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매력 쏟아지는 '강소형 로컬 잠재관광지' 4곳 가볼까
최근 관광 트렌드는 '로컬'이다. 국내 관광객이 해외여행에서 가장 많이 찾는 일본에서도 '소도시'가 뜨고 있다. 도쿄나 오사카를 벗어나 지역 소도시의 한적함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내 여행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강소형 잠재관광지' 4곳이 주목받는 이유다.
아직 관광객이 많이 몰리지 않아 한적하면서도 K-관광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지역의 명소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나만 알고 싶은 '숨겨진 관광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우선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전북 고창 운곡람사르습지는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산지형 인공습지로 유명하다. 계단식 논농사를 짓던 농촌 마을이 사람이 떠난 뒤 생태계 회복력으로 소택지 등 다양한 형태의 습지로 자연스럽게 변한 지역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수달, 삵, 큰말똥가리 등 852종의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습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산책과 탐방이 가능한 데크탐방로가 마련돼 있고 약 10km의 둘레길 산책로와 등산로도 별도로 조성돼있다.
탐방로 선택에 따라 1시간에서 3시간 이상 습지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곳곳에 쉼터도 있다. 특히 늦가을이나 겨울에 더 매력적이다. 눈이 내린 습지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변신하고, 사진 찍기 좋은 야외 스튜디오가 된다. 오는 12일엔 습지를 중심으로 생태탐방 4코스를 달리는 '친환경 트레일 러닝 레이스'가 최초로 열린다. 전문가를 위한 22km 다이나믹 코스와 비전문가를 위한 12km 펀트레일 코스로 진행된다.
가족 단위 관광객도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초입엔 넓은 잔디공원도 있다. 습지 지역 탐방을 마친 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고인돌 유적도 자연사 학습에 좋은 관광 콘텐츠다. 연계 관광지로 잘 보존돼 있는 고창읍성도 들를만 하다.
경기 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도 최근 선보인 평화생태전시관과 조강전망대로 구성돼 있다. 북한 땅을 불과 1.4km 거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서울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장소 중 하나다. 애기봉에 오르면 서울과 1시간 거리로 가까운 곳에서 북녁 땅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개성 고려황상 유적'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도 있다. 인근 강화도 등엔 동막해변과 전등사 등 유명 관광지도 많아 연계 관광이 가능하다. 지난달 시작된 '조강 해넘이 야간개장'은 내년 2월까지 단 5차례 진행되며, 이달 25일과 12월 24일, 내년 1월 27일, 2월 24일 등 4차례가 남아 있다. 송악산과 개성 사이로 흐르는 조강의 풍경을 저녁 늦게까지 감상할 수 있는게 핵심 포인트다.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로 유명한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은 3만평 부지에 6개 테마별 정원과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어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관광객이라면 추천할만 하다. 가을엔 서양 억새로 불리는 2m가 넘는 팜파스 그래스가 풍성하게 피어나고 바람에 흔들려 사진찍기 좋은 오브제(물체)가 된다. 핑크뮬리의 화사함으로 회자되면서 가을 감성의 인스타 인생샷과 웨딩사진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연꽃 정원과 황금삼나무길, 고구려 삼족오 미로공원, 밀레정원, 모네정원, 고갱가든 등으로 꾸며 지루하지 않은 꽃길 산책을 할 수 있다. 인근에 튤립축제와 빛축제로 유명한 네이처월드도 있다. 서해 일몰 명소 중 하나인 운여해변이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은 고래잡이 어선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어민들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장생포는 상업 포경이 금지된 1985년까지 고래잡이로 번성했다. 당시를 재현한 '옛마을'을 비롯해 고래조각공원, 선사시대 고래마당, 오색 수국정원 등으로 이뤄진 면적 10만2700여㎡의 대형 테마단지가 들어서있다. 옛마을에선 '달고나' 만들기와 옛 교복어 보기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이 지역은 2008년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됐다. 1970년대 마을경관은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던 그 골목 그 거리를 생각나게 한다. 고래박물관과 생태체험관,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산업박물관인 장생포문화창고 등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올 가을 추천하는 강소형 잠재관광지 10곳 중 나머지 6곳은 △도시재생으로 문화예술 마을로 변한 강원 동해 묵호항 논골담길 △지난해 개장한 국내 최초 원형·복층 교량인 세종 금강보행교 △호남 3대 정원으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정약용이 12경으로 꼽은 전남 강진 백운동 원림 △대가야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재현한 경북 고령 대가야촌 △경남 제1호 지방정원이자 대표 생태관광지 경남 거창 창포원 △제주 서귀포 도심 속 올레길인 하영올레 등이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2019년부터 숨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잠재관광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강소형 잠재관광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독특한 매력을 지닌 지역 관광지 발굴을 통해 명소에 치우친 국내 관광객을 분산하는 효과로 지역관광 균형 발전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관광공사 지사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해 로컬 관광지를 찾아 육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2개년 단위로 선정하던 것도 2021년부터는 매년 선정해 신규 발굴 관광지를 늘리고 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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