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키’ 송민엽 감독 “판타지 설정, 현실이 이렇게 빠르게 따라올 줄은…”[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11. 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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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플러스 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를 연출한 송민엽 감독. 사진 스튜디오X+U



유플러스 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로 매주 월~목요일 자정 공개 중인 드라마 ‘하이쿠키’는 3년 전 고안됐다. 강한 작가의 아이디어로 기획된 후 연출을 맡은 송민엽 감독이 대본을 맡아 함께 작업한 것은 1년 반이었다.

한 입만 베어 물어도 꿈을 실현해준다는 환상의 수제 쿠키. 이 쿠키가 등수에 목숨을 거는 명문 사립고의 안을 파고들자 윤리는 힘없이 허물어진다. 한 입을 베어 물면 집중력이 오르지만 결국 남는 것은 환상을 본 이후의 허무와 중독뿐이다.

처음 송 감독은 이 소재를 보고 반신반의했다. “말이 되지 않는구나. 어떻게 하면 말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반 사이 세상은 크게 바뀌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학원가를 뒤흔든 마약주스 사건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연예인 마약 사건. 현실은 판타지를 너무도 빨리 따라잡았다.

유플러스 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 포스터. 사진 스튜디오X+U



“너무 자연스럽게 마약이라는 소재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고, 강력한 힘을 갖고 사람들을 파멸로 이끄는 것 같았어요.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됐지’ 싶었죠. 쿠키라는 소재는 너무 주사나 가루 등 약물로 가면 극이 어려워져서 귀여운, 상반된 이미지를 주고 싶었던 결과입니다.”

9일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12회까지 공개되는 ‘하이쿠키’는 이러한 독특한 소재와 남지현, 정다빈, 최현욱 등 젊은 배우들 그리고 김무열, 장영남, 윤제문 등 중견 배우들의 조화로 국내 넷플릭스 청취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송 감독 역시 이러한 피드백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지만 사실 어른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소재랑 내용을 봤을 때 청소년 관람불가로 갈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소 폭력적이거나 잔인하고, 유해한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불편하고 자극적인 표현일 수 있으나 솔직한 욕망의 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유플러스 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 한 장면. 사진 스튜디오X+U



‘쿠키’라는 설정은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는 기제. 예전 같으면 ‘도깨비 방망이’나 ‘도깨비 감투’ ‘지니의 요술램프’ 등의 소재로 다뤄졌던 형식이다. 보통 사람들이 치명적인 유혹에 흔들리고 이겨내는 모습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그 어려운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동생 민영(정다빈)과 동생의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영(남지현)의 캐릭터가 탄생했다.

“많은 사건을 수영의 시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민영이 처음 쿠키를 유통하다, 나중에 수영이 받아서 하게 되는데 수영이 모험을 떠나는 듯한 판타지의 설정을 많이 빌렸어요. 결국 수영은 동생을 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학교로 찾아오죠. 배우 남지현을 보며 항상 연기의 폭이 넓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가진 역량을 더 끌어낼 기회가 언젠간 온다고 봤어요. 배우도 고민 끝에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고요.”

유플러스 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 한 장면. 사진 스튜디오X+U



드라마는 처음에는 ‘수렁에 빠진 동생’을 구하는 수영의 이야기에 중점을 맞추다, 수영이 고등학생으로 변장해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쿠키를 누가 왜 만들고, 어떻게 유통하게 됐는지 이유에 집중하게 된다. 경찰과 교사 등 학생들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역할을 피하고, 수영 역시 흑화하면서 작품은 ‘피카레스크’(악인들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결국 선한 역이 없는, 피카레스크에 가까운 부분이 있어요. 현실의 어려움에 처하니 잘못된 선택에, 유혹에 더욱 쉽게 흔들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작품의 어른들도 좋은 사람은 별로 없는데요. 지금까지 학원물에서 거의 학생들이 어른의 힘을 빌리는 설정이 많아 클리셰(뻔한 설정)처럼 여겨졌던 것 같아요. 이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어른과 학생이 동등한 인격체로 극에 참여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유플러스 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를 연출한 송민엽 감독. 사진 스튜디오X+U



이처럼 지금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많이 반영한 ‘하이쿠키’는 쿠키의 제작자 ‘셰프’의 정체와 주인공들을 돕는 것 같았던 호수(최현욱)의 다른 모습을 보이는 등 반전의 여지를 남겼다. KBS 드라마국에서 청춘물을 만들기도 했던 송민엽 감독의 결말에 대한 생각은 꽤 무거웠다.

“‘아무 일 없이 잘 살았다’로 끝날 것 같진 않습니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잖아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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