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무기가 항상 내 편은 아니다, 케팔로스[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42)
사람들은 강력한 힘을 가진 무기를 손에 쥐었을 때 자신보다는 무기의 힘을 믿는다. 그것이 권력이든 돈이든 자신이 쥐고 있는 패가 다른 사람보다 강하다고 느낄 때 자신보다 무기가 가지고 있는 힘에 의존한다. 하지만 강력한 무기도 때로는 자신을 옥죄는 무기가 된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었지만 잘못 행사해 결국 자신에게 치명타를 입힌 인물이 케팔로스다.
머리가 잘생긴 자라는 뜻을 가진 케팔로스는 프로크리스와 결혼하면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 케팔로스는 결혼했지만, 사냥을 좋아해 아침마다 사냥을 나갔는데 잘생긴 그의 외모를 보고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반한다. 에오스는 케팔로스를 납치해 자신의 궁으로 데려간다. 케팔로스는 그러나 아내 프로크리스를 사랑해 에오스의 사랑을 거절한다.
에오스는 케팔로스를 풀어주면서 프로크리스를 의심하게끔 계략을 세운다. 케팔로스는 에오스의 계략에 따라 아내의 정절을 시험하지만, 프로크리스는 넘어가지 않는다. 곧 케팔로스는 아내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화해한다. 프로크리스는 케팔로스와 화해하면서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선물 받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냥개와 절대 벗어나지 않는 창을 남편에게 주었다.
두 사람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사냥에 나간 케팔로스가 숲에서 땀을 식히면서 “피로한 나를 위로해다오”라고 혼잣말을 한다. 이를 들은 숲의 정령 사티로스가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고 프로크리스에게 고자질한다.
프로크리스는 사티로스의 말을 듣고 사냥에 열중하고 있는 남편을 의심해 케팔로스를 미행한다. 사냥하던 케팔로스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동물인 줄 알고 프로크리스가 선물한 마법의 창을 던진다. 케팔로스가 달려가 보니 창은 아내의 목을 정확하게 관통했고, 프로크리스는 남편을 원망하며 죽는다.
케팔로스는 아내를 죽인 죄로 아테네 법정에서 추방 명령을 받는다.
케팔로스에게 죽임을 당한 프로크리스를 그린 작품이 피에로 디 코시모(1461/62~1521)의 ‘프로크리스의 죽음’이다.
반인반수의 사티로스가 여인의 머리맡에 앉아 이마를 쓰다듬으면서 울고 있고, 옆에서 개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반인반수의 사티로스는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지만, 코시모는 1480년경 니콜로 다 코레지오가 각색한 희곡 <케팔로스>를 모델로 해서 그렸다.
프로크리스의 목에 꽂혀 있는 화살은 그가 왜 죽었는지 설명한다.
화면 오른쪽 개의 귀가 내려가 있는 것과 슬픈 표정은 주인 곁은 떠나지 못하고 충성을 다하는 짐승을 의미한다. 이 개는 아르미테스 여신이 프로크리스에게 준 선물이기도 하다.
피에로 디 코시모의 이 작품에서 케팔로스가 이마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은 아내를 발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배경의 단색조 도시 풍경은 프로크리스의 죽음을 애도함을 나타낸다. 은둔자였던 코시모에게 도시는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내가 쥐고 있는 무기는 절대적이지 않다. 인간관계는 단순하지 않고 항상 변수가 있게 마련이어서 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박희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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