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출렁일 때마다 본 ‘사진’…뉴욕증권거래소, 뭐하는 곳일까? [특파원 리포트]
세계 금융시장이 매일 장 시작 전마다 주목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 있는 자본주의의 상징 뉴욕증권거래소, NYSE입니다. 빅 보드(Big Board)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세계 증권거래소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큰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2,400개의 회사에 3,000개가 넘는 증권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시가 총액은 33조 달러에 이르고 하루 거래액은 530억 달러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 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장(Trading Floor)입니다. 주식시장이 출렁이면 이곳 딜러들이 환호하거나 절망하는 표정의 사진이 전 세계로 타전되기도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과거처럼 테이블 건너 주문표를 주고받을 필요가 사라졌고,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증권 거래를 하는 이 시대에 이렇게 모여서 거래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과연 실제로 거래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여의도에도 한국거래소가 있고, 뉴욕증권거래소처럼 거대한 홀과 전광판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선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증권 딜러들이 각자 사무실의 테이블에 앉아 거래하기 때문입니다. 간간이 상장 행사만 진행될 뿐 평소엔 텅 빈 공간입니다. 주식시장 영상이 필요한 방송사들도 이젠 한국거래소보다는 시중은행의 딜링룸을 찾아갑니다.
■그럼 이 장소는 뭘 하는 곳일까요?
미국 증권전문 방송인 CNBC를 보면 배경이 화려합니다. "대단한 스튜디오다. 방송국에 딜링룸을 차려놨구나. 정말 부럽다." 방송장이로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배경, 방송용 세트가 아니었습니다.
그 배경이 CNBC 방송국 스튜디오가 아니라 뉴욕증권거래소였던 거죠. 뉴욕증권거래소 자체가 세트입니다. 그리고 그 앞엔 이렇게 개장식 등의 행사 참여자들이 가득합니다. 우리가 늘상 방송이나 사진에서 보던 뉴욕증권거래소가 증권 거래만을 위한 공간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거래장의 딜러들은 정보원?
물론 지금도 딜러들이 있습니다. 500명에서 1,000명 정도라고 됩니다.
뉴욕증권거래소 거래장에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딜러들이 가격을 외치고 손으로 신호를 하며 정신없이 뛰어다녔다고 합니다. 5분마다 거래를 마치도록, 시간 표시는 없고 5분 단위로 표시된 시계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게 2007년입니다. 전자거래가 늘어나면서 혼합모델을 채택했습니다. 대부분 우리나라처럼 본인 회사에서 온라인으로 거래하지만, 일부가 여전히 거래장에 나와 있는 겁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소리를 치거나 뛰어다니진 않습니다. 가격을 적어 넣은 주문표도 없습니다.
기자가 그곳을 방문했을 때도 개장 때 환호를 빼고는 조용했습니다. 다들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거나, 주변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만 나누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만 봐서 그런지 몰라도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마우스를 클릭하며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거래소 관계자 말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거래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건 장이 출렁일 때라고 합니다. 요즘 메신저 등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게 일상이지만, 거래장에서의 정보 교환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서로 다른 회사 소속의 딜러들이 의견을 나누면서 소란스러워지는 거죠.
흡사 1792년, 월스트리트에 24명의 중개인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며 거래를 시작했던 것처럼, 여전히 한 곳에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짧지만, 전통을 챙기는데 그냥 챙기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한국거래소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또 하나 있습니다. 장 시작이나 끝날 때마다 요란하게 울리는 종소리입니다. 9시 반에 시작할 때는 10초, 오후 4시에 끝날 때는 15초입니다. 건물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소리가 큽니다.
여전히 거래장에 있는 사람이 있기에 하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 성격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관리인이 종을 치는, 일상적인 업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젠 각 회사 임원이나 연예인 등을 초대합니다. 발코니 뒤 전광판이 열리면서 그날 타종할 사람들이 나타나고 시간에 맞춰 종을 칩니다.
이때 뉴욕증권거래소의 카메라맨들도 바빠집니다. 무거운 이동용 송출장치를 등에 메거나 허리에 차고 이 상황을 외부에 전달합니다. 이 영상은 전 세계로 보내집니다.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시대에 시스템이 열리고 닫히면 끝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종 울리기를 이어가고 있고, 이 또한 마케팅의 수단이 된 겁니다. 자신들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방식입니다.
■아쉽게도 관광객 투어는 중단
현재 일반 관광객이 거래장(Trading Floor)에 접근할 방법은 없습니다. 911테러 이후 중단됐습니다. 내부는 당연히 볼 수 없고 외부 통제선은 더 강화됐습니다. 출입증 확인도 건물 외부에 천막을 쳐두고 진행하고 있고, 일반인은 건물 벽에조차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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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중 기자 (baika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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