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댐 어찌할꼬] ② 방치하면 재앙 불 보듯…"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야"(끝)
전문가들 "힘 있는 기관이 직접 나서서 이해관계 조율해 해결책 마련해야"
(괴산=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저수용량이 적은 괴산댐의 홍수조절 능력에 본격적으로 의문이 제기된 것은 2000년대 초반 부터다.
이후 월류 위기를 겪을 때마다 다목적댐으로의 전환, 둑을 높이는 재개발, 댐 리모델링 등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곤 했지만 정작 장마철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괴산댐은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대책 관련 논의는 멈춰서 버렸다.
'극한호우'가 반복될 것이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관련기관들은 이렇다 할 월류 방지책을 내놓지 않고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닌데 댐 관리주체인 한수원과 지자체, 환경부 및 지역주민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등 힘 있는 기관이 직접 나서서 이견을 조율하고 결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월류 위협 때마다 무수한 해법 제시만
저수된 물을 발전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방류하는 발전용 댐인 괴산댐을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능력을 갖춘 다목적댐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다.
또 홍수조절 능력을 갖추기 위해 댐의 물그릇을 키우는 재개발을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2천년대 초반 댐의 둑을 높여 재개발하는 방식도 거론됐다. 그러나 이들 방안은 수몰 지역이 커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고, 댐 상류의 폐우라늄 광산 탓에 환경오염 우려마저 제기되면서 흐지부지됐다.
댐의 물을 미리 빼놔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를 대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홍수기 때는 제한 수위를 133m 이하로 하고 있으며 호우특보나 태풍특보가 예보되면 방류를 통해 제한 수위를 130m 이하로 유지한다. 월류 수위는 137.65m이다.
하지만 수위가 너무 낮아지면 댐 상류에 조성된 괴산호 주변 산막이옛길의 풍광이 훼손돼 지역 관광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유람선 운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이 역시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홍수기 때 수위를 댐 최저인 128m 이하까지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역사회의 동의가 선행돼야 할 사안이라 선뜻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관리주체 변경 문제도 도돌이표처럼 월류 위기 때마다 거론됐다.
다목적댐은 댐 건설ㆍ관리 및 주변 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관장하며, 정부는 이를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해 관리한다. 발전용 댐은 전기사업법 등에 따라 발전시설로 분류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수원이 운영을 맡는다.
효율적 물관리를 내세워 정부는 2016년 6월 한수원이 관할하는 전국 10개 수력발전 댐의 관리 기능을 수자원공사가 위탁 운영하도록 하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한수원은 발전용댐 관리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인만큼,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조절 능력을 할 수 있는 수자원공사가 수력발전댐 관리를 맡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한수원과 수자원공사 사이에 괴산댐 운영 방안을 놓고 논의가 있었지만, 업무 범위와 계약 형태, 법률관계 등을 놓고 견해차가 너무 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수자원공사가 맡으면 뭐가 달라지느냐'는 그것이 한수원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한수원이 제 밥그릇을 잃기 싫어 관리권을 놓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지자체인 괴산군은 '여수로(餘水路)'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홍수 때 기존 수문이 감당하지 못해 물이 넘치는 만큼 댐 옆에 여수로를 만들어서 댐 수위를 낮추자는 것이다.
송인헌 괴산군수는 "다른 댐들은 대부분 여수로를 가지고 있다"면서 "여수로 설치는 월류 위기 시 댐 수위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수원은 주변에 속리산 국립공원이 포함돼 있어 터널을 뚫는 여수로 공사는 추진 자체도 쉽지 않고 비용 대비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면서 대신 댐 수문 리모델링 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달 19일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종배(충주) 국회의원이 "괴산댐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질의하자 "구조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담수 용량을 늘리고 그것을 잘 관리하는 쪽으로 해나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괴산댐은 7개 수문을 통해 초당 3천80t의 물을 하류로 흘려보낼 수 있는데, 수문 사이의 교각(피어)을 제거하는 등의 리모델링으로 방수량을 초당 9천t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게 한수원 측 주장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많은 물을 하류 쪽으로 방류하면 하천(달천강)이 이를 견뎌내지 못하고 범람해 괴산과 충주 지역이 침수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여수로든, 교각 제어 등 리모델링을 통한 방수량 확대든 모두 방류량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늘리자는 것이어서 하천의 치수능력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그러나 치수능력 확보에는 시간이 걸린다. 환경부 산하 원주지방환경청이 달천강 5개 지구(23.88㎞)에 대한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 기간은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이전에 또 폭우가 쏟아지고 월류가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다.
전문가들 "이해관계 얽혀 복잡한 문제…중앙정부가 나서야"
장창래 한국교통대 사회기반공학전공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자칫 대규모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괴산댐 월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니냐"고 말했다.
강부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댐 운영과 관련해서는 기관 간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며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이 직접 나서든지, 충북도지사·산업자원부 장관·환경부 장관이 한자리에 모여서 합의를 끌어내든지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댐 관리를 여러 부처가 나눠서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다목적댐이나 발전용댐, 농업용댐을 전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물관리 기관이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괴산댐의 경우 현실적으로 댐의 높이를 올린다거나 보조댐을 건설하는 쪽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라며 "지자체나 한수원보다 국가 차원에서 재정 지원을 통해 홍수 방어 능력을 키우는 비상여수로 신설 등 치수 능력 증대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방안이 장기적으로는 맞다"고 조언했다.
송인헌 괴산군수는 "언제까지 댐 주변 지역 주민들이 폭우만 내리면 월류 걱정에 전전긍긍해야만 하냐"며 "이제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호소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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