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엄청 신나지 않아"... 아픔 지우고 본래 모습 찾았는데 왜 LG 최강 클로저는 웃지 못했나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25)이 하루 만에 충격을 극복해냈다.
LG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5-4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역전승이다. 이로써 LG는 시리즈 전적 1승 1패 균형을 맞췄다.
승리까지는 고된 여정이었다. 선발 최원태가 1OUT만 잡고 강판됐기 때문이다. 계획에 없던 불펜데이가 됐다. LG의 불펜진은 강했다. 이정용 1⅔이닝-정우영 1⅓이닝-김진성 ⅔이닝-백승현 ⅔이닝-유영찬 2⅓이닝-함덕주 1이닝-고우석 1이닝까지 8⅔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타선에서는 베테랑들이 해냈다. 김현수가 추격의 적시타를 날렸고, 오지환이 솔로포로 타선을 깨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동원이 역전 투런포를 작렬시키며 활약했다.
그리고 한 명의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바로 고우석이다.
전날(7일) 열린 1차전에서 고우석은 아픔을 겪었다. 2-2 팽팽한 순간에서 역전을 내줘 패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첫 타자 박병호를 유격수 땅볼, 장성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빠르게 2아웃을 잡았다. 그런데 배정대의 타석에서 9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내주면서 위기감이 감지됐다. 이어진 문상철의 타석에서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으며 우위에 섰지만 이후 2구 연속 볼을 던졌다. 5구째 직구는 파울. 그렇게 6구 승부까지 펼쳐졌고, 6구째 133km 커브볼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허용했다. 2-3로 경기가 뒤집힌 순간이다. LG는 9회말 공격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고 그대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LG는 74.4%의 우승 확률을 놓쳤다. 단기전에서 1차전 승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자신의 손으로 패배를 하게 했으니 고우석의 마음고생도 이뤄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고우석은 다시 힘을 냈다. 2차전에서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왔는데 이날은 잘 막아내며 리그 최강 클로저임을 입증했다.
8회말 박동원의 역전 투런포로 5-4가 된 상황. 고우석이 등판했다. 대타 김민혁을 맞이했다. 연거푸 빠른 볼 3개를 보여주더니 4구째 130km 커브로 유인해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조용호다. 이번에는 4구째 151km 패스트볼로 조용호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번에도 2아웃까지 잘 잡았다. 마지막 타자 김상수에게 154km 직구를 연달아 던져 2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깔끔하게 1이닝 삭제. 전날의 아픔을 씻을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고우석은 환하게 웃지 않았다. 고우석은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고, 아직까지는 그렇게 엄청 신나지 않는다. 그래도 (팀이 이겨) 많이 기쁘다"고 말했다.
청백전 당시 입었던 부상은 줄곧 고우석을 괴롭히고 있다. 고우석은 지난 1일 상무와 연습경기 9회에 등판했는데 허리 통증을 느껴 투구를 중단한 바 있다. 다음날 병원으로 이동해 MRI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 허리 단순 근육통으로 나왔다. 큰 부상이 아니라 천만 다행이었다.
한국시리즈 등판도 문제 없었다. 몸 상태는 괜찮은데, 스스로 불안한 것이 문제였다.
고우석은 "연습경기하면서 안 좋았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특히 어제(7일)가 제일 걱정이 됐던 것 같다"고 돌아본 뒤 "내가 스스로 불안해하는 것보다 몸상태는 괜찮았다. 가장 쓴 약이 됐지만 오늘 경기 준비하는 데는 더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차전 승리는 LG에게도 고우석에게도 뜻깊다. 고우석은 "매 경기 승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중요한 승리였던 것 같다. 이제 3승 남았다"면서 "오늘 투구는 100점을 주고 싶다. 원하는 곳에 잘 던졌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제 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LG 팬들의 응원 열기는 뜨겁다. 1차전에 이어 2차전 역시 만원 관중이었다. 3루 측까지 LG 팬들이 가득 덮었다.
고우석은 "8회말에 (박동원 형이) 역전 홈런을 쳤을 때 귀가 멍멍해질 정도였다. 원래 공을 한 개 더 던지고 나가려고 했는데, 함성 소리로 인해 아드레날린이 올라오다 보니 오래 쉬었다가 올라갔다. 가라앉히고 올라갔다"면서 "정말 삼진을 외치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삼진을 잡지 못하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면서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사령탑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오늘 본연의 모습을 보여줬다. 선수들, 나, 스태프 모두 (고)우석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말을 해줬다. 어제 안 좋았던 부분, 직구가 날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미팅을 해 이야기했다. 오늘은 직구 제구가 됐다.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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