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해설위원 “로슨과 DB는 최고의 만남입니다”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1라운드가 치러지고 있는 현재 가장 뜨거운 팀은 단연 원주 DB다. 시즌전 압도적 슈퍼팀 후보로 불렸던 부산 KCC(2승 2패)가 주춤한 가운데 상위권 후보인 서울 SK(3승 3패), 수원 KT(3승 3패)도 아직까지는 잠잠한 모습이다. 물론 해당 3팀은 완전체 전력은 아니다.
진짜 그들의 모습은 강력한 지원군이 돌아온 이후에 판단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조상현, 조동현 쌍둥이 감독이 이끄는 창원 LG와 울산 현대모비스가 안양 정관장과 함께 공동 2위(4승 3패)에 올라있지만 순위 대비 승률이 높지는 않다. 2위부터 최하위 대구 한국가스공사까지 승차가 크지 않은지라 연승 연패에 따라 순위가 요동칠 공산이 충분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DB는 유독 태평하기만 하다. 올시즌 치른 7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패배를 모르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시즌 초이기는 하지만 당초 중상위권 정도로 평가받던 DB의 상승세는 이변을 넘어 반란에 가깝다는 평가다.
DB가 세운 개막 후 7연승은 2017~18시즌 서울 SK 이후 6년 만에 나온 역대 5번째(8연승 2차례 포함) 기록이다. DB 자체적으로는 8연승을 기록했던 2011~12시즌 이후 4394일 만의 쾌거다. 팬들 사이에서는 ’원주 산성이 다시 복구됐다‘는 말이 터져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렇지않아도 농구 열기가 뜨거운 원주 팬들은 그야말로 신이 났다.
“신임 김주성 감독의 지도력, 탄탄한 조직력, 좋은 선수단 분위기 등 현재 DB는 잘 나가는 팀이 보여주는 모든 요소가 다 드러나고 있습니다. 연승 행진을 하는 팀은 꾸준히 그러한 흐름을 이어나가는게 중요한데 DB같은 경우 이어가는 기세를 제대로 탓다고 보여집니다. 부상 등 돌발변수 없이 현재 전력만 유지해도 시즌전 우승후보로 불리던 팀들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는 위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상윤 SPOTV 해설위원 역시 DB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주목하고 있다. 본인 역시 당초 다크호스 정도로 예상했던 것이 민망할 만큼 탄탄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놀라움을 금치못하는 모습이다. DB가 가장 달라진 것이 어떤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위원은 가장 먼저 1옵션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26‧201cm)을 꼽았다.
“꼭 저 뿐이 아니라 요새 DB가 잘나가면서 로슨이 많이 부각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의견도 많더라고요. 다들 아시다시피 처음에는 오리온에서 2옵션 외국인선수로 국내리그에 데뷔했잖아요. 출장시간도 많지는 않았고요. 슛은 지금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처음부터 패스는 정말 빼어났습니다. 동료들의 찬스를 잘 봐주고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쳤던지라 다른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죠”
이위원의 말대로 로슨은 2옵션이지만 팀원들과 함께하는 농구에 강점이 있는 선수라는 것을 확실하게 어필했고 이후 캐롯(현 소노)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달라진게 있다면 2옵션이 아닌 1옵션으로 더 좋은 조건을 약속받았다는 사실이다.
“로슨이 대단한 점은 뛸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이며 다른 팀의 시선을 잡아끌었다는 점입니다. 오리온 시절에 패스 잘하는 팀 플레이어로 눈길을 끌었다면 캐롯에 와서는 벌크업을 해서 힘도 더 좋아지고 골밑 수비도 가능하게 됐습니다. 거기에 양궁팀의 영향인지 본인도 슛을 던지면서 더욱 위력적이 되었어요. 옆에서 본 김승기 감독은 그 진가를 알아보고 계속 함께 하기를 원했지만 아시다시피 타이밍이 안 맞아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지켜보고 있던 DB에서 데려갔는데 이는 DB와 로슨 모두에게 윈윈으로 작용하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로슨과 DB는 최고의 궁합을 보이고 있다. 로슨이 지난 시즌 캐롯에서 뛰었을 때는 수비에 대한 부담이 많았다. 공격에서야 전성현, 이정현같은 특급 선수들과 서로 패스를 돌리고 빈틈을 봐주며 적지않은 시너지 효과를 냈지만 수비 특히 포스트 수비에서는 많은 짐을 혼자 져야만 했다. 골밑에서 힘을 보태줄 토종 빅맨 자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1월까지 함께했던 이종현(29‧203cm)도 지금 정관장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여러모로 위축되어있던 상태인지라 별반 도움이 안됐다.
반면 DB에서는 다르다. 김종규(32‧206.3cm)와 강상재(29‧200cm)라는 국가대표 빅맨 자원이 둘이나 있다. 둘다 골밑수비 부담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선수들이며 슛까지 갖추고 있어 함께 코트에 나서도 크게 빡빡하지 않다. 트리플 포스트시 주로 3번을 나서는 강상재가 빅윙으로 서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모습도 많지만 로슨의 패싱감각과 활동량이 이를 상쇄시켜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DB 트리플 포스트의 위력은 직전 삼성 경기만 봐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로슨이 몸이 좋아졌어도 포스트에서 코피 코번을 당하기는 힘든게 사실이죠. 큰 체격을 무기로 하는 파워형 빅맨이잖아요. 로슨은 공격시 대놓고 외곽으로 나가버렸고 코번 역시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죠. 붙으면 흡사 가드처럼 탑에서 능숙하게 볼을 뿌려주고 거리가 있으면 슛을 던져버리니까 코번이 수비적인 면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지더라고요. 더불어 코번이 없는 삼성 골밑은 김종규와 강상재가 번갈아가면서 붕괴시켜버렸죠. 해결사에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되는 로슨으로 인해 김종규와 강상재도 완전히 날개를 달아버렸습니다”
이위원이 꼽은 로슨의 최대 강점은 팀승리를 최우선으로하는 마인드다.
“지금까지 말한 것만으로도 로슨이 얼마나 잘하는 선수인지는 충분히 설명이 됐죠. 역대로 이 정도 영향력을 가진 외국인선수같은 경우 거만하게 굴거나 악동 짓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기는 했지만 로슨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연상되지 않아요. 얼마 전 연승과정에서 모팀의 외국인선수와 득점으로 쇼다운을 벌인 경기가 있었어요. 유달리 손끝 감각도 좋았던지라 이런 날은 욕심을 내볼만도 하거든요. 아니더라고요. 늘 하던대로 패스를 돌리면서 동료들의 찬스를 봐주는 등 전혀 무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벤치에서 부르면 불만 없이 들어가 응원단장 모드로 동료들을 독려해주고…, 오리온에서 2옵션으로 뛸 때나 DB에서 1옵션으로 활약할 때나 변한게 전혀 없습니다. 똑같아요. 세상에 이런 외국인선수가 있나 싶어요. 빼어난 기량과 더불어 코트에서 보여주는 매너와 인성은 역대급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로슨에 대한 이위원의 칭찬은 계속 이어졌다.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서 로슨과 게이지 프림 둘다 심판에게 비슷한 상황에서 파울이 불렸어요. 애매한 부분도 있었던지라 선수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둘의 반응은 확연히 달랐죠. 프림은 화를 내면서 격하게 반응한 반면 로슨은 짧게 항의하고 돌아서더라고요. 구태여 성격을 들먹이지 않아도 무척 현명한 태도였다고 보여졌습니다. 길고 강하게 항의해봤자 자신에게나 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판단하고 냉정하게 스스로를 추스린거죠. 이제 20대 중반의 선수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야말로 DB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최고의 장수를 보강한 원주 산성이 예전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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