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경상수지, 5개월째 ‘불황형 흑자’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9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54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다섯 달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전월과 비교해 4억달러 넘게 흑자 폭을 키웠다.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가 커졌으나, 수출 개선 흐름 등으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더 크게 확대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정착된 것으로 보고, 10월 경상수지도 흑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발표한 ‘2023년 9월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54억207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5개월 연속 흑자로, 흑자 폭은 8월(49억8460만달러)보다 4억3610만달러 커졌다. 경상수지가 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간 것은 지난해 3∼7월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약 165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257억5000만달러)보다 90억달러 이상 급감했다.
경상수지란 국가 간 상품·서비스의 수출입 및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의 이동에 따른 대가의 수입과 지급을 종합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크게 상품수지·서비스수지·본원소득수지·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9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된 배경으로는 상품수지 흑자(74억2000만달러)가 크게 확대된 점이 꼽힌다. 2021년 9월(95억4000만달러) 이후 2년 만에 최대 흑자로, 지난 8월(52억1000만달러) 흑자 규모보다 22억1000만달러 커졌다. 상품수지는 6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9월 수출(556억5000만달러)이 전년 동월 대비 2.4%(13억5000만달러) 줄었으나, 수입(482억3000만달러)이 14.3%(80억2000만달러) 줄면서 감소액이나 감소율이 모두 수출을 크게 웃돌았다. 수출이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9월 감소율의 경우 승용차 수출 호조 지속 및 반도체 회복 흐름 영향으로 전월(-6.3%)보다 개선되는 등 감소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9월 서비스수지는 31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8월(-15억7000만달러)이나 지난해 9월(-9억8000만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 세부적으로 지식재산권수지가 8월 4000만달러 흑자에서 9월 6억7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여행수지(-9억7000만달러)는 8월(-11억4000만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줄었다.
9월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15억7000만달러)는 전월(14억60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고, 이전소득수지는 3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은은 10월 경상수지도 흑자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 국장은 “10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9월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며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여행수지 적자 축소로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앞서 올해 우리나라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를 270억달러 흑자로 제시했다. 산술적으로 10∼12월 월평균 35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 한은 전망에 부합한다. 한은은
신 국장은 “4분기 전체로 보면 반도체 회복 흐름, 자동차 수출 호조 지속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불확실성, 동절기 난방용 에너지 수입 증가 등의 가능성이 있어 3분기보다는 흑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지만, 연간 전망치 270억달러에는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86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8000억원 늘어났다. 4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다. 증가 폭도 전월(4조8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5조8000억원 늘어나 증가세를 이끌었다. 다만 주담대의 증가 폭은 8월(7조원) 정점을 찍은 이후 2개월 연속 축소됐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245조7000억원)도 1조원 증가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10월 6조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개월 연속 증가다. 전 금융권 주담대는 5조2000억원 늘어났는데 9월(5조7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5000억원 준 반면 9월 3조3000억원 감소했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지난달 1조1000억원 증가로 전환됐다.
금융위는 이날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회의에서 10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되긴 했지만 주담대 증가세가 줄어든 것을 놓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DSR 규제를 내실화하기로 했다. 당초 연내 도입하기로 한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은 다음 달 중 세부방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금리 상황에서 차주들의 대출상환을 좀더 유리하게 할 수 있도록 중도상환수수료 한시 면제 방안을 금융권과 협의하기로 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주요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과도한 금리 인상보다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심사 강화를 통하여 증가폭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은행들은 11월 이후엔 실수요자 정책자금 이외 은행 가계대출은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인구 중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중’ 또는 ‘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각각 61.6%, 3.0%로 2년 전보다 각각 2.7%포인트, 0.3%포인트 증가했다.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중간 이상이라고 평가한 셈이다. 특히 자신의 계층을 중간이라고 생각한 비율이 6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계층을 중간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10년 전부터 증가세를 이어갔다. 2013년에는 59.3%에 불과했으나 2015년과 2017년(60.3%) 60%를 넘어선 이후, 2019년 60.9%, 2021년 61.5%, 올해에는 64.6%에 달했다.
반면에 자신의 계층을 ‘하’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3년 40.7%에 달했으나 감소세를 이어가 2019년에는 39.1%, 올해에는 35.4%까지 떨어졌다.
아울러 월평균 가구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사람의 77.2%, 200만원 미만인 사람의 42.4%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중’이라고 생각했다. 10년 전보다 본인 계층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고, 중간이라 생각하는 임금 수준의 폭 또한 넓은 것이다.
하지만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본인 계층 평가 추세와는 정반대의 기조를 보였다. 2013년에는 자식 세대의 계층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 비율이 39.6%로 10명 중 4명꼴이었다. 하지만 2015년 30.0%로 한 차례 급격히 하락한 뒤, 2017년 29.5%, 2019년 28.9%로 떨어졌고, 2021년(29.3%) 소폭 상승한 후 올해 다시 0.2%포인트 하락한 29.1%를 기록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이다.
본인 세대의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 또한 자식 세대와 마찬가지로 2013년 31.2%에서 2015년 22.7%로 8.5%포인트 대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2015∼2019년 22.7%를 유지하다 2021년 25.2%, 올해 26.4%로 회복 추세다.
아울러 현재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본인 세대와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이처럼 계층 상승, 특히 자식 세대에 대한 비관적인 평가는 현재 상황에서 바라본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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