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문화 상징 ‘학전’, 운영난으로 33돌에 문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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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광석이 1천회 공연을 한 곳.
한국 소극장 문화를 상징하는 서울 대학로 학전이 내년 3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학전의 김성민 팀장은 8일 한겨레에 "지속적인 운영난으로 학전 창립 33주년을 맞는 내년 3월15일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가수 박학기는 "우리 모두는 김민기와 학전에 문화적 빚을 지고 있다. 그 상징적 공간이 사라진다고 하니 너무 안타깝다. 학전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빚을 진 모두가 뜻을 모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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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들 거쳐간 소극장 문화 상징
김민기 투병도…내년 3월15일까지만 유지
“공공기관이 나서 학전 보존” 목소리
가수 김광석이 1천회 공연을 한 곳.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가 배우로서 기틀을 다진 곳. 한국 소극장 문화를 상징하는 서울 대학로 학전이 내년 3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학전의 김성민 팀장은 8일 한겨레에 “지속적인 운영난으로 학전 창립 33주년을 맞는 내년 3월15일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김민기(72) 학전 대표의 건강 문제도 영향을 끼쳤다. 김 대표는 얼마 전 위암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에 들어갔다. 하지만 꼭 김 대표 건강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김 팀장은 강조했다. 이전부터 운영난으로 문 닫는 시기를 고민해오던 차에 김 대표 건강 문제까지 불거져 ‘이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학전은 1970~80년대 ‘아침 이슬’, ‘상록수’ 등을 만들고 부른 가수 김민기가 1991년 3월15일 세웠다. 배울 학(學)에 밭 전(田) 자를 쓴 이름으로 소극장과 극단을 함께 만들었다. 당시 김 대표는 “못자리 농사를 짓는 곳”이라고 말했다. 모내기할 모를 기르는 조그만 논에 빗대 나중에 크게 성장할 예술가들의 디딤돌 구실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의 말대로 많은 예술가들이 학전을 거쳐갔다. 동물원·들국화·강산에·장필순·박학기·권진원·유리상자 등이 이곳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다. 김광석은 1996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이곳에서 꾸준히 공연을 펼쳐 1천회를 채웠다. 김광석추모사업회장이기도 한 김 대표는 매년 기일인 1월6일 ‘김광석 노래 부르기’ 행사를 열어왔다. 학전 앞에 세워진 김광석 노래비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꽃을 가져다 놓는다.
연극과 뮤지컬 공연도 펼쳤다. 1994년 초연된 ‘지하철 1호선’은 한국 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통하는 배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를 비롯해 세계적인 재즈 가수 나윤선도 이 무대를 거쳤다. 윤도현은 1995년 ‘개똥이’로 첫 뮤지컬 출연을 했다.
2004년부터 학전은 어린이극에 힘써오고 있다. 돈은 안 되지만 어린이들의 정서적 성장에 도움이 되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2004년 ‘우리는 친구다’를 시작으로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무적의 삼총사’ 등으로 어린이 관객을 꾸준히 만나왔다.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김 대표는 자신의 음원·저작권 수익을 쏟아부으며 학전을 꾸려왔다. 학전 직원들도 묵묵히 버텨왔다. 하지만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오는 10일 개막하는 ‘지하철 1호선’(12월31일까지)과 내년 1월6일 제2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1~2월 ‘고추장 떡볶이’까지가 남은 공연 일정이다.
이 소식에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수 박학기는 “우리 모두는 김민기와 학전에 문화적 빚을 지고 있다. 그 상징적 공간이 사라진다고 하니 너무 안타깝다. 학전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빚을 진 모두가 뜻을 모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학전 건물주는 따로 있다. 학전이 문 닫고 나면 이 공간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1975년 개관해 소극장 운동을 이끈 서울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은 2015년 재정난으로 폐관했다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주도로 2018년 재개관했다. 이처럼 서울시나 공공기관이 나서 학전을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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