비는 해외 의존도가 높아 매년 1조5000억 원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2020년 기준 44%에 불과한 국내 항공기 정비 물량 처리율을 2025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고 항공정비 기술 역량 강화 및 산업 성장 기반 조성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시는 항공산업을 인천형 일자리 창출의 가장 적합한 모델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중구청 등과 함께 대한항공 항공기 엔진정비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항공기 정비사의 엔진정비 전환 교육, 신규 항공기 엔진 정비사 양성 등 MRO 산업의 분야별 맞춤 인재 양성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인천시가 엔진정비 클러스터 조성에 발 벗고 나서는 데는 인천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이다. 대한항공 항공기 엔진정비 클러스터는 항공기 정비의 기술력이 집약돼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창출될 일자리는 1000명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5700억 원을 투자해 1000여 명의 직접 고용 효과를 거둔 광주형 일자리사업에 버금가는 규모라는 것이 인천시 측의 설명이다.
인천시는 또 대한항공 엔진정비 클러스터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항공기 개조사업, 미국 아틀라스(ATLAS) 항공사의 화물기 중(重)정비센터 등에 대해서도 2025년까지 맞춤형 교육훈련 지원사업과 기업 지원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 제작후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포스코, 롯데, 한화, 이마트, KT,
CJ, 대한항공, 카카오, 네이버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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