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승환이 무너졌다…독이 된 ‘또’동현→‘또’영현, 다 잡은 90% 우승 확률이 날아갔다 [KS]
[OSEN=잠실, 이후광 기자] 믿었던 KT 영건 필승조 듀오가 LG 화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KT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LG와의 2차전에서 4-5 역전패를 당했다. 시리즈 전적은 1승 1패 동률이 됐다.
KT는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고영표, 엄상백, 배제성 등 강력한 5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며 꼴찌에서 기적의 정규시즌 2위를 해냈다. 포스트시즌은 쿠에바스, 벤자민, 고영표로 운영 중이지만 3명의 위압감 또한 타 팀의 추종을 불허했다.
여기에 KT는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손동현, 박영현이라는 20대 초반의 확실한 필승조 듀오를 얻었다. 손동현은 플레이오프 전 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의 호투를 펼치며 시리즈 MVP를 거머쥐었다. 작년 가을야구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제2의 오승환으로 거듭난 박영현은 8회를 책임지는 확실한 셋업맨으로 일찌감치 도약한 터.
LG는 불펜의 힘과 막강 타선을 앞세워 29년 만에 정규시즌 1위를 해냈다. 케이시 켈리, 아담 플럿코, 임찬규라는 확실한 3선발이 있었지만 플럿코가 건강 상의 이유로 한국을 떠났고, 우승 청부사로 트레이드 영입한 최원태는 부진에 부진을 거듭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상대 경계대상으로 선발진, KT 이강철 감독은 업셋 우승의 희망 요소로 역시 선발진을 꼽은 이유다.
에이스 맞대결이 펼쳐진 1차전은 양 팀 선발 모두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LG 케이시 켈리가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 KT 고영표가 6이닝 7피안타 2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나란히 자기 역할을 해냈다. 승부는 결국 뒷문 싸움에서 갈렸고, 마무리 고우석을 무너트린 KT가 예상을 뒤엎고 1차전 승리팀이 됐다.
에이스 카드를 내고도 1차전을 내준 LG. 2차전 선발 맞대결은 KT의 우위로 점쳐졌다. 후반기서 10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6.75로 기세가 좋지 못했던 최원태와 18경기(114⅓이닝)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의 호투로 무패 승률왕을 거머쥔 윌리엄 쿠에바스가 격돌했다.
LG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KT의 기대 또한 현실이 됐다. KT 타선이 1회 최원태 상대로 4득점 초전박살에 성공한 것. 선두 김상수가 볼넷, 황재균이 중전안타, 앤서니 알포드가 볼넷으로 만루를 만든 가운데 장성우가 1타점 2루타, 배정대가 바뀐 투수 이정용 상대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승기를 가져왔다. 최원태는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 충격 조기 강판을 당했고, KT는 역대 한국시리즈 1회초 최다 득점 타이기록에 도달했다.
KT 선발 쿠에바스는 플레이오프 때의 위입감을 뽐내진 못했지만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하며 6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2실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1회 2사 1, 3루, 2회 무사 1루, 3회 2사 1, 2루 등 위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게 컸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KT의 선발야구가 우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KT는 4-2로 앞선 7회부터 늘 그랬듯 선발 쿠에바스에 이어 필승 카드 손동현을 투입했다. 손동현은 선두 신민재와 홍창기를 연달아 범타 처리했지만 박해민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영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리고 믿었던 박영현이 김현수 상대로 우측 선상을 빠져나가는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4-3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지난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1차전과 비교해 힘이 떨어져 보였다.
박영현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 오지환을 볼넷 출루시키며 흔들렸다. 이어 문보경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루 위기서 박동원을 만나 초구에 뼈아픈 역전 투런포를 허용했다. 이날의 결승타를 내준 순간이었다. 이번 가을 첫 좌절을 맛본 박영현은 김재윤과 교체되며 씁쓸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 동안의 연투가 독이 된 것일까. 손동현의 볼넷에 이어 박영현이 LG 타선의 화력을 견뎌내지 못하며 결국 2차전을 내줬다. 이날 승리할 경우 시리즈 2승과 함께 우승 확률 90%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믿었던 필승조의 배신 속 1승 1패 동률로 수원으로 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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