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연의 사각지대] '동호회 여왕' 최혜미 배출한 6차 투어, 더 특별한 이유

권수연 기자 2023. 11.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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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4시즌 6차 투어에서 우승한 웰컴저축은행 최혜미가 우승트로피에 입맞춘다, PBA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어차피 우승은 XXX' 어떤 대회를 독식하는 선수나 팀이 있을때 흔히 붙는 수식어다. 

LPBA의 경우에는 한때 '어차피 우승은 김가영', '어차피 우승은 스롱' 등 성적이나 실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들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는 올 시즌 64~32강을 통과한 성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부진하고 있지만, LPBA 최다승인 통산 6회 우승자, 올 시즌 1~6차 투어에서 세 번이나 4강 이상에 오른 김가영(하나카드)에게는 여전히 이상할 것이 없는 수식어다. 

환경이 매우 다른 PBA투어 특성상 아마추어 무대에서 날고기던 선수들도 프로 전향을 선언하면 한동안 헤맨다. 적응기 전까지 128강 탈락은 예사로 버텨야한다. 

지난 8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시즌 6차 투어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에서 최혜미(웰컴저축은행)가 같은 팀 김예은을 꺾고 프로 5시즌만에 무관을 탈출했다. 

최혜미는 당구 동호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프로 무대를 제패했다. 하지만 이 대회는 준결승이 더 특별하다. 

23-24시즌 6차 투어에서 우승한 웰컴저축은행 최혜미(오른쪽)-준우승한 김예은. PBA
하나카드 김가영, PBA
크라운해태 임정숙, PBA

이번 투어는 시작부터 이변이 많았다. 반등에 눈이 모였던 스롱의 첫 판 탈락을 시작으로 김가영(하나카드), 임정숙, 백민주(이상 크라운해태), 김세연(휴온스), 이미래(하이원리조트), 히가시우치 나쓰미(웰컴저축은행), 김민아(NH농협카드), 히다 오리에, 강지은(이상 SK렌터카), 사카이 아야코(하나카드) 등 기존 챔피언들이 모조리 떨어져 나갔다. 

최근 강호들의 기복은 더 이상 이슈거리가 못된다. 그러나 이번 대회처럼 4강에 챔피언, 혹은 결승 이상 유경험자가 단 한 명(웰컴저축은행 김예은)밖에 없다는 점은 흔치 않은 사례다.

23-24시즌 기준 개막전(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4강에는 오수정, 김민아, 김가영, 김보미 등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강호들이 모두 자리를 채웠다. 2차 투어(실크로드 안산 챔피언십) 역시 스롱, 임정숙, 용현지, 강지은 등 챔프 출신들이 줄섰으며, 3차 투어(하나카드 챔피언십)도 백민주, 정은영, 이미래, 김세연이 준결승을 메웠다. 

4차 투어(에스와이 챔피언십) 준결승에는 김가영, 김민아, A.사카이, 박다솜이 진출했고, 5차 투어(휴온스 챔피언십)는 김가영, 임정숙, 백민주, 김상아가 올랐다.

'재야고수' 한두명 가량을 제외하면 모두 그간 4강~결승 이상에 심심찮게 이름을 올리던 강호들이었다.

하나카드 김진아ⓒ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그러나 이번 6차 투어 4강은 달랐다. LPBA 통산 2승 김예은을 제외하고는 팀리그에서도 뚜렷한 활약세가 보이지 않았던 선수들이 대거로 자리했다. 김진아(하나카드), 최혜미, 김민영(블루원리조트)이 기존 강호들을 밀어내고 본인의 프로 최고 성적을 줄줄이 경신, 혹은 갱신했다. 

김진아는 22-23시즌에도 6차 투어(NH농협카드 챔피언십) 4강까지 올랐지만 김가영에 덜미를 잡혀 아쉽게 결승에는 가지 못했다. 그리고 해당 성적이 본인의 최고 성적으로 남았다. 올 시즌은 대개 64강에서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김민영(블루원리조트)은 이번이 프로 첫 4강 진출, 최혜미는 22-23시즌부터 올 시즌 5차 투어까지 계속 32~64강에 머물렀다. 

최근 들어 PBA-LPBA판은 '어차피 우승은 XXX'의 공식이 희미해지는 추세다. 누가 우승해도 특별하거나, 혹은 특별하지 않은 판이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실력이 출중한 일부 선수가 상위에 들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제 일방적인 승세를 점치기만은 어렵게 됐다.

남자부 최성원(휴온스)은 직전 투어에서 챔프 출신이자 같은 팀 하비에르 팔라존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인터뷰 당시 '운칠기삼(運七技三, 운이 7할 노력이 3할)'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냉엄한 프로세계에서는 운도 실력의 일부로 평가받는다.

PBA 관계자나 일부 선수들은 "최근 들어 선수들의 전체적인 실력이 향상되어 이전 시즌같이 공을 쳐서는 우승을 노릴 수 없게 됐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실제로 스트로크 구사법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배움이나 시도에 나서는 선수들도 상당수 늘었다. 이 과정에서 더러 깊은 부진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내하며 반등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프로 리그의 달콤한 묘미다.

'사상 최약체'로 보이는 이번 4강전 라인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한편, LPBA 통산 14번째 여왕을 배출한 시즌 6차 투어는 9일부터 남자부 PBA 128강 경기로 새로운 제왕을 가리기 위한 열전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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