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review] 맨유가 무너졌다…’2-0→2-2→3-2→3-3→3-4’ 역대급 경기 맨유, 코펜하겐에 패배
[포포투=김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무너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9일 오전 5시(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A조 4차전에서 코펜하겐에 3-4 패배를 당했다. 승점을 획득하지 못한 맨유는 조 최하위로 내려갔다.
[선발 명단]
승점 3점이 필요한 맨유는 총력전을 펼쳤다. 회이룬, 가르나초, 브루노, 래쉬포드, 에릭센, 맥토미니, 달롯, 에반스, 매과이어, 완-비사카가 선발로 출전했다. 골문은 오나나가 지켰다.
코펜하겐은 엘 유누시, 곤살베스, 폴크, 클라에손, 안케르센 등을 선발로 내보냈다.
[전반전] 회이룬 멀티골, 그러나 래쉬포드 퇴장+동점골까지…불안한 맨유
맨유가 이른 시간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3분 완-비사카가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는 맥토미니를 향해 패스를 내줬고, 맥토미니는 이 패스를 곧바로 문전으로 연결했다. 이를 회이룬이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회이룬은 친정팀을 상대로 득점했지만 맨유 원정석 앞으로 뛰어가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전반 9분경 한 팬이 현수막을 갖고 경기장에 난입했다. 팬을 저지하고 내보내는 과정에서 경기가 중단됐지만, 곧 재개됐다.
좋은 분위기 속에 진행되던 전반전 초반, 맨유에 악재가 생겼다. 전반 13분경 에반스가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뛰지 못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맨유는 곧바로 에반스를 불러들이고 바란을 준비시켰다. 에반스는 어두운 표정으로 직접 걸어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분위기는 어수선했지만 경기는 맨유가 주도했다. 맨유는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코펜하겐 수비를 공략했고, 수비가 열리지 않으면 다시 공을 뒤로 빼고 천천히 공격을 조립했다. 전반전 이른 시간 터진 회이룬의 선제골 덕에 맨유는 경기 템포를 조절하며 천천히 기회를 노릴 수 있었다. 전반 21분 가르나초를 향한 브루노의 패스가 대표적이었다.
그 와중에도 방심할 수 없었다. 코펜하겐의 반격이 거셌다. 코펜하겐은 일단 뒤로 물러선 채 수비에 임했지만 적당한 타이밍에 빠른 속도로 역습을 시도했다. 맨유는 전반 24분 코펜하겐에 역습을 허용했는데, 코펜하겐은 측면을 통한 빠른 역습으로 맨유에 유효타를 날렸다. 오나나가 크로스를 처리하며 상황이 종료됐다.
맨유가 다시 분위기를 가져오는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또 회이룬이었다. 전반 28분 역습 상황에서 브루노의 패스를 받은 가르나초가 슈팅을 시도한 게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뒤따라 쇄도하던 회이룬이 재차 슈팅을 때려 골망을 흔들었다. 회이룬의 멀티골. 프리미어리그(PL)에서 아직까지 데뷔골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는 회이룬은 바이에른 뮌헨전에 이어 다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맨유는 기세를 몰아 전반 29분 회이룬과 매과이어가 추가골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코펜하겐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실패했다.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한 코펜하겐은 라인을 높인 채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맨유는 코펜하겐의 공격을 막기 위해 박스 인근에 많은 선수들을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코펜하겐은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맨유 수비에 균열을 내려고 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코펜하겐의 공격은 번번히 맨유 수비에 의해 끊겼다.
맨유가 추가골 기회를 놓쳤다. 전반 40분 래쉬포드가 상대 공을 탈취한 뒤 역습 기회를 맞이한 맨유는 회이룬이 공을 몰고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 후에 시도한 슈팅으로 세 번째 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회이룬의 슈팅은 골문을 외면했다.
맨유에 변수가 발생했다. 대형 변수였다. 회이룬의 슈팅이 나오기에 앞서 래쉬포드가 상대 공격을 끊는 과정에서 앨러르트의 발목을 밟았는데, 비디오 판독(VAR)과 온 필드 리뷰를 거쳐 레드카드가 주어졌다. 맨유는 전반전이 끝나기 전 한 명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코펜하겐은 이 장면에서 선언된 프리킥 찬스에서 브루노에게 맞은 공이 골대 상단 구석을 때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전 막바지 코펜하겐이 한 골 따라갔다. 전반 45분 안케르센이 우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에 있던 곤살베스가 곧바로 엘 유누시에게 내줬고, 엘 유누시가 침착한 마무리로 맨유 골망을 갈랐다. 추가시간은 무려 13분이 주어졌다. 기세를 탄 코펜하겐은 후반 추가시간 3분 딕스의 슈팅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밀리던 맨유가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반 추가시간 7분 코펜하겐이 공격을 하는 과정에서 공이 박스 안에 있던 바란의 손에 맞았다. 매과이어와 브루노가 적극적으로 항의했지만 주심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9분 키커로 나선 곤살베스가 오나나를 상대로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앞서 열린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막바지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맨유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오나나였지만, 이번에는 완벽하게 속고 말았다. 곤살베스의 동점골로 결국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회이룬의 멀티골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전반전을 2-2로 마쳤다.
[후반전]
맨유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카드를 썼다. 에릭센이 빠지고 암라바트가 들어왔다. 한 명이 빠진 상태인 맨유가 보다 수비적인 암라바트를 배치해 수비라인을 채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수적 열세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맨유는 후반 7분 바브로에게 먼저 슈팅을 허용했다. 바브로의 슈팅이 빗나간 게 다행이었다.
코펜하겐은 전반전 막바지의 흐름을 후반전에도 이어갔다. 후반 8분 클라에손의 헤더가 나왔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후반 15분 곤살베스의 슈팅은 막혔다. 후반 16분 측면을 통해 시도한 공격은 매과이어의 수비에 막혔다. 이후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코펜하겐이 계속 두드렸다. 후반 18분 곤살베스가 3분 전에 이어 다시 한번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으나 빗나갔다. 코펜하겐은 같은 시간 엘 유누시를 불러들이고 바르다지를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줬다. 바르다지는 투입 직후였던 후반 19분 슈팅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바르다지는 득점에 실패했다.
맨유가 앞서갈 기회를 잡았다. 맨유가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매과이어의 헤더가 코펜하겐 수비 팔에 맞았다. 전반전 래쉬포드의 퇴장 상황과 마찬가지로 VAR과 온 필드 리뷰가 진행된 끝에 맨유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맨유가 다시 리드를 가져왔다. 후반 24분 키커로 나선 브루노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리드를 허용한 코펜하겐은 공격의 고삐를 당기며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맨유는 수비에 집중하며 코펜하겐의 공격을 막아냈다. 달롯과 완-비사카의 측면 수비가 빛났다.
하지만 결국 맨유가 무너졌다. 후반 38분 폴크의 패스를 받은 레라허에게 실점해 동점을 허용했다. 맨유는 회이룬을 마운트와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코펜하겐이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43분 맨유 박스 인근에서 계속 공격을 시도하던 코펜하겐에 기회가 왔다.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경합 상황 끝에 문전에 있던 바르다지에게 향했다. 바르다지는 이를 멋진 왼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맨유 골문 구석에 꽂아 넣었다.
맨유는 매과이어를 전방에 올려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맨유가 땅을 쳤다. 후반 추가시간 2분 매과이어가 박스 앞에서 시도한 슈팅이 골대를 스치고 지나갔다. 맨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맨유의 3-4 패배로 종료됐다.
[평점]
맨유의 평점은 처참했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을 기준으로 맨유 선수들 대부분은 5점대와 6점대 평점을 받았다. 유이하게 8점대 평점을 받은 선수는 선제골과 추가골의 주인공 회이룬(8.6점), 그리고 페널티킥 득점에 성공한 브루노(8.1점)였다. 전반전 퇴장으로 맨유에 큰 변수를 만들었던 래쉬포드는 5.6점을 받았다. 가르나초(6.6점), 에릭센(6.5점), 맥토미니(6.3점)의 평점도 높지 않았다. 네 차례나 실점을 허용한 수비진의 평점도 높을 수 없었다. 매과이어는 5.8점, 바란은 6.7점, 완-비사카는 6.8점, 달롯은 6.2점이었다. 오나나는 6.4점.
반대로 승리한 코펜하겐의 평균 평점은 높았다. 모든 선수들이 골고루 활약을 펼친 덕이었다. 1골 1도움을 올린 곤살베스가 회이룬에 이어 전체를 통틀어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인 8.5점을 받은 게 눈에 띄었다. 이 외에도 폴크(8.3점), 엘 유누시(8.1점), 그리고 역전골의 주인공 바르다지가 7.8점을 받았다.
UEFA는 1도움을 기록한 폴크를 POTM(Player Of The Match)으로 선정했다. 폴크는 이날 패스 성공률 94%, 크로스 성공 1회(100%), 긴 패스 성공 3회(4회 시도), 태클 성공 3회(6회 시도), 클리어링 1회, 압박 7회, 리커버리 4회, 지상 경합 성공 7회(9회 시도) 등을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맨유는 이번 경기 패배로 인해 향후 일정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우선 A조 최하위로 내려간 게 가장 큰 문제다. 같은 시간 열린 뮌헨과 갈라타사라이의 경기에서 뮌헨이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지었기 때문에 이제 A조에서 16강행 티켓은 한 장 남았다. 현재 갈라타사라이와 코펜하겐이 승점 4점, 맨유가 승점 3점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문제는 맨유의 나머지 일정이다. 맨유는 5차전에서 갈라타사라이 원정을 떠나고, 6차전에서 뮌헨을 만난다. 튀르키예 리그의 강호인 갈라타사라이 원정길은 쉽지 않은 일정이다. 게다가 갈라타사라이도 맨유와 마찬가지로 16강 진출이 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고 전력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맨유는 래쉬포드의 퇴장을 감안해 플랜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6차전인 뮌헨전도 문제다. 뮌헨이 16강행을 확정 지었기 때문에 나머지 일정에서 힘을 빼고 나올 가능성도 존재하기는 하나, 최근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일관하는 맨유가 그런 뮌헨을 상대로도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또한 그 전에 코펜하겐이나 갈라타사라이의 경기 결과에 따라 맨유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승점이 가장 낮은 맨유는 가장 힘든 상태로 나머지 두 경기에 임하게 됐다.
맨유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에 연달아 0-3 대패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시즌 돋보였던 에릭 텐 하흐 감독 체제의 맨유는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다. 맨유는 이후 풀럼전에서 1-0 신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듯했으나, 오늘 코펜하겐전 패배로 다시 좋지 않은 분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잃은 것도 많다. 우선 래쉬포드의 불필요한 퇴장이 뼈아프다. 래쉬포드는 이번 시즌 부진하지만, 현재 맨유가 기용할 수 있는 측면 자원들을 고려하면 최선책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또한 전반전 이른 시간 부상을 당해 교체된 에반스의 컨디션도 문제다. 맨유에는 바란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텐 하흐 감독은 최근 바란을 신뢰하지 않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에서 전반 추가시간 13분과 후반 추가시간 6분을 포함해 도합 110분에 가까운 경기를 소화한 맨유 선수들의 체력이 가장 큰 문제다. 리그에서도 성적을 챙겨야 하고, UCL에서도 16강행을 노리며 적어도 UEFA 유로파리그(UEL)까지 생각해야 하는 맨유 입장에서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쓰러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 선수들의 체력 부담까지 겹친다면 더욱 큰 악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경기 전 코펜하겐의 승리를 예상한 맨유의 레전드 폴 스콜스의 예언이 맞아떨어진 점에 눈길이 간다.
스콜스는 경기에 앞서 경기를 분석하며 “맨유는 큰 곤경에 처해 있다. 난 항상 UCL 홈 경기에서 승리하고 원정에서 비기거나 승리하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베팅을 한다면 맨유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에 베팅할 것이다. 맨유는 지난해에도 원정 경기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조직력이 뛰어난 코펜하겐에 가는 게 걱정된다. 맨유에 파이터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맨유를 걱정했다.
자연스레 텐 하흐 감독의 경질설도 대두되고 있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 시즌 리그 3위와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우승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냈다. 또한 자신의 철학을 기반으로 짧은 패스 플레이와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 강한 압박이 바탕이 된 전술을 활용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특히 지난여름 마운트, 오나나, 회이룬 등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스쿼드를 개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마운트의 경우 첼시에서의 부진을 맨유에서도 이어가는 중이다. 마운트는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도 못하지만, 경기에 나서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다.
오나나는 그나마 낫다. 오나나는 불안정한 선방 능력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다비드 데 헤아에 비해 안정적인 빌드업 능력과 때때로 보여주는 동물적인 반사신경에서 나오는 선방 능력을 갖고 있다. 회이룬은 리그에서 부진하지만 코펜하겐전 멀티골을 비롯해 득점 면에서 어느 정도 감각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다만 아직 경질은 이르다는 평가다. 맨유 관련 소식을 전하는 ‘유나이티드 스탠드’에 따르면 스콜스는 텐 하흐 감독에 대해 “난 텐 하흐 감독이 많은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둬야 한다”라고 했다.
오언 하그리브스 역시 “맨유의 반복되는 감독 경질은 당장의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라며 경질 자체가 필요하다고는 하지 않았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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