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 아니고 물건을 ‘사다’예요” 다문화 학생들 ‘갸웃’했지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싸다' 아니고 물건을 '사다'예요. 따라 해봐요. '사다'."
지난달 17일 개원한 이음한국어교실은 다문화가정의 4~6학년 초등학생 20명에게 한국어 교육을 진행한다.
이음한국어교실은 학습이 부진한 다문화가정 학생의 공교육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만든 첫번째 '경기 한국어공유학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언어장벽’ 낮추는 통합교육 중요
“‘싸다’ 아니고 물건을 ‘사다’예요. 따라 해봐요. ‘사다’.”
8일 오전 경기 안산교육지원청 건물 2층 ‘이음한국어교실’에선 한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교사가 칠판에 쓴 글을 학생들이 서툰 발음으로 또박또박 따라 읽었다. ‘편의점’, ‘멈춰요’ 등 발음하기 어려운 글자들이 나오자 여러번 말을 더듬다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지난달 17일 개원한 이음한국어교실은 다문화가정의 4~6학년 초등학생 20명에게 한국어 교육을 진행한다. 10명씩 2개 반으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이주 고려인 학생 18명과 예멘과 베트남 학생이 1명씩 있다. 학생들은 입학한 학교의 위탁으로 이곳에서 한국어 집중교육을 받는 중이다.
아이들은 한국에 온 지 6개월이 안 된 탓에 기본적인 한국어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몇몇 아이들은 교사가 하는 말을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듯 머리를 갸웃거렸다. 아이들이 어려워하면 수업을 지켜보던 뱍알레나(46)씨가 러시아어로 통역을 해주기도 했다. 이주 고려인인 그는 지난 8월 다문화가정 담당 업무를 지원하는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그는 “이주 고려인 학생은 러시아어를 써서 소통에 문제가 없지만, 아랍어나 베트남어의 경우 번역기를 사용한다”고 했다.
전체 5교시 가운데 4교시까지 한국어 집중교육이 이뤄진다. 5교시에는 학교 적응에 필요한 생활습관과 한국 문화, 수학 등의 기초교육, 코딩 등 창의체험 활동으로 짜여 있다. 한국어 교육과 생활지도는 퇴임 교원 4명이 맡고 있다. 43년간 교사로 재직하다 퇴임한 뒤 이 학교 누리반 담임을 맡은 이선교씨는 “다문화 학생에게 언어 장벽만큼 힘든 부분이 한국인의 문화와 기본 예절, 습관이나 규범”이라며 “학교와 일상에 잘 적응하도록 생활지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50일 동안 집중교육을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이음한국어교실은 학습이 부진한 다문화가정 학생의 공교육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만든 첫번째 ‘경기 한국어공유학교’다. 한경은 다문화교육담당 장학관은 “다문화가정 학생이 급격히 늘어나 공교육에서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언어 소통이 어려운 학생이 빨리 한국어와 규범을 익혀서 공교육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문화교육은 분리가 아닌 통합교육이 핵심”이라고 했다.
경기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다문화가정 학생이 가장 많다. 모두 4만8966명(올해 입학생 기준)으로 전체의 27%에 이른다. 증가세도 꾸준하다. 올해 재학생은 지난해에 견줘 10.9% 늘었다. 다문화가정 학생 비율이 30% 이상인 밀집학교는 22년 47곳에서 올해 57곳으로 늘었다. 안산에는 재학생의 95% 이상이 다문화가정 학생인 초등학교도 있다. 도교육청은 올해 동두천과 남양주에도 공유학교를 개원하고, 수요가 있는 안산과 시흥 등으로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도교육청은 이날 안산교육지원청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의 성장 단계에 맞는 ‘진입형, 적응형, 성장형’ 방안을 발표했다. 입국 초기 언어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어 집중교육, 적응 단계 때 다문화 학생 밀집도를 낮추는 학급 정원 감축, 마지막 단계에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 계획 수립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한국어공유학교뿐 아니라 다문화 특별학급과 이중언어 강사를 매년 확대하고, ‘언어강점지원 특화학교’ 설립, ‘경기북부 다문화교육지원센터’ 신설도 추진한다.
조영민 융합교육정책과장은 “도내 학생 10명 중 1명이 다문화가정 학생으로, 다문화 사회를 대비해 선제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정하 이준희 기자 jungha98@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로또 아파트’ 미계약 1채, 그룹 실세 사장에 넘긴 현대건설
- [단독] 국책기관의 ‘직접 관련성’ 해석, ‘윤 보도 수사’ 근거 빈약 방증
- “노란봉투법 법리적 문제 없어…노사 갈등 감소에도 기여할 것”
- 서울 1~8호선 지하철, 오늘 오전 9시부터 ‘경고 파업’
- “대통령님, 기자회견은 언제 하나요?”…언론 소통만 쏙 빠진 1년
- 양심적 병역거부엔 “유죄”…국정농단 이재용엔 “뇌물 무죄”
- [단독] 이준석 “영남에서 승부를 봐야”…‘영남 신당’ 추진 뜻
- [Q&A] ‘노란봉투법’ 통과되면 실제 노동현장 어떻게 바뀔까?
- 전기요금 인상 또 미봉책…한전 200조 빚 해소엔 턱없이 부족
- ‘신촌 꼰대’ 인요한, ‘하버드 싸가지’ 이준석 [권태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